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50대 이후의 섹스

기사 요약글

서로에게 안달이 나 있던 신혼 때는 코피가 터지도록 나누던 관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진다.

기사 내용

그러나 나이가 든다고 모두 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그저 성의 눈높이가 달라지게 되는 것. 쉰내 나는 남편은 아내가 샤워만 해도 깜짝깜짝 놀라는 반면, 젊었을 때 드러내지 못하던 아내는 거리낄 것 없는 성 욕구와 자유를 느낀다. 좀 더 자연스러운 관계를 위한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대신 남성호르몬이 늘어나면서 억눌러야만 했던 아내들도 씩씩한 아줌마로 다시 태어난다. 폐경에 대한 심리적인 반응은 복잡 미묘하나 피임으로부터의 해방감 때문에 의기양양해지고 오히려 성욕이 증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50대 여성이 애인이 있으면 가문의 영광이란 농담까지 회자되고 있고, 다수의 중년 여성들은 여전히 성적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제 우리도 성진국?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바이엘 헬스케어가 한국 등 14개 국가 18세 이상 여성 1만 404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제9회 유럽성의학학회)에 따르면, 한국 중년 여성이 ‘성생활 즐기기’ 세계 1위에 당당히 뽑혔다. 40대 이상의 중년 여성 가운데, 건강한 성생활을 즐기며 파트너의 만족과 로맨틱한 자연스러움을 필수 요소로 여기는 여성을 바이털 섹슈얼 우먼(Vital Sexual Woman)이라 한다. 세계의 40대 이상 여성 48%가 이에 해당하며 그중 한국 여성은 66%로 한국 여성의 성에 대한 의식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다른 나라는 전체 여성의 76%가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답했는데, 한국 여성은 94%가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40대 이상의 여성들은 성생활을 커플의 행복과 안정감을 위해 꼭 필요하다(59%)거나 자신이 매력적인 여성임을 재확인하는 수단(29%)으로 생각한다. 남자들 입장에서 보면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보통 중년이 넘어서면 이부자리 세력 판도가 확 달라진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아내가 남편에게 성행위를 요구하는 빈도가 61.5%, 잠자리에서 체위를 바꾸는 등 적극적인 성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52.2%라고 한다. 31.5%의 여성이 배우자의 성 능력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12%는 성 기능 장애를 치료하도록 남편에게 권한다고 한다. 색깔별로 야한 란제리를 갈아입으며 남편을 유혹하기도 하고, 고장 난 물건을 매단 채 버티는 남편을 비뇨기과로 끌고 가서 의사가 친정 오라버니라도 되는 듯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며 망신을 주기도 한다. 기어이 고쳐서 써먹고야 마는 것이다.

즐거운 관계를 위해서

미국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50~65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4%가 과거 10년 동안 좀 더 자주 성생활을 하고 있고, 43%는 30대에 느꼈던 만큼 성욕을 느낀다고 했다. 자식들에 대한 책임과 임신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것은 우리와 비슷한데, 관계를 즐기는 비법이 하나 있다. 꼬박꼬박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는 점이다. 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 중 82%에서 성생활이 전과 비슷하거나 더 좋아졌다고 한 반면,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는 여성은 62%만이 전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것뿐이 아니다. 새로운 행위나 체위에 거리낌이 없어진다. 남편의 발기나 사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아내의 손과 입이 바빠야 한다는 것을 아는 나이다. 그렇게 노력해서 하게 된 거 오르가슴까지 잘 느껴보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찾는다. 가만히 반듯이 누워있던 여자들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고 자세를 바꿔가며 성인영화에서 봤던 기술까지 흉내 내고 싶어 한다.

 

 

할매들의 <섹스 앤 더 시티>

나이 든 여자들은 창피한 줄 모르고 음담패설을 더 많이 한다. 조신했던 여자들까지 자신의 성에 대해 솔직해지고, 울화통 터지는 답답한 성문제를 누군가와 얘기 나누고 싶어 한다. 예전에 빨래터에서 했을 법한 얘기들을 지금은 별다방, 콩다방에서 커피를 마셔가며 떠들어댄다. 그렇지만 젊은 여자들처럼 내숭 떠는 비율이 적다뿐이지 감출 건 다 감춘다. 진짜로 이불 속 얘기를 다 털어놓는 여자는 많지 않고 상대가 얼마나 진솔하게 말하는지 간을 보며 수위를 조절한다. 곧 죽어도 자존심은 챙기고 싶어서 남은 홀랑 벗고 있는데 자기만 팬티를 입고 싶어 한다. 자기는 하기 싫어 죽겠는데 남편이 자꾸 하자고 해서 지겨워 죽겠다고는 하지만 그건 거의 대부분 뻥인 경우가 많다. 하고 싶어 환장하겠는데 남편 사정 때문에 못하고 있는 여성이 부지기수다. 폐경기 여성의 성 장애는 남편의 성 기능 장애 때문이지 여성의 문제는 별로 없고, 단지 잠자고 있을 뿐이다.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듣는 여자들은 그저 안됐다거나 고소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자기 남편과 비교하다가 자기네가 좀 낫다 싶으면 갑자기 행복해지기도 한다.

백년해로 하소서

성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면 때론 한눈까지 팔게 된다. ‘남편만 바라보는 여자는 한심한 여자이고 애인이 하나면 양심 있는 여자, 둘이면 세심한 여자, 그 이상이면 열심히 사는 여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쉰 넘은 여자들의 불륜이 꽤 있다. 성적 욕망과 환상에 달뜬 십대 청소년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성적 욕망이란 것이 정말 강력해서 가정,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 많은 것을 이룬 중년이 성적 욕망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바깥 남자 맛을 본 여자는 알 것이다. 처음에 자기를 늘 무시하는 남편보다 살뜰하게 인정해주고 달콤한 말로 살살 녹여주니까 혹하고 쏠리는 마음이야 있겠지만 그것이 한 번, 두 번, 반복되면서 갈등하게 된다. 죄의식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느끼는 스릴은 씁쓰름한 아이스크림 맛으로 변질될 수 있다.
세월은 병도 되지만 약도 된다. 부부 사이의 불만과 오해를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풀어낼 수만 있다면 거기가 바로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화 기술도 섹스 기술과 지식도 터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나이 들어서 성생활이 그 어떤 보약보다 낫다는 걸 안다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아기를 낳을 것도 아니고, 사랑에 미치는 나이도 아니면 무엇 때문에 하는 걸까? 정답은 쾌락이다. 간밤의 행복이 채 가셔지지 않은 남편의 발그레한 볼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