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만지며 삶의 주도성을 되찾다

기사 요약글

남들보다 조금 빨리 은퇴를 결심한 뒤 ‘목수’라는 타이틀을 명함에 새긴 서석현 씨. 어느덧 10년 넘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는 전문가가 되었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목공이라는 취미를 업으로 삼기까지의 과정을 들었다.

기사 내용

 

 

 

소품부터 공간을 압도하는 커다란 테이블까지 작품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나무 고유의 무늬와 형태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 제 작품의 특징입니다. 처음 목공을 시작할 때는 머리로 생각했던 결과물을 제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 그 자체가 좋았는데, 하면 할수록 좋은 나무에 대한 욕심히 커지더라고요.

 

집성판이 아닌 진짜 원목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목공 명장 제갈제호 선생님 밑에서 3년을 공부했고, 이렇게 제 공방이자 전시장까지 열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회사원이었다고요.

 

 

스물다섯 살 때부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어요. 성과도, 보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내 인생의 주도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문제다 싶어서 무작정 회사를 나왔어요.

 

그러다 책장이 필요해서 우연히 동네 DIY 공방을 찾아갔는데, 사장님이 목공을 제대로 한번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권하더라고요.

 

DIY 공방에서는 가공한 나무에 못질을 하거나 본드로 붙여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고 그저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하다 보니 직접 원목을 자르고 다듬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 수준까지 해보니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동안 책상에 앉아 서류 보는 일만 하다가 몸을 움직이는 만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얻게 되니 그 순간의 성취감과 희열이 정말 대단했어요.

 

처음부터 재료의 특성에 맞게 하나하나 직접 다듬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제 손이 닿는다는 점에서 제가 갈망하던 ‘삶의 주도성’이 회복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전문 목수가 되기 위해 시작하진 않았을 텐데요.

 

 

애초 계획은 ‘직업’이 아닌 ‘순수한 취미 생활’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개인 작업 공간을 마련하려다 보니 웬만한 창업 수준으로 큰 비용이 들어 아예 상업성을 겸비한 목공 스튜디오를 차리게 됐습니다.

 

 

취미로 하는 분들은 베란다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혼자 책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작업하는 분들은 베란다에 작업 공간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소음과 먼지로 인해 이웃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겁니다.

 

못을 박거나 드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힘이 몇 배로 더 드는 수공구 작업을 하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요.

 

개인 작업실을 따로 꾸리는 게 좋은데 비용이 만만치 않죠. 그래서 지역 주민들끼리 공동 작업실을 마련해 비용을 분담하고 고가의 장비도 공동 구매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업실을 꾸리면서 본격적인 업(業)이 된 거군요.

 

 

작업실에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고, 2013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참가를 계기로 가구 제작을 의뢰하는 고객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주문 제작인만큼 무엇보다 고객의 의견이 중요해요. 어떤 용도로 쓸지, 어디에 배치할지, 원하는 크기와 모양은 무엇인지 등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교감이 이루어져 보람 있고 즐거워요.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것 이상의 가치가 거기서 나옵니다.

 

실제로 저에게 테이블을 주문한 손님 중에 매일 퇴근길마다 스튜디오에 찾아와 테이블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 분도 있었어요. 단순히 손님과 목수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해나가는 파트너가 된 느낌이었달까요.

 

 

나무를 만지는 삶을 택하면서 무엇을 얻었나요?

 

 

작은 테이블 하나를 만들 때에도 목재 선정, 설계, 재단, 가공, 조립, 마감, 도색 등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들이 마치 제 인생이 발전해 나가고 있는 과정으로 느껴졌어요.

 

중간에 귀찮다고 혹은 실수로 한 과정이라도 건너뛰면 겉은 그럴싸해 보일지언정 결과적으로는 금방 망가지거든요.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순서대로 필요한 과정을 거치는 목공이 좋았고, 그래서 직업으로 삼았지요. 덕분에 제 삶도 점점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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