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1
L씨, 하늘만 쳐다보던 그놈이 이제는 땅만 봅니다
“예전보다 물렁물렁해서 영 자신이 없습니다. 20대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삽입을 하든 아내가 만져주든 물렁한 상태라 엄청 창피해요.”
40대 후반의 L씨는 예전과 다른 자신의 상태가 아쉽다. 성행위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발기가 되어도 예전만큼 딱딱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나이에 따른 변화는 있기 마련이다. 발기의 강직도 문제뿐 아니라 발기 각도가 예전보다 시원찮다며 걱정하는 남성들도 많다. 예전엔 그놈이 하늘을 쳐다봤는데 요즘은 자극을 받고 커져봤자 땅바닥만 쳐다본다는 얘기다.
인간의 성 문제에 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킨제이 보고서에는 발기 각도에 대한 항목이 있다. 쉽게 말해 ‘얼마나 위로 서느냐’의 문제다. 페니스의 발기 각도를 남성이 선 자세를 기준으로 사람의 머리 방향을 180°, 발끝을 0°로 했을 경우, 대개 85~150° 범주에서 발기되며 85° 이하는 7.3%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발기 각도를 재해석한 결과, 평균 발기 각도는 110° 정도로 비슷했지만 정상 범주가 60~150°까지 넓게 분포하는 것이 확인됐다. 실제로 발기했을 때 수직에 가까운 정도라면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또한 나이를 먹으면서 발기 각도는 조금씩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애초에 발기 각도가 누구보다 몇 도 낮다고 걱정하거나, 이를 두고 정력을 논함은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원래 자신의 발기 각도가 얼마였는데 이전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발기 강직도든 각도든 문제가 생기거나 심지어 발기가 잘되지 않거나 도중에 풀리는 문제가 생길 경우 발기부전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요즘 남성들은 많이 게을러졌다. 발기 유발제라는 문명의 혜택으로 인해 건강관리를 등한시한다. ‘뭐, 좀 안 되면 약 먹고 하면 되지’란 생각부터 술자리에서 출처 불명의 발기 유발제를 함부로 건네고, 심지어 선물까지 한다. 발기부전은 엄연히 심리적이거나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고 이를 돌봐 달라는 몸의 적신호다. 이런 적신호의 원인을 무시하고, 무작정 발기 유발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마디로 ‘게으름병’이다. 이 게으름은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부메랑이 돼 실제로 발기부전 환자를 만들 수 있다. 약에만 의존하다 보면 발기 강직도와 발기 각도를 떨어뜨리고, 발기 반응이 부실해진 원인은 치료하지 않은 채 점점 나빠져서 성기능뿐 아니라 다른 건강 문제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래 진료실을 방문하는 환자들 중 발기 유발제를 복용해온 환자들의 아쉬움이 크게 늘었다. 즉, 발기 유발제만 먹으면 치료가 되어 자연 발기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란 얘기다. 발기 유발제는 일시적인 발기 반응을 보조해주는 약이지, 이 약을 먹는다고 발기부전의 원인 자체가 교정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발기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발기약부터 처방해보자’에서 ‘발기부전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서 고칠 때까지 고쳐보자. 그래도 부족하면 발기약을 보조적으로 사용하자’가 맞는 답이다. 질병이나 모든 문제의 대처 원칙은 원인 치료이며, 발기부전도 마찬가지다. 원인 치료를 게을리하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특히 성기능 장애 문제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무작정 발기약이나 발기 주사에 의존하거나 요상한 시술, 정력 음식에만 집착하는 경우를 보면 전문가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CASE2
K씨는 종합선물세트? 건강의 적신호!
보통 남성의 성기능 장애는 발기부전, 조루, 지루, 성욕 저하증 등 단일한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다. 복합적인 성기능 장애는 오히려 여성에게 흔한 것으로 여성은 성욕 저하, 분비 저하, 불감증, 성교통이 겹쳐 나타난다. 그런데 종종 남성들도 복합적인 문제에 빠지기도 한다. 중년 남성 K씨의 이야기다. “발기도 안 돼, 조루도 있어, 또 어느 땐 사정이 안 되는데, 어쩌다 되는 날이면 정액량도 적어요.” K씨는 꽤 오랜 세월 성행위를 포기하고 살아오다 마지막 희망으로 병원을 찾아와 신세 한탄을 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것처럼 문제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다 보니 갈피를 못 잡고 자신이 불치병에 걸린 듯 절망한 것이다. 남성에게 나타나는 복합적인 성기능 장애의 가장 흔한 이유는 남성호르몬 저하에 따른 갱년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남성호르몬은 성욕과 발기 조직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발기에 필수적인 혈류 순환과 사정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 성인병이나 고도비만인 남성에게 복합적 성기능 장애가 잦다. 대사증후군의 영향에 따라 내 몸이 여러모로 나빠진 증거가 성기능 저하인 셈이다. 중년 남성은 발기부전과 조루가 같이 발생할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발기력과 조루를 관장하는 신체 기능이 중복되기 때문. 이때는 발기부전을 먼저 다루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조루를 치료한답시고 감각을 차단시키는 시도를 하다가 발기부전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잘못된 접근법이다. 복합적 성기능 장애는 단일 성기능 장애에 비해 신체 건강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복합적인 성기능 장애의 원인을 찾아내 제대로 치료하면 신체 건강도 개선되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지 뭐”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아예 포기해버리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성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직시하기도, 치료받으러 병원 가기도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대개는 이왕이면 노화를 방지하고 장수하고 싶다며 이런저런 영양제나 ‘명약’에 관심을 둔다. 방송에 나오는 건강 정보에 신경을 쓰면서도 정작 성기능 저하가 건강의 적신호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몸이 보내는 적신호 중에서도 가장 앞선 신호가 바로 성기능의 저하다.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심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바로 오래 사는 비결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성기능을 도와주는 보조적 약물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성기능이 잘 안 되는 심신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성기능뿐 아니라 건강과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