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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물이란 무엇인가요?
귀리, 조, 콩 같은 곡물은 도정을 아예 안 하지만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 보리, 밀은 도정을 합니다. 이때 겉껍질뿐 아니라 속껍질까지 벗기는데, 결국 우리 몸에 중요한 건 다 깎아버리고 탄수화물 덩어리만 먹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겉껍질만 벗긴 곡물을 통째로 먹자는 것이 통곡물 자연식입니다.
늘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셨지만, 그 분야가 갑자기 통곡물이라 의외였습니다. 갑자기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방송 출연이 잦았을 때 한참 배가 고플 오후 5시부터 두 시간 내내 생방송이 이어졌기에 방송 직전 곰보빵과 크루아상, 초콜릿바같이 칼로리가 높은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방송이 끝나면 거하게 밥을 먹곤 했지요.
8개월 후 몸무게가 5kg이 늘었더군요. 그리고 3개월 후 스리랑카에 갔다가 며칠 후 체중을 재보았더니 3kg이 빠진 겁니다. 살을 빼려고 노력한 것도 아닌데, 참 희한했어요. 서울에 있을 때와 다른 것이라곤 아침저녁으로 싱싱한 채소 위주로 식사를 한 것이 전부였거든요.
이후 먹거리에 대한 책을 100여 권 읽으며 공부했습니다.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해야 하고 좋은 공기도 마셔야 하고 심리적 안정도 구해야 하는데, 건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바로 먹는 거였어요.
그 이후 식단을 어떻게 바꿨나요?
우리 몸은 영양소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좋은 영양소인지, 나쁜 영양소인지에 따라 신체가 변하는 겁니다. 즉 내가 먹는 것이 곧 내 몸인 거죠. 공부하면서 백미, 흰 밀가루로 만든 빵과 과자, 라면을 별생각 없이 먹었던 지난 삶을 처절하게 회개하고 반성하며 결심했죠.
일단 주식을 바꿨습니다. 우리의 주식은 쌀이고 빵이잖아요. 그래서 밥을 바꿨습니다. 현미, 통밀, 현미 찹쌀, 귀리, 기장, 검은콩 위주로요. 그랬더니 특별한 운동도 안 하는데 한 달에 1kg씩 1년 동안 13kg이 빠지더라고요. 지금 몸무게가 5년째 그대로입니다.
통곡물이 건강에 좋은 건 알지만 거칠고 딱딱해서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딱딱하고 거친 통곡물을 먹을 때는 철저하게 씹지 않으면 안 됩니다. 소화가 안 된다는 사람은 잘 안 씹는 사람, 성질이 급한 사람이지요. 그러면 통곡물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습니다.
통곡물 자연식은 저작 운동이 핵심입니다. 우리는 너무 ‘후다닥’에 익숙해 있어요. 식사도 마찬가지지요. 밥 먹는 시간이 대개 10~15분 정도입니다. 잘 씹고 삼키려면 적어도 30분 정도는 잡아야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곡물이 입안에서 엿당이 될 때까지 씹는 것입니다. 우리가 밥을 입에 넣고 씹으면 침(아밀라아제)이 나와 녹말을 맥아당으로 바꿉니다. 맥아당은 엿처럼 맛있다고 해서 엿당이라고도 하지요. 엿당으로 바뀐 다음 삼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침이 많이 나올 때까지 씹은 뒤 삼켜서 위로 보내지요. 그래야 소장에서 포도당으로 흡수됩니다. 소화가 안 된다는 것은 엿당으로 바뀌기 전에 삼키는 바람에 너무 빨리 음식물을 넘겼다고 소장이 우리 몸에 보내는 신호라고 할 수 있지요.
시간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음식은 먹기 시작한 후 15~20분이 지나야 뇌에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흰쌀밥은 10분 이내에 다 먹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뇌에서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다 먹는 것이지요.
빠른 식사가 과식을 부른다는 얘기네요.
뇌가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계속 먹게 되니 과식하고 몸에 탄수화물만 쌓이게 되는 겁니다. 탄수화물은 몸에서 지방으로 저장되기에 결국 과지방이 돼 뱃살로 나타나는 거고요.
빨리빨리 문화가 성질만 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몸까지 망가뜨리는 셈입니다. 씹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든 자연의 섭리인 거지요.
통곡물 자연식을 잘하기 위한 요령이 있나요?
첫째, 밥 따로 반찬 따로 먹는 것입니다. 둘째, 밥을 입에 넣은 후에는 반드시 수저를 밥상에 내려놔야 합니다. 왜? 들고 있으면 반찬의 유혹을 받기 때문이죠. 밥하고 반찬을 함께 삼키면 맛있어서 또 삼키게 되거든요. 앞서 말했듯 씹을 땐 엿당이 나올 때까지, 즉 단맛이 느껴질 때까지 씹어야 하고요.
식사 시간이 너무 길면 지루하지 않을까요?
처음엔 지루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우두커니 식탁에 앉아 있기 힘들어 입에 밥 한 숟갈 넣고 씹으면서 옷을 갈아입는다든지 주변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습관이 되니 지금은 딴짓을 하지 않아도 느긋하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씹는 순간순간을 즐긴다고 할까요. 씹는 것에 몰입하면서 잡념을 버리는 겁니다. 이를 두고 ‘씹기 명상’이라고 이름을 붙이자는 사람도 있었지요(웃음).
어렵다면 씹는 순간마다 “감사합니다”라고 해보세요. 사람들은 행복에 관해서 얘기할 때 마음의 행복을 중점적으로 얘기합니다. 그래서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하거나 마음의 변화를 통해 행복해지려고 하지요.
그런데 마음의 평안만으로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어요. 물론 마음과 정신을 수련하면 그만큼 몸도 좋아집니다. 그러나 몸도 그만큼 수련해야 합니다. 심신일여(心身一如),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하잖아요.
몸이 좋아지면 그만큼 마음도 좋아집니다. 그런데 몸 수련의 핵심이 바로 먹는 것이고 씹기 운동입니다. 씹기 운동은 뇌 운동입니다. 씹을 때 머리를 자극하니 치매 예방에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하면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나요?
통곡물 자연식으로 씹기 운동을 철저히 한다는 가정하에 일주일 후면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변화가 바로 대변이에요. 깜짝 놀랄 겁니다. 과거에는 딱딱하고 찔끔찔끔 나오던 변이 황금색으로 바뀌어 있을 겁니다. 통곡물의 핵심 요소가 섬유질이잖아요. 몸속 독소와 노폐물을 빼주고 장을 건강하게 해주지요.
또 섬유질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동의보감>에 ‘장청뇌청(腸淸腦淸)’이라는 내용이 나와요. 장이 깨끗하면 뇌가 깨끗하다는 거예요. 뇌와 장은 신경세포로도 연결돼 있지만, 영양분의 통로로도 연결돼 있다는 겁니다.
또 의료계에서 ‘피부는 장의 거울’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요즘 피부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거든요. 제 얼굴을 자세히 보면 검버섯 자국이 있어요. 이게 전에는 까맣게 드러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국만 남았어요. 장이 깨끗해지니까 혈관도 깨끗해지는 거죠.
혈관은 또 몸 세포에 영양분을 전해 주잖아요. 피부도 세포이니 피부가 좋은 영양소를 공급받아서 깨끗해진 거지요. 통곡물밥, 통밀빵이야말로 장 청소부, 혈관 청소부, 세포 청소부입니다.
일상에서 통곡물 자연식을 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 주세요.
일단 현미를 구입할 때 도정 날짜를 꼭 확인하세요. 일주일 이내에 도정한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니 한꺼번에 많이 사지 말고 소량으로 사세요. 일주일 정도 지나면 산패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은 쌀은 냉장 보관을 하세요. 기왕이면 가정용 즉석 도정기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곡물의 영양과 생명력이 온전히 담겨 있고, 물에 불리지 않아도 맛있는 밥이 됩니다.
외식을 할 때는 통곡물 자연식 식당을 찾기 어렵고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도 배려해야 하니 저는 집에서 통곡물밥만 도시락에 싸서 나옵니다. 그리고 웬만한 한식당에 있는 메뉴인 비빔밥을 주문해 제가 싸온 밥과 나물을 함께 먹곤 하지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통곡물 자연식을 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통곡물 자연식으로 내 몸도, 우리가 사는 세상도 더 건강하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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