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창업 - 택시 편

기사 요약글

택시 한 번 해볼까? 택시 기사에게 물어봐.

기사 내용

한때 택시 기사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웬만한 대기업 과장, 부장보다 택시 기사의 수입이 좋았다(물론, 개인택시 기준이다). 그 시절엔 택시의 수도 적었고, 합승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개인택시면허가 남발되고, 기름값은 폭등했다. 합승은 아예 상상도 못 할 사회구조다. 거기에 자가용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대리운전도 생겨났다. 결국 택시는 대리운전과 함께 남자가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면“택시 운전이나 할까?”라고 이야기들 한다. 과연 택시가 내 생의 마지막을 함께할 직업으로 괜찮을까? 택시를 몰고 계신 분들에게 직접 들어보자.

 

내 악마 같은 고객들 박 씨(법인택시) 851X호

  • 하게 된 계기 :택시를 시작한 지 9월이면 3년째다. 정년퇴직 후, 창업할 자금은 없고… 마땅한 취직자리도없고… 돈은 벌어야겠고….

    막상 내가 택시 기사를 해보니 택시 기사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술 먹고 구토를 하는 손님, 일단 담배를 꺼내 무는 손님은 기본. 여자 친구를 태워 보내며 마치 나를 예비 강간범처럼 바라보는 남자분의 눈빛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내가 태우기 싫은 손님 1위는 바로 조선족 손님이다. 조선족 손님들은 의심이 많다. 자신이 원하는 길이 있으면 미리 말해주면 될 것을, 꼭 도착해서야 항의를 한다. 자신이 아는 길이 아니라 돌아서 갔다고 말이다. 길에서 그분들과 한참 실랑이를 하다 보면 정말 나도 돌아버리겠다.

월 소득(188만원)26일 근무, 하루 평균 10시간 30분 근무 = 월급 127만원+초과 수입 61만원(평균 매출–사납금–유류비 및 잡비)

언젠가 (개인택시) 타고 말 거야 정 씨(법인택시) 8X26호

  • 하게 된 계기 :정년퇴직하고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일이 생각만큼 잘되지 않아서 개인택시나 몰아볼까 하고.

    지난 2009년 서울시가 2011년까지 신규 개인택시 면허를 공급해준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만약 그때 개인택시 신규 면허가 나왔으면 나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는 그냥 신규를 포기하고 면허 자격만 갖춰서 개인택시를 살까 생각 중이다. 그런데 한 달에 20일 일하고, 월 300만원을 벌어도 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사입금 때문에 개인 수입이 150만원 남짓이니, 어느 세월에 개인택시를 살까 싶다. 뭐, 사입금 때문에라도 꼭 개인택시를 사긴 사야겠지.

월 소득(151만원) 24일 근무, 하루 평균 9시간 근무 = 월급 132만원 + 초과 수입 19만원 (평균 매출–사납금–유류비 및 잡비)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니 최 씨(개인택시) 69X4호

  • 하게 된 계기 :화장품 회사를 다니다가 IMF 시절 명예퇴직을 당했다. 창업을 하면 아내도 함께 고생하겠다는 생각으로 택시를 시작하게 되었다.

    택시 운전은 운수업이다. 운이 따라주면 장사가 잘되는 좋은 직업이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기름값 벌기도 힘든 날이 있다는 말이다. 결국 갈 곳은 손님이 정하는 법. 타고 간 손님이 내리고 곧바로 새 손님을 만날 수 있고, 그런 일이 하루 종일 이어지는 경우도 있겠지. 혹은 타고 간 손님이 내리고 빈 차로 돌아다니는 거리가 손님을 태우고 간 거리보다 멀어지는 일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일희일비하면 택시 기사를 하기 힘들 것 같다. 어차피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루 종일 손님이 없다가도 초장거리 손님을 만나‘따블’ 요금을 챙길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월 소득(210만원)17일 근무, 하루 평균 운행 시간 16시간 = 평균 매출 320만원-110만원(유류비, 차량 유지비 및 자동차종합보험료)

택시의 고급화를 허하라 유 씨(법인택시) 7X12호

  • 하게 된 계기 :기술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그렇다고‘노가다’를 뛸 몸도 안 되니까, 택시 기사나 하는 거지요.

    서울과 인도네시아의 물가 차이가 7배 정도 되는데, 택시 요금은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나라 택시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의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일본 택시 요금의 20%에 불과한 지금은 그저 택시는 기사의 등골을 뽑아서 굴러가는 형편이다. 많아야 4명이 타는 택시가 무슨‘대중교통’인가? 그런데 정부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만들려 하고, 회사는 돈만 받으면 되니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 기사의 서비스가 좋을 리가 있나? 차라리 요금을 확 올려주면 꼭 필요한 사람만 택시를 타게 될 거고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다.

월 소득(195만원)26일 근무, 하루 평균 운행 시간 11시간 = 월급 155만원+초과 수입 40만원(평균 매출–사납금–유류비 및 잡비)

그땐 그랬지 신 씨(개인택시) 973X호

  • 하게 된 계기 :운전이 천직 같다. 첫 직장이 버스 조수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택시를 하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열심히 하면 먹고 살만 했다. 내가 처음 개인택시를 시작할 때만 해도 택시를 해서 아이들 대학 공부도 다 시켰다. 그런데 요즘은 그 시절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요즘은 개인택시도 삼부제가 있어서 이틀 동안 일을 하면 하루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 내가 열심히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운행을 해도 걱정인 게 하루에 기름값만 3~4만원씩 든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장거리 고객들만 찾게 된다. 택시 기사를 오래 하다 보니, 손님을 보면 대충 감이 온다. 그래서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가까운 거리를 갈 것 같은 손님은 못 본 척 지나갈 때도 있다. 나이를 먹으니까 요령만 늘고 있다. 이 나이가 되면 몸도 힘들고 말이다.

월 소득(175만원)20일 근무, 하루 평균 운행 시간 15시간 = 평균 매출 300만원-125만원(유류비, 차량 유지비 및 자동차종합보험료)
택시 정보(아래 텍스트 참고)

나는 택시다 (2013~2014년)

법인택시 등록대수 : 85,091대 (서울 21,482대)

개인택시 등록대수 : 164,314대 (서울 49,393대)

평균 월급(법인) : 141만5,000원

연료 지원(법인) : 35L(하루 기준)

평균 사납금(법인) : 13만6,000원(하루 기준)

기본요금 : 3,000원 (서울, 중형택시 기준) / 5,000원 (서울, 모범택시 기준)

택시 한 대당 승객 이용 빈도 : 33.7회 (하루 평균)

택시에 관해 우리가 몰라도 되는 것들 (하지만 알아두면 택시 기사가 되는 데 참고는 된다.)

1 일반 택시는 시간/거리 병산제로 거리에 따라 요금이 가산되지만(142m당 100원, 서울) 시속 15km 이하로 달리는 경우엔 시간에 비례하여 요금이 가산된다(35초당 100원, 서울).

2 모범택시의 차량 기준은 배기량 1900cc이상으로, 1800cc이상인 중형택시와 큰 차이가 없지만, 모범으로서의 체면을 고려해 에쿠스나 그랜저 이상의 고급, 대형 승용차를 이용한다.

3 차량 번호판으로 택시의 위법 여부를 추측할 수 있다. 현행법상 번호판에‘바, 사, 아, 자’ 외에 글씨가 적혀 있다면‘가짜 택시’로 의심해도 좋다.

4 시 경계를 벗어나면 요금의 20%가 할증되는‘시계 외 할증’은 3년 만에 다시 부활했는데, 수동 조작이라 시를 벗어날 때 직접‘시외’ 버튼을 눌러야 한다. 아쉽게도‘심야 할증’과 중복된다.

5 서울시는 승객이 6천원 이하의 택시 요금을 낼 때, 택시 기사가 부담하는 카드 결제 수수료를 전액 지원한다. 이제 짧은 거리도 미안함 없이 카드 결제하자.

택시 운전 자격시험이 뭐지?

택시 기사 자격을 부여받는 기초 시험. 4지선다형 80문항으로, 정답률이 60%만 넘으면 합격. 시도별로 다르지만 통상 월 1회 간격으로 시험이 있다.

응시 자격 : 운전면허 소지자(2종 보통면허 소지자도 가능) / 시험 접수일 당시 연령 20세 이상 / 택시운전자격 취소 처분을 받은 지 1년 이상 경과한 자 / 운전정밀검사 적합 판정 받은 사람 / 기타 택시 운전자격 취득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기타 택시 운전자격 취득 제한 사유란‘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4조 제3항 및 제4항을 말하는데,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법 조항을 쉽게 말하자면 음주운전, 폭행죄 등 각종 강력 범죄와 마약 사범, 청소년 성범죄 등 특수 범죄를 말한다. 즉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왔다면 이 조항은 크게 신경 쓸 거 없다.)

시험 과목 : 지리 / 도로교통법 /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 안전운행 / LPG 자동차안전관리 / 운송서비스 (영어, 일어: 4~7문제) / 응급처치법

응시 원서 교부 및 접수처 : 각 시도 택시운송사업조합

문의 :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www.taxi.co.kr

개인택시는 어떻게 해야 탈 수 있지?

개인택시 사업 면허를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사업용 자동차(택시, 버스 용달, 화물 등) 5년 이상 운전 경력 또는 비사업용 자동차 10년 이상의 무사고 운전 경력이 필요하다(비사업용의 경우, 개인 소유 차량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할관청이 인정하는 경우,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보통 서울에서 개인택시 자격을 갖추려면 법인택시를 3년간 무사고로 운전하면 된다. 그래서 택시 기사들은 회사의 무식한 사납금 요구에도‘3년만 참자’는 마음으로 버티는 거다.더해서 현재 서울시에서는 택시총량제에 따라 택시 수를 7만 대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즉, 새로운 개인택시 면허는 이제 받을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우선 자격을 갖추고 다른 사람의 개인택시 면허를 양도받아야 한다. 2014년 5월 기준,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 시세는 6,600만원 수준. 참고로 법인택시 기사 생활 3년으로 모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니 일단 통장 잔고부터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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