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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안 목공방, 나뭇결 따라 그리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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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 목공방을 차릴 생각은 어떻게 했나요?

 

 

이곳 공전역은 원래 충주와 제천을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던 역사였어요. 많은 간이역이 그렇듯 여기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용객이 줄어 2008년부터 더 이상 열차가 서지 않게 되었죠. 목공방을 하고 싶어서 장소를 물색하다가 우연히 우리나라에 문을 닫은 간이역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공과 간이역의 조합이 꽤 괜찮다는 생각에 여러 곳을 돌아봤어요. 그러던 중 널찍한 마당과 제법 규모가 큰 대합실이 있는 공전역이 한눈에 쏙 들어왔고, 코레일을 통해 임대 절차를 밟고 문을 열었어요. 이곳도 기차역으로서 쓸모를 잃었다가 목공방으로 새로운 역할을 찾은 셈이죠.

 

제 작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개인 공간일 뿐 아니라, 목공 체험 수업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갈 수 있게 되었어요.

 

 

문 닫은 기차역 안에 목공방이 있다는 건 사람들이 잘 모를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붐비는 시내가 아니니 공방을 열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바로 찾아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간이역에 차린 목공방이 독특했는지 지역 방송국에서 촬영하러 왔고,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전국에서 찾아오시더라고요.

 

학생들의 체험 학습, 회사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신청하는 분이 많아지면서 입소문이 났고요. 바로 앞에 제천천이 흐르고 인근에 영화 <박하사탕> 촬영지가 있어 여행객도 많이 오셨어요.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감사패 등을 주문하는 곳이 늘었고, 강의를 요청하는 곳도 많아졌습니다.

 

 

 

 

원래 목공과 관련된 일을 했나요?

 

 

저는 나무를 만지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전기를 전공한 후 대기업에 다니다가 공연 기획과 무대조명 관련 일을 20여 년 동안 했어요.

 

집에서 커터 칼로 거북이 같은 동물을 조각하는 취미가 있긴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나무를 섬세하게 자를 수 있는 톱을 구하게 됐어요. 장비가 달라지니까 나무를 만지고 깎는 재미가 갑자기 커지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목공에 몰입했지요.

 

 

취미에 머물지 않고 목공방까지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다들 그렇듯 직장 생활을 20여 년 하다 보니 막연한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어요. 직장을 얼마나 다닐 수 있을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 밀려오더군요. 고민할 바에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조금 덜 먹고 덜 쓰자는 생각으로 48세에 조금 빨리 퇴직을 했어요.

 

취미 생활이 무르익으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잖아요. 비록 커터 칼로 시작한 취미였지만 즐겁게 꾸준히 하다 보니 인생의 두 번째 길까지 열어주더라고요.

 

 

 

 

이곳에 공방을 열면서 삶의 터전도 바뀌었다고요.

 

 

원래 도시에 살았는데 여기에 공방을 열면서 집도 근처로 옮겼어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귀촌인이 됐죠.

 

제가 살고 있는 싯개마을은 작은 마을이라 처음에는 저도, 이웃들도 서먹서먹했어요. 그런데 공방이 북적북적해지면서 주민들과 상의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여러 가지 일을 도모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을에 스며들었습니다.

 

마을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충북도청에 직접 건의해서 공전역 주변을 꾸몄고, 봄에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농사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고요. 제 삶도, 마을도 예전보다 많이 생기 있어진 것 같아요. 기쁜 일이죠.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보여요.

 

 

사실 회사를 다니던 때와 비교하면 수입은 많이 줄었지만 고즈넉한 시골 생활도 좋고, 언젠가 쫓겨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 없이 나무를 만질 수 있어서 만족감이 큽니다.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때로는 그만 접어야 하나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도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것만큼 값진 보상이 있을까 싶어요.

 

앞으로는 목공이 아닌 다른 분야 공예가들과 협업해 간이역 공방에서 간이역 미술관으로 확장해 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이 편하게 이곳을 오가게 될 것이고, 제 삶도 더 풍요로워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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