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고고학자에서 육십 넘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기사 요약글

소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는 70·80대 노인 다섯 명이 요양원에 있을 바에야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며 강도단을 결성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은행·박물관·카지노 등을 털면서 노인을 함부로 대하는 사회에 통쾌한 복수를 펼치는데, 책은 전 세계적으로 2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많은 사람이 응원했던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노인들의 이야기를 만든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가 은퇴 후 60이 넘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기사 내용

 

 

 

북유럽처럼 복지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소설 속 주인공들이 ‘요양원보다 감옥이 낫다’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을 요양원으로 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 요양원 생활을 시작하신 제 이모를 보면서였어요. 처음엔 꽤 만족스러워하셨습니다.

 

돌봐주는 사람이 많고, 식사도 아주 잘 나왔지요. 주 1회 음악가들이 직접 찾아와 노래와 공연도 해주었고, 커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직원이 다섯 명에서 한 명으로 줄었고, 그로 인해 노인들의 외출이 불가능해졌어요. 하루에 마실 수 있는 커피도 세잔으로 제한되었지요.

 

너무 화가 났어요. 오늘의 스웨덴을 만든 분들인데 원하는 만큼 커피도 마실 수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되지 않나요? 감옥에서도 세끼가 제공되고, 체조하는 시간이 있고, 심지어 하루 1시간 외출이 가능한 세상인데 말이죠.

 

‘아, 말년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려면 차라리 감옥에 가야 하는구나’ 싶었지요. 그런 생각 끝에 차라리 감옥이 낫다며 요양원을 탈출하는 유쾌한 노인 강도단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범죄자예요. 하지만 은행을 털면서도 다정하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했고,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신경 썼으며, 훔친 돈으로 사회적 약자인 과부와 노인, 환자들을 돕는데 씁니다.

 

누구나 행복해야 한다는 원칙을 항상 지키는 것이죠. 저는 노인들을 요양원에 격리해야 할 골칫거리가 아닌, 영웅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본인과 소설의 주인공 메르타가 무척 닮았습니다.

 

 

아무래도 제 경험과 생각 그리고 상상하고 바라던 것들이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에 많이 녹아있을 거예요. 소설 속 주인공들과 현실 속의 저는 계속해서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들 덕분에 저는 전 세계 시니어는 물론 젊은 세대까지 응원하는 소설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니까요. 그것도 60을 훌쩍 넘은 나이에 말이죠.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웃는 것을 보면서 저 자신도 더 이상 늙는 것을 걱정하지 않게 됐지요.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전혀 다른 일을 했다고요?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해양 박물관에서 수중고고학자로 근무했어요. 인생 대부분을 바닷속에서 살았지요. 침몰한 배에서 유물을 찾아내 한때는 돈도 넉넉히 벌었습니다.

 

그런데 은퇴 후 연금으로 생활하니 수입이 절반으로 줄더라고요. 큰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와중에 “글을 잘 쓰니까 책을 한번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지인들 말을 듣고 도전하게 됐어요. 사실 여덟 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긴 했어요. 그 꿈이 은퇴 후 인생 2막의 돌파구를 여는 데 도움을 준 셈이죠.

 

이왕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니 베스트셀러를 써야겠다고 목표를 높게 잡고, 시중에 나온 베스트셀러 책들을 2년 동안 연구했어요. 딱히 비법을 찾지는 못했지만요.

 

 

그래도 목표를 이뤘습니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까요.

 

 

베스트셀러라고 표현하긴 했습니다만, 정확히 말하면 제 목표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 바람대로 제 책의 독자는 7세부터 106세까지 다양합니다. 특히 11~14세 남자 아이들이 좋아한다는데 제 정신연령과 딱 맞는 것 같아요(웃음).

 

나이 들어서 글을 쓰는 게 어렵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저는 오히려 늦게 시작한 덕분에 좋았어요.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이 보고 경험한 것들이 글을 쓸 때 굉장히 유용했습니다.

 

제 소설 속 주인공은 모두 80세 전후입니다. 처음에는 더 젊은 나이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생각해 보니 스웨덴 사람들은 80세가 넘지 않으면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80세가 넘어도 자신이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요. 실제로 제 지인 중 한 분은 96세에 블로그를 시작해 10년 넘게 열심히 하고 있지요.

 

 

그런 분들을 보면 나이가 많다는 것이 꼭 늙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닌것 같아요.

 

 

늙음의 기준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몇살이든 간에 생각이 젊으면 늙지 않는 것이지요. 몸이 마음만큼 안 따라주면 식습관을 조절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지요.

 

저는 성격이 아이 같아요. 딱 열세 살 어린이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젊은 마음’과 ‘늙은 몸’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어요. 매일 아침 빼먹지 않고 체조를 하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산책을 합니다. 과일과 채소, 견과류를 많이 먹고 신선 식품 위주로 섭취하지요. 아직 젊은 정신과 마음을 즐겨야 하기에 적절한 수준에서 노력합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할 일을 찾는 것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기간이 절대 3일을 넘기지 않습니다.

 

 

삶의 균형이 너무 일에 쏠려 있는 건 아닌가요?

 

 

저는 일을 해야 행복한 사람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좀 쉬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저는 되레 쉬면 뭘 할 거냐고 반문합니다. 일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움이고 행복이고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비단 돈을 벌고 노동을 하는 것만 일이 아니라, 호기심이 생기는 모든 것이 제겐 일입니다.

 

저는 관심사가 굉장히 다양해요. 글쓰기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새로운 것 배우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하루가 48시간이라도 어렵지 않게 하루하루를 잘 보낼 수 있어요.

 

 

호기심이 삶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제겐 호기심이 원동력 정도가 아니라 인생에서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 기준이 되어줍니다. 이 일에, 이 사람에게, 이 장소에 호기심이 얼마나 생기는지를 최우선에 놓고 결정했을 때 늘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어려서부터 그랬죠. 그때는 역사가 제게 호기심 천국이었어요. 특히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흔적과 이야기를 직접 발견하고 싶어서 수중고고학자가 되었습니다. 육지의 역사는 많이 연구하고 발굴되고 있었지만, 바닷속은 호기심이 최고조에 이르는 무한한 세계였죠. 그래서 다이빙을 배워 매일 9시간씩 탐사하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고요.

 

어떤 도전이든 망설여본 적이 없습니다.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고 일단 해보는 것으로 답을 얻습니다.

 

 

 

 

알고 싶은 것, 하고자 하는 일은 무조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작가님도 이루지 못한 것이 있나요?

 

 

가정을 이루는 것은 못 해봤습니다(웃음). 약혼은 한 적이 있어요. 결혼을 고민하던 시기에 호주 인도양에서 7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무인도 탐사를 앞두고 있었지요.

 

약혼자가 “카타리나, 결혼하면 그 일은 못 해”라고 말했는데, 등줄기가 싸늘해지더군요. 결국 약혼자와 헤어지고 호주로 갔지요. 그 당시 저는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 세상을 모험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거든요.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과 미래를 알 수 없는 도전과 모험 중에 늘 후자를 선택했고, 덕분에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생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92세에 비서와 새 가정을 꾸리고 7년을 함께 살다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그 7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숨이 멎는 순간까지 누구나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이에 따라 방식이 달라질 뿐이지요.

 

 

새로운 일에 도전은 할 수 있지만, 그 도전을 성공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저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자기최면을 걸어요. 처음부터 제 목표는 베스트셀러를 쓰는 거였는데,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난 쓸 거야’라고 계속 최면을 걸었어요.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베스트 셀러를 쓰기 위해 무엇이든 도전하면서 확률을 높이는 거죠.

 

요즘 저는 전 세계 사람들이 300년 이상 읽을 고전을 써야겠다고 최면을 걸고 있어요. 물론 어렵지요. 하지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가 계속 주어지고, 삶의 의미와 재미를 찾게 될 거예요.

 

 

작가님에게 새로운 도전은 삶을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같아요.

 

 

저는 제가 살아온 방식이 꽤 마음에 듭니다. 돌아보니 무척 괜찮은 삶을 산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같이 있는 자유를 느끼며 살았고, 그 누구도 저에게 뭘 하라고 시키는 사람도 없었지요.

 

종종 부모가 자식에게, 반대로 자식이 부모에게 “이렇게 하지마세요” “저렇게 하세요”라면서 시킬 때가 있어요. 저는 서로가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도 자식도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간섭하지 말고 뭐든지 할 수 있도록 응원부터 해야 합니다.

 

삶은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해요. 하루하루를 좋은 날로 만들기 위해 계속 싸워야 하는 게 삶이지요. 그러니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서로를 응원해 줘야지요.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한 응원, 서로에 대한 응원이 하루하루 쌓이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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