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조언 - 폭주 노인 주의보

기사 요약글

사람은 온전히 악하거나 선할 수는 없다.

기사 내용

분노 조절, 자기 조절 실패가 범죄를 부른다
 

누구나 서로 모순된 성향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 단지 지위와 역할, 처한 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드러낼 뿐, 속으로는 매 순간 동물적 충동과 씨름하며 살고 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성욕이나 공격성에서 저절로 자유로워지지 않는다. 또한 내면에서 일어나는 충동과 외부의 유혹으로부터 꿋꿋하게 자기를 지킬 수 있는 의지력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은 무분별한 행동이나 탐닉 행동, 타인에게 해가 되는 우발적 행동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심리 기제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조절력이 떨어지면 사회적 규범에서 쉽게 이탈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는 늘어났지만 노인들의 사회 활동 기회는 제한돼 있다 보니 경제적 빈곤에 처한 노인이 많아졌다. 사회적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존엄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대인 관계로부터 고립되어 있기까지 하다면, 자기 조절 실패로 인한 노인층의 범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시니어 범죄의 유형
 


우발성 범죄
 

노인 범죄는 치밀한 계획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보다 순간적인 화나 유혹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다.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층간 소음 문제다.


50대 남성이 위층에 사는 여중생과의 대화 중 화를 참지 못하고 뺨을 때려 경찰에 입건됐다.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던 위층 주민을 찾아가 곡괭이를 휘두른 50대 남성도 있다. 73세의 다가구주택 주인은 갈등 끝에 1층 세입자에게 도끼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세입자의 딸과 남자 친구를 숨지게 했다.

 

 


공공장소 범죄

 

요즘 인터넷에는 지하철 천태만상을 담은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영상에는 청년과 노인이 폭언과 폭행을 주고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런 현상은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젊은이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거나 혹은 시끄럽게 전화한다고 욕하는 50대, 노약자석을 두고 젊은이와 설전을 벌이는 노인 등 공공장소에서의 폭언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혼내도 된다는 잘못된 선입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능형 범죄
 

노인은 보험 사기의 피해자로 인식되지만 신체적 허약함과 나이를 무기로 종종 범죄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보험 사기 증가율을 보면 70대 노인층에서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은퇴 후 소득이 없어 경제적 곤궁에 처한 노인층이 보험 사기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생계형 범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안타까운 시니어 범죄가 늘고 있다. 밥값이 없어서 결혼식장의 하객으로 위장했다가 사기죄로 처벌받은 50대, 고기가 먹고 싶어 마트에서 3만원어치 갈치 두 마리와 소고기 한 팩을 훔치다 잡힌 할머니, 노숙 생활에 지쳐 차라리 교도소에 가기 위해 은행 창구를 망치로 내리친 노인 등 생계형범죄는 우리의 상식을 넘어섰다.

 

 


성범죄

 

노인의 성범죄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성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순정이 흑심으로 변해 옆집 할머니를 성폭행한 할아버지, 정신지체 주부를 집단적으로 추행한 50~60대 무리도 있었다. 부인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자 음성적인 성매매를 시도하는 노인, 교수를 사칭해 여대생을 성추행하는 노인 등 노인의 성범죄는 자신이 제압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분노 조절 못하는 시니어가 되지 않으려면
도움말 김병수(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


+건강한 생활 습관
노년기에 자기 조절력을 유지하려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적절한 영양 섭취와 충분한 휴식은 필수다. 혈당이 떨어지거나 피로가 누적되면 공격성이나 성적 욕구를 억제하는 힘 역시 약해진다. 일례로,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한 사람이 비도덕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강한 인간관계 유지
건강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인 관계에서 받는 자극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친밀감을 유지하고, 대화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을 통해 자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대인 관계를 통한 지속적인 자기 검열 과정이 있어야 욕구와 충동도 조절할 수 있다.


+삶의 목적의식 수립
노년기에 접어들면 삶의 목적의식이 점점 희미해진다. 젊은 시절에 세운 목표는 이미 이루었거나, 아니면 앞으로 더 이상 도달할 기회조차 없다고 인식하게 된다. 설령, 목표가 있다 하더라도 전과 달리 열정이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달성하기 어렵다고 느끼게 된다.

목적의식이 사라지면 사는 것이 허무해지고, 생명의 고귀함이라는 신념마저 흔들리게 된다. 자기 절제와 조절은 삶은 가치 있고 생명은 고귀하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이런 믿음이 사라지면, 사회적 규범과 도덕에 따르기보다는 즉각적인 욕구 충족에 더 몰두하게 된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라는 마음으로 지금 당장의 욕구를 채워야 한다는 충동이 강해진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면, 극단적 범죄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사회 활동 참여
성장에 대한 욕구와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해진다. 죽음을 더 가까이 느끼는 나이인 만큼, 세상에 의미 있는 것을 남기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느끼는 상실과 절망감은 젊은 사람보다 노인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자신과 가족을 위한 일뿐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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