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돌보는 방법은 몰두할 ‘거리’를 만드는 것

기사 요약글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작가인 남궁인은 생과 사를 오가는 위급한 현장을 글로 풀어내며 인간 본연의 치유에 대한 답을 찾아왔다. 그는 소소한 일과에 대한 긍정적인 몰두를 치유 방법으로 제시한다.

기사 내용

 

 

 

최근 몇 년 동안 응급실에서 체감하는 큰 변화가 있나요?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10대 자살 환자가 많아졌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부모와 마찰이 커진 게 큰 이유라고 봐요. 서로 마주칠 시간이 많으니까 부딪힐 일도 빈번해지는 거죠.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를 한 중년도 늘었어요.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아주 연관성이 없다고 하긴 어려워요. 우울증은 관계가 무너질 때 오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가 관계를 차단했으니까요.

 

 

관계의 단절이 마음의 병으로 이어진 거군요.

 

 

마음은 워낙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정신과에서 주요하게 여기는 질환이 조현병·우울증·경조증 세 가지인데, 모두 다 자살과 관련이 있어요.

 

자살은 마음의 병이 깊어졌을 때 나오는 가장 극단적인 사고죠.

 

 

자살은 내 몸을 돌보는 일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거잖아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통계를 보면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데, ‘돈이 없어서 자살한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돈이 없으면 가정이 붕괴되고, 가정이 붕괴되기까지 얼마나 아프고 고립됐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해 할 수 있죠.

 

예전에는 ‘너는 왜 못 이겨내냐’ ‘정신력이 부족하다’ 이런 말을 많이 했지만 요즘은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상담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고 인식하죠. 그래서 스스로 마음의 병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게 우선되어야 해요.

 

 

스스로 마음이 아프다는 걸 진단하는 방법이 있나요?

 

 

온라인에서 우울이나 불안 자가 진단 테스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대부분 ‘식욕이 없다’ ‘잠이 안 온다’ 같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묻는 질문이에요. 다시 말하면 마음의 병이 생기면 감정이나 욕구가 사라져요. 의지도 없고요.

 

만약 자신이 그런 상태라면 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늘 응급 환자를 치료하는 선생님의 마음은 건강한가요?

 

 

힘들다고 생각하면 사실 다 힘들어요. 솔직히 말하면 기쁠 일이 하나도 없는 직업이죠. 저는 특히 폭력 피해 환자를 볼 때 많이 괴로워요.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환자를 보면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표가 떠나지 않거든요.

 

 

의사이면서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그와 같은 인간에 대한 물음표의 답을 찾는 과정일까요?

 

 

의도하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글이 나온 것 같아요. 의사는 환자가 사망하면 사망 선고를 하고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환자나 가족은 그렇지 않잖아요.

 

<만약은 없다>라는 책은 환자 입장에서 얼마나 슬프고 아플까 생각하면서 썼다면 <제법 안온한 날들>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쓴 에세이인데, 결국 치유에 대한 답은 사람에게 묻고 또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로서의 삶이 응급실 의사의 지친 마음을 힐링해 주는군요

 

 

그런 것 같아요. 특히 응급실에서 벌어진 일을 수시로 기록하고, 글이 구상했던 틀과 잘 맞을 때 일상이 환기되는 걸 느껴요.

 

그리고 저뿐 아니라 응급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하는 휴식법이 있어요. ‘암실 만들기’입니다. 밤에 일을 하니까 최대한 신체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침실을 암실로 만들고 잠을 자요. 숙면을 취하면 그만큼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근심 걱정도 털어낼 수 있으니까요.

 

 

생체 시계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건강해질까요?

 

 

저는 퇴근하고 글을 쓰는 상당히 단순한 루틴으로 살고 있는데요. 그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작업할 것을 미리 염두에 두고, 그 작업을 마친 후에 또 해야 할 것들을 분 단위로 계획해서 반드시 지켜요.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시간을 나눠서 취미를 즐기고요. 요리를 하거나 달리기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죠. 하루를 알차게 쓰고 나면 굉장히 뿌듯하고, 다음 일에 몰두도 잘돼요.

 

 

결국 일상에 몰두하는 것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치유법이네요.

 

 

긍정적으로 몰두할 거리들을 만들어두는 것이 건강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거창한 일이 아니라, ‘내가 어제 무슨 글귀를 읽었는데 좋았다’라고 느껴지면 그런 좋은 생각을 부르는 다른 글귀를 찾아보거나, 어제 먹은 라면이 맛있었다면 그 라면의 레시피를 찾아보는 식으로 소소한 긍정적인 몰두가 하나하나 늘어나면 치유력도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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