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의 얼굴 최민수부부 편

기사 요약글

와이프를 만나고 나서야 사람의 온기가 뭔지 이해하게 됐죠.

기사 내용

SBS 드라마 <대박>의 숙종으로 돌아온 최민수. 언제부턴가 그의 이름 세 글자에서 사람들은 기인(奇人) 내지는 트러블 메이커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덥수룩한 수염에 헝클어진 머리, 가죽 바지와 현란한 그래픽의 셔츠. 겉모습만 놓고 보면 최민수는 분명 ‘센’ 사람이다. 도저히 길들 것 같지 않은 이 남자는 그러나, 일하는 아내를 위해 설거지와 빨래를 자청하는 다정한 남편이고 두 아들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따뜻한 아빠다. 결혼 생각 0%, 한때 무인도에서 원목을 만지며 살아갈 계획을 세웠을 만큼 독특한 최민수를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로 꿇어앉힌 사람은 아내 강주은. 하나의 문에 하나의 열쇠만이 맞는 것처럼 서로에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버린 이들 부부 이야기.

TV조선의 < 엄마가 뭐길래> 프로그램을 보면 최민수 씨가 부인을 위해 이벤트를 곧잘 준비하더라고요. 그 방송을 통해 가족들의 적나라한 일상이 그대로 노출되던데 어떤 계기로 방송을 결정했어요?
우리 가족의 실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남자가 저렇게 센데 혹시 맞고 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시는 분들까지 계셨지만, 우린 정말 화목하거든요. 20년 넘게 꽉 찬 결혼 생활을 했고 식구들 모두 행복해하니 이 정도면 잘못 살진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부부가 소통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우리 부부처럼 이런 말도 안 되는 소통법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집사람이 외동딸이니까, 캐나다에 계신 부모님에게 드리는 선물 차원에서 방송을 한 면도 있어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니까 어떻게 사는지가 잘 보이거든. ‘우리 잘 살고 있어요’라고 애써 얘기하는 건 너무 뻘쭘하잖아.

아내가 화장실 청소로 고생할까 봐 볼일을 앉아서 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왜 유독 아내 앞에서만 순해지세요?
난 원래부터 축축한 화장실을 굉장히 싫어해요. 마님이 힘들까 봐 그랬다면 너무 재미없고, 그냥 앉으라고 시켜서 그랬다고 합시다. 사실 남자에게는 고독감, 외로움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있어요. 항상 그 해답을 찾고 싶어 하지. 나는 지루하고 구태의연한 걸 엄청 싫어해. 그래서 항상 노래를 부르든 가죽공예를 하든 뭔가 하면서 해답을 찾고자 하는데 와이프는 항상 현명한 답을 제시해줘요. 그래서 나한텐 신이고 뮤즈이죠. 이 사람 뒤만 쫓아가도 충분히 삶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최민수 씨는 결혼으로 얻은 게 이만큼 많은데 강주은 씨는 어떠세요?
전 너무 억울하죠(웃음). 왜 가만히 잘 살고 있는 나를 건드렸을까? 만날 확률이 전혀 없는 사람들인데 (1993년 5월 미스코리아 캐나다 대표로 출전한 강주은은 대회 현장에서 행사 게스트로 초대된 최민수를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웬 모르는 남자가 저렇게 잘난 척을 하나 싶었어요. 그 후로 며칠 뒤 방송국에서 우연히 재회했는데 만난 지 3시간 만에 청혼하더라고요. <엄마의 바다> 촬영으로 바빴을 텐데 주말마다 캐나다로 찾아와 저희 부모님과 식사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곤 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미쳤지. 난 내가 결혼을 안 할 줄 알았어. 우리 아버지가 결혼을 네 번 해서 엄마가 네 분이잖아요. 솔직히 여자에 관심이 없었어요. 내 머리를 만족시킬 여자를 본 적도 없고. 그냥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같은 걸 사서 원목 가구나 만들며 살려고 했거든요. 1년에 반 정도 한국 들어와서 영화나 드라마 찍고. 나머지는 원주민들이랑 어울려 살고. 불행하게도(웃음) 내가 22년 전 결혼하면서 지금은 용돈 받으며 살고 있지요.

한 번도 아내에게 실망한 적 없어요?
한 번도 없어. 실망할 기회를 안 줘요. 난 단 1초라도 상대가 거짓의 눈빛을 보이면 금방 알아채거든. 그런데 집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거짓이 없어요. 결혼 초기에 “우리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라 넘어지기도 할 거다, 물론 아프겠지만 그게 고마울 때가 있을 거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유성이 엄마는 그걸 더 폭넓게 해석하더라고요. 남편이고 아빠지만 내 자신을 다 내려놔도 된다는 믿음을 줬어요. 세상이 너를 이해할 수 없다 하더라도 넌 나의 전부이고 지켜야 할 사람이라는 얘기를 해줘서 고마웠어요. 와이프를 만나고 나서야 사람의 온기가 뭔지 이해하게 됐죠.

두 아들을 두고 있죠. 자식들로부터 ‘아빠는 나의 영웅이다’‘부모님처럼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는 최고의 찬사를 들었어요. 존경받는 부모의 비결이 뭔가요?
큰아들이 자신의 어릴 적 성장 비디오를 보고 “아빠, 엄마는 어떻게 내가 아기였을 때나 어른일 때나 나를 대하는 게 똑같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한 인격체로 존중했어요. ‘우리가 부모니까 무조건 우리 말을 들어야 해.’ 저는 그런 강요를 한 적이 없거든요.
나도 그렇지만 애들 엄마도 공부해라, 돈 많이 벌어라 이런 얘긴 절대 안 했어요. 고생은 하겠지만 네가 원하는 걸 해라, 하고 싶은 걸 해야 행복하다, 늘 그런 말을 했죠. 나는 학교를 왜 보내는지도 잘 모르겠어. 진짜 필요한 공부는 사회 경험에서 쌓이는데.

늘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 같은데, 언제 가장 즐거우세요?
사람들이 안 하는 걸 할 때가 가장 즐겁지. 내 나이 되면 다들 돈 벌려고, 폼 잡으려고 뭘 하잖아요. 나는 그냥 나를 갖고 노는 게 즐거워. 배고플 때 막 먹다가 귀찮아지면 몸에 밥을 한참 안 주기도 하고. 그렇게 두 달을 굶어봤어.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한번 보는 거지. 술도 그래서 끊었어요. 술을 마시면 신경이 마비되잖아. 그걸 기분 좋다고들 하고. 말인즉 자기를 잃어버릴 때 좋다고 하는 것밖에 더 돼? 뭔가 내가 당하는 느낌이라 자존심 상해서 술도 끊어버렸어. 한 10년이 넘었지? 지금도 1년에 서너 번 비가 올 때나 느낌이 올 때 딱 한 잔 마셔요. 술은 처음 한 잔이 제일 맛있어.

마지막으로‘늙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그런 게 뭔지 모르겠어. 나는 그냥 나야. 철들지 않고 인생을 살아야 더 재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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