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성

기사 요약글

성은 이중성을 가질 수 있다.

기사 내용

비뚤어진 성

순수하고 바른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이 유흥업소에서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사회 고위급 인사가 음란한 행위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유명 연예인이 유흥업소에서 성폭행 문제를 일으켰다. 전문가의 시각에서는 촉망받는 젊은이가 굳이 무엇 때문에 유흥업소에서, 더군다나 화장실에서 습관적인 행위를 가졌는지에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당사자의 성에 대한 인식이나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 대중적 이미지인 순수와 성이 주는 음침함이 이중성을 띠어 발생한 사례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좋은 교육과 학력 수준을 갖더라도 성에 있어서는 이런 이중성이 존재할 수 있다. 성(性)은 청소년기 금지된 장난에서 시작해 성숙한 단계로 점점 발전해간다. 그런 과정에 이성과의 구애를 통해 완성형을 이루는데, 이런 성숙 과정에서 결함이 생기면 삐뚤어진 이중성이 개입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성중독, 성도착 등이다. 더 흔히 관찰되는 것은 중년의 남성이 요조숙녀 같은 아내를 두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대상과 음탕하고 지저분한 외도를 저지른 경우다. 삶의 전성기를 지나 중년 이후에 어떤 성적인 일탈이 생길 수 있는지 살펴보자.

 

왕성한 성욕? 아니, 성중독!

“우리나라 남자 중 성매매 업소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있다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50대 유부남 J씨는 심각한 외도와 성매매 문제로 진료실을 찾았지만 당당하다. 그는 자신의 외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심각성은 깨닫지 못했다. 한국에 성매매가 만연하다 보니‘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내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다’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J씨는 해도 해도 너무한 케이스다. 그는 성 경험담을 올리는 요상한 사이트를 수시로 방문해 성매매 업소 정보를 올리고, 자신의 경험을 무용담처럼 글로 남겼다. 설상가상 외도녀의 나체나 성행위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외도의 이유를 아내 탓으로 돌렸다. 아내가 성적으로 너무 뻣뻣하고 수동적이라 아내 앞에선 발기가 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밖에서 만난 젊은 여성과는 문제가 없으니 자신의 탓이 아니라 여겼다. 하지만 이는 상황성 발기부전에 해당한다. J씨의 성격 분석 결과 성에 대한 심각한 이중성과 중독성, 문제를 회피하는 성향과 함께 기존의 도덕적 틀을 깨는 반사회성이 관찰됐다. 성적 모험과 성적 쾌감을 통해 병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찾으려는 경향도나타났다.

그럼 어디까지가 성중독일까. 반복적으로 외도에 집착하거나 퇴폐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리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야한 동영상을 다운받아 과도하게 쌓아두는 것도 해당된다. 아내와의 성행위보다는 야동을 통한 자위에만 심취하거나 알코올·약물· 도박· 게임 중독 등의 경향이 나타나고 외도나 성매매로 재산을 탕진, 회사 생활 등 사회생활에 곤란을 초래할 정도라면 성중독이다. 안타까운 것은 성중독자들이 섹스를 했을 때 반드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섹스 후 우울감 또는 허탈하거나 후회와 죄책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또 공허감, 스트레스, 갈등 상황에 있을 때 해결책으로 섹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어찌 보면 성중독자에게 섹스는 문제를 덮는 비뚤어진 대응 방식인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불안정한 삶과 관련된 섹스 중독은 동반 질환이 많다. 우울증, 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부터 불안, 성도착증, 경계선 인격 장애와 같은 다양한 성격 장애, 심지어 조현병을 동반하기도 한다. 성중독 치료에서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이나 교육도 필요하지만 그들의 결함인 공허감과 불안정한 관계를 안정적 관계로 되돌리는‘재활’이 중요하다. 즉, 배우자나 이성과의 친밀한 관계 확보와 개선이 관건이다.

 

좀 더 이상한 성도착증

관음증, 노출증, 페티시, 소아기호증 등 이런 문제가 있다면 한마디로 변태다. 누구나 가벼운 관음증이나 노출증은 있다. 아주 쉬운 예가 남의 성행위를 찍은 야동을 보면서 성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이 정도면 정상 범주다. 하지만 특정, 불특정 상대에게 성적 혐오감이나 피해를 준다면 성도착에 해당하는데, 몇 년 전 고위 공무원이 길거리에서 성기를 드러내고 자위를 한 것이 그 예이다. 다양한 성도착 중에서도 최악은 소아기호증이다. 소설 <롤리타>에서는 주인공이 어린 시절 죽은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들이대며 미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을 합리화하지만 실상은 이와 거리가 멀다. 소아성애자는 자존감이 낮고 자기주장을 잘 못하는 수동 공격형 경향이 있으며 인격적으로 미성숙하고 인간관계 기술이 떨어져 같은 수준보다 어린 상대를 찾는다. 또 이들은 정상인에 비해 지능지수(IQ)와 기억력, 학업 성취도가 낮고 어린 시절 두부외상의 병력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소아기호증 환자의 어머니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빈도가 더 높다는 보고도 있는데, 이는 유전적, 환경적으로 취약하다는 근거가 된다. 소아기호증을 연구해온 블랜처드(Blanchard) 박사는 2006년 소아기호증 환자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인보다 더 낮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성도착이나 성중독은 주체할 수 없이 호르몬이 많아서 생기는 것처럼 여기는 것과는 반대 결과다. 오히려 남성호르몬이 떨어지는 시기인 남성 갱년기를 전후하여 병적인 성충동은 많이 생긴다. 하지만 자신의 성기능 감퇴를 인식하지 못하고 어딘가 강한 자극을 받으면 충분히 만족할 것처럼 여겨 이상행동도 많고 갱년기 외도도 많다.

소아성애자나 청소년성애자는 자발적으로 치료받는 경우가 드물어서 대개 범죄를 통해 본색이 드러난다. 그들은 피해자의 성적인 매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거나, 일방적인 추행을 서로 합의에 의한 관계 또는 애정 표현이라고 합리화하고 변명만 늘어놓는다. 하지만 판단력과 의사 결정권이 취약한 어린 상대에게 경제적, 사회적 능력이나 힘을 무기로 사용한 점에서 명백한 성적 착취이며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다만 강력한 법적 처벌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힘들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법적 처벌과 더불어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 정상적인 이성 관계와 성으로의 복귀를 유도하는 심리치료와 재활 성치료가 필요하다. 성도착 수준은 아니지만, 점점 어린 여성이 좋고, 더 어린 여성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발동하거나 중년의 나이에 처자식은 안중에도 없고 무작정 젊은 여성에게 눈이 돌아간다면 점점 수렁에 빠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경우 흔히 삶의 허무감, 외로움, 공허감을 운운하면서 자신은 일회성 일탈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합리화하지만, 사실은 본인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고 여기고 치료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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