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되는 술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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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술은 ‘약’이다

 

“술은 1만 년 이상 인류의 동반자였다. 술이 생명을 단축시키는 독약이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인류 사회에서 자취를 감추었을 것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간 질환 전문의 이종수 교수는 저서 <술은 약이다> 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20세기 최장수자로 기록된 그루지야의 장드브나(1975년 140세에 사망)는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 40세부터 100년간 매일 5잔씩 마셔온 와인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자랑했다.

그럼 진짜로 술이 건강에 좋을까?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의 소화기내과 배정호 교수 역시 현명하게 마신다면 술은 약으로서 손색이 없다며 “지나친 음주는 다양한 질병을 일으켜 수명을 단축시키지만 적절한 음주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것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을 떨어뜨립니다. 긍정적인 사회관계 형성과 스트레스 해소 같은 정서에 미치는 좋은 영향을 살펴봐도 건강한 음주는 약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의사들도 이렇게 말하는데, 왜 술이 약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술도 ‘독’이 된다

 

그럼 아무리 마셔도 건강에 좋을까? 당연히 아니다. 약이나 건강보조제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술도 마찬가지다. 술이 약이 되는 건 매일 1~2잔 마셨을 때다. 약이 되진 않아도 ‘건강에 나쁘지 않은’ 음주량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의 경우, 하루 알코올 40g(소주 1잔에 들어 있는 알코올이 8g 정도이므로 소주 5잔 정도), 일주일 280g 이하(1주당 2일 금주), 여성의 경우 하루 20g, 일주일 140g 이하(1주당 2일 금주)를 술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저위험 음주량으로 정하고 있다.

폭음, 즉 우리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음주량은 이보다 20g씩 많다. 남성은 알코올 60g(소주 1병 정도), 여성은 알코올 40g(소주 5잔 정도)이다. 이보다 더 마시면 부정맥 위험이 두 배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이보다 적게 마셔야 한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해 알코올 대사 과정 중 생성되는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1군 발암물질이다.

 

 

간 질환자는 무조건 금주
 

아는 사람이 간경화증이나 간암으로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술도 못 드셨는데?” 혹은 “술을 좋아하셨지”라며 간 질환의 원인이 무조건 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간경화증이나 간암의 원인은 대부분 술이 아니라, B형이나 C형 바이러스 간염이다. 그럼 술을 얼마나 마셔야 간이 딱딱하게 굳고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간경화증으로 발전할까?

연구에 따르면 보통 매일 알코올을 80g 이상(소주 10잔 정도) 10~15년 이상 마셔야 간경화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강한 사람의 간은 술에 상당히 강하다. 워낙 재생 능력이 좋아 약간 손상돼도 조금만 쉬면 원상 복구된다.

물론 지방간, 간염, 간경화증도 과음으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 간 질환의 20% 정도이며 알코올로 인해 간 손상이 발생할 때 주로 나타나는 게 지방간인데, 지방간은 술을 끊는 것만으로도 정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제아무리 재생이 잘되어도 이미 손상된 상태, 즉 간염이나 지방간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간경화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간경화로 진행되면 간은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그러니 간에 문제가 생겼다면 무조건 술부터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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