라이나전성기재단

장애인과 웃고 떠들며 콩나물 키우는 신부님
2020.05.25 조회수 1,061

 

 

"따뜻한 햇살 아래 벤치에 앉아 서로 장난치며 떠들고, 별것 아닌 것에도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시설인 강화도 `우리마을`을 이끄는 우리마을 원장 이대성 신부(46)에게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냐고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그는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조금씩 변화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불완전하고 부족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90명의 장애인을 7년째 이끌고 있는 우리마을의 이대성 신부를 최근 인터뷰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주 가난하게 자랐어요. 공부 잘하는 형들이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학교에 가서 뭐하나` 하는 생각에 학교에 안 가고 집에 혼자 있었어요. 한여름 대낮이었는데 집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목사님 한 분이 문 앞에 조용히 라면 한 박스를 놓고 가셨어요. 어린 마음에 너무 고마웠죠. 아무도 모르게 라면을 놓고 간 게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분처럼 어려운 이웃,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성직자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사회선교 현장에서 일생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계기를 묻자 그는 어린 시절 얘기를 꺼냈다. 이후 그는 성직자가 돼 `나눔의 집`에서 가난한 주민들과 함께 살거나,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등 사회선교활동을 주로 했다. 2013년에는 우리마을 원장으로 발령받아 세 번째 원장으로 부임했다. 우리마을은 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우리마을 촌장)가 2000년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에 설립한 발달장애인들의 일터로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근로장애인 50명과 일을 하지 않는 발달장애인 등 약 90명이 이곳에서 일을 하거나 생활한다.

 

이 신부는 "우리마을은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등을 겪는 발달장애인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며 "근로장애인 50명이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 18억~20억원 매출을 올리는 콩나물 생산이 주된 일인데 작년 10월 전기 문제로 불이 나 작업장이 전소됐다"며 "올해 말까지 다시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두 달간 휴업하면서 더욱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제적 개념이 없는 친구들조차도 `빨리 일하고 싶다. 답답하다`고 호소해요. 일하는 것이 경제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 신부 역시 힘든 상황에서도 의미를 찾고 있었다.

 

콩나물 공장 화재 복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 신부는 "이번 화재 복구 과정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강화도 길상면 주민들의 바자회, 초등학생의 돼지저금통, 익명의 후원자들, 민관의 도움의 손길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장애인 친구들의 삶의 터전이 주변 많은 사람들의 정성으로 재건된다는 것은 그동안 사회에서 배제되고 변두리로 내몰렸던 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환대받고 존중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라이나전성기재단의 `제3회 라이나 50+어워즈` 사회공헌 부문을 수상한 우리마을은 상금 1억원도 화재 복구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편견 얘기를 꺼내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우리마을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런저런 일로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었는데 벤치에 앉아 있던 제게 한 친구가 다가와 말했어요. `힘들죠? 얼마나 힘들겠어요` 말이 어눌하고 긴 대화가 이어지진 못했지만 장애인 역시 누군가를 위로하고 힘이 돼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저 역시 친구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이죠."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하루빨리 콩나물 공장을 복구해 근로장애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나아가 노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문시설을 만드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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