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돌보는 노년을 위하여

기사 요약글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이들이 ‘9988234, 즉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죽는(4) 것’을 꿈꾼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은 침대 위에서 타인에게 몸을 의지하며 사는 것이 현실이다. 나이가 들면 신체가 노화되어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며 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까? 서 울아산병원 노년내과에서 수없이 많은 노인을 진료하고 있는 정희원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며,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돌보면서 존엄하게 나이 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기사 내용

 

 

 

지금 중년들은 30년 후 어떤 노년을 맞이하게 될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약 83세이고, 건강 수명은 73세입니다. 지금 50~60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건강한 상태로 노년을 맞이하는 분들이라고 볼 수 있지요. 상당수가 100세까지 살겠지만, 100세까지 ‘건강하게 생존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노화의 궤적은 사람마다 차이가 매우 큽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분이 있는 반면, 노쇠하거나 인지 저하로 일찍부터 돌봄이 필요하신 분도 있지요.

 

같은 나이에도 정반대의 노화 과정을 겪는 것은 타고난 유전자나 질병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50~60대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노년기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노력에 따라 노년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가요?

 

 

내원하시는 분들께 항상 지금이 가장 노력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60대에 무리한 다이어트나 잘못된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본인의 신체 나이에 비해 골다공증이나 근감소증이 일찍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온몸이 아프고 근골격계가 불편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노쇠하게 되죠.

 

어떤 분들은 맛있는 것 먹고 술 마시고 즐기는 것이 인생에서 매중요한 가치라며, 1~2년 정도 일찍 죽어도 좋으니 관여하지 말라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 습관이 수명을 1~2년 단축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노화와 치매 발병 시기를 앞당겨 결국 일찍부터 돌봄이 필요한 삶을 살게 하는 겁니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노년,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저는 한 사람에게 돌봄이 필요해지면 대략 세 사람에 해당하는 문제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환자 자신의 생산성이 사라집니다. 삶의 질이 떨어지고 경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지요. 둘째, 가족 중 누군가 한 명은 간병을 해야 합니다. 그분도 간병을 하느라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지요. 셋째, 이 두 분을 건사하기 위해 누군가는 돈을 추가로 벌어야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3인분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결국 노인 한 명을 간병하는 일은 가족 전체, 나아가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지겠네요.

 

실제로 재가 돌봄, 즉 집에서 노인 한 명을 돌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한 달에 250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식비는 포함되지 않은 순수 돌봄에만 소요되는 비용이고요. 현재 물가로 보면 대략 1명을 간병하는 데 월 5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요.

 

 

생각보다 경제적 부담이 꽤 크네요.

 

 

그뿐 아닙니다. 종종 ‘간병 살인’이나 ‘간병 자살’이라는 말이 들리는데, 이는 끝을 알 수 없는 돌봄 기간 때문입니다. 스스로 몸을 돌보지 않아 일찍부터 노화가 시작되면, 원래 6개월 정도 돌봐도 될 분을 10년씩 간병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결국 가족들이 신생아 육아를 다시 10년쯤 하는 셈인데, 육아와 간병이 방법은 유사할 수 있지만, 과정은 정반대입니다. 육아는 아이의 성장과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줄어들지만, 노인 간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더욱 노쇠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실을 부축해서 모시고 가다가 나중에는 침대에서 대변을 받아내야 하는 식으로 돌봄의 부담이 점점 커집니다. 이렇게 기약 없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돌보는 이들의 번아웃도 굉장히 심해지지요.

 

 

우리나라 정서상 노인이 되면 봉양을 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겼는데요.

 

 

과거에는 연명 치료를 장기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 노인을 봉양하는 기간 자체가 길지 않았습니다. 또 대가족이어서 돌봄의 부담도 다른 식구들과 나누었고요. 하지만 요즘은 한 가정에 자녀가 한두명인 경우가 많아서 현실적으로 가족이 돌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죠.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거나,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가족 중 한 명이 엄청난 번아웃을 혼자 감당하면서 돌보게 됩니다.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가 80대가 되면 가족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돌봄을 받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잘되어 있으니 요양원이나 재가 돌봄 서비스 등 사회 시스템에 의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분석해 보니 돌봄이 필요한 분이 2021년에 대략 97만 명 정도였고, 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약 50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필요했습니다.

 

한데 2041년이 되면 돌봄이 필요한 분은 2021년의 약 3배인 297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단순 계산으로 요양보호사도 150만 명이 필요하겠죠.

 

그러나 문제는 생산 가능 인구가 앞으로 20년 동안 3분의 2로 줄어든다는 겁니다. 사회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노인 돌봄에 필요한 인력이 3배로 늘어날까요?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재가 돌봄 시스템도 마냥 지속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니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돌봄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어쨌든 유지는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돌봄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결국 나이 든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이들을 케어하는 사회적 시스템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는 개개인이 건강한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해서 돌봄이 필요 없는 몸을 미리 만들어놓는 것이 그 어떤 자산보다 훨씬 가치가 높을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돌보는 게 최선의 대안이군요.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현재 50~60대들이 건강 관련 지식을 굉장히 많이 알고 있고, 경제력도 좋은 편이며, 또 부모님 세대에 비해서 훨씬 더 건강하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부터 건강관리를 잘하면 90세가 됐을 때도 남에게 도움받지 않고 나이 들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나이들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50대부터 70대 초반까지는 만성질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의사 말에 따라 약을 잘 복용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하지요.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근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지요. 근력만 유지돼도 화장실에 혼자 가고, 많은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지 기능을 유지해야 합니다. 독서를 통해 주기적으로 인지 자극을 주고, 신체 활동을 열심히 하면‘인지 예비능’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인지 예비능이 좋아진다는 것은 치매가 되는 인지 기능의 경계선으로부터 충분히 멀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알츠하이머나 뇌경색으로 인지 기능은 떨어지더라도 인지 예비능이 높으면 실제로는 치매의 기준선을 넘지 않게 되지요. 인지 예비능을 높이려면 금연과 절주는 기본입니다. 그리고 인지 자극이 충분하도록 70~80대까지 꾸준히 독서를 하는 것도 좋아요.

 

 

신체적, 인지적 준비 외에 더 필요한 게 있다면요?

 

 

경제적 자산을 안정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노후 대책으로 몇 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최대한 늦은 나이까지 사회적 활동을 해서 조금이라도 현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이 들어서도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을 계속 유지해서 노동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고,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빈곤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한 경제적 활동을 통해 다시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을 좋게 유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하면 정말 아프지 않고 천천히 늙을 수 있을까요?

 

 

노화를 늦추는 것은 가능합니다. 수많은 연구 결과 중 노화 과학 가설이라는 게 있습니다. 생물이 사는 동안 세포와 조직이 나이 들면서 작은 고장이 반복되고 이것이 쌓여 당뇨나 고혈압, 만성콩팥병 같은 질환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만성질환이란 조직이나 장기에 쌓인 노화의 결과물인 셈이죠.

 

그래서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이티끌이 쌓이는 속도 자체를 느리게 만들면 병이 생기는 속도가 느려지고 수명도 연장할 수 있겠지요.

 

 

같은 나이의 친구라도 어떤 사람은 나이 들어 보이고 어떤 사람은 젊어보이는 것도 같은 원리일까요?

 

 

무엇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얼마만큼 받는가에 따라 노화의 속도는 달라집니다. 이 요인들에 따라 어떤 사람은 1년에 1년 치 늙지만, 어떤 사람은 1년에 2년 치 늙고, 또 어떤 사람은 1년에 0.5년 치만 늙을 수도 있는 거지요.

 

이러한 차이가 40~50년간 쌓이다 보면 내 얼굴과 장기의 질병 패턴 등이 달라지게 되는거고요. 70~80대가 되면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에도 차이가 생기고, 결국 내 몸에 돌봄이 얼마큼 필요한지도 차이가 납니다.

 

 

평소 ‘티끌’을 쌓는 속도와 양이 노년의 삶을 결정짓는 거네요.

 

 

노화 속도가 빨라 자주 고장이 나면 ‘노쇠’로 진행됩니다. ‘노쇠’는 내 몸속에 있는 부속들 중에서 고장 난 것들이 차지하는 비율이라 할 수 있어요. 반대로 고장 나지 않은 것들은 ‘내재 역량’이라고 표현합니다.

 

나쁜 생활 습관을 반복하고 만성질환을 잘 치료받지 않으면 내재 역량은 빠르게 떨어집니다. 젊었을 때는 이게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질병이 많아지고 고장이 늘어나면 어느 순간부터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근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게 되고, 어느 수준 이하가 되면 돌봄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는 30~40대부터 내가 쌓은 ‘티끌’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내재 역량은 타고나는 건가요, 길러지는 건가요?

 

 

내재 역량은 일부 타고 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 간 수명의 차이 중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20% 정도 되니까요. 하지만 많은 부분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생 동안 꾸준히 운동하면 신체 기능을 계속 좋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평소 인지 활동을 꾸준히 해서 인지 예비능이 높아지면 머릿속에 알츠하이머 병소가 많이 생기더라도 치매에 걸리지 않을 수 있고요. 결국 내재 역량을 꾸준히 기르면 80대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지 상당 부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지요.

 

 

 

 

현재 한국 노인들의 내재 역량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세계보건기구(WHO) 방식으로 계산한 건강 수명 지표에 따르면 1위는 일본, 2위는 싱가포르, 3위가 한국입니다. 내재 역량이 꽤 높은 편이지만, 한국의 기대 수명은 83년, 건강 수명은 73년으로 약 10년의 간극이 있습니다.

 

즉 10년 간은 다소 노쇠한 몸 상태로 지내야 한다는 의미지요. 이 10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 노년의 미래는 상당히 밝을 것입니다.

 

 

그 10년의 간극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 내재 역량 관점에서 놀라운 환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이가 많아 뇌가 쪼그라들고 노화성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매로 진행되지 않은 분이 있고,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을 앓았지만 신체 기능을 잘 유지해 사회적 활동을 지속하는 분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질병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개인의 노력에 따라 전체적인 신체 기능은 상당히 잘 유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질병에 걸리더라도 어느 정도는 상쇄하며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죠.

 

 

유병 장수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지금은 무병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약으로 다스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장수하려면 질병보다는 노쇠로 초점을 옮겨야 합니다. 지금부터 내재 역량을 키워서 노쇠를 적극 예방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침대에 누워서 삶의 질이 나쁜 상태로 오랜 기간을 보내게 되니까요.

 

 

진료실에서 만난 가장 안타까운 노년의 모습은 어떤 건가요?

 

 

의사로서 가장 안타까운 모습이자, 또 환자와 가족 모두 가장 고생스러워 보이는 모습은 약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노년기에 나타나는 흔한 증상인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든가, 배가 불편하다든가, 가슴이 아프다든가, 근골격계에 불편함이 있다든가 하는 증상이 있을 때 근력을 키우고 생활 습관을 개선해 나아질 부분이 충분히 있는데도 무조건 약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거죠.

 

이 병원, 저 의원 마치 쇼핑하러 다니듯 약을 한 움큼씩 받아오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약끼리 서로 충돌하면서 부작용으로 큰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약이 오히려 병을 만드는 군요.

 

 

불편할 때마다 병원만 찾아다니면 약이 늘어날 수밖에요. 그러다 보면 병이 병을 만들고 신체 기능은 점점 떨어지고, 그로 인해 운동하기는 더 힘들어지고, 일상에서 불편은 계속 많아지지요.

 

소화가 안되고, 식사하기 힘들어지고, 활동량이 줄고, 우울증이 악화되고, 인지 기능이 떨어지다가 몇 달 만에 침대 생활을 하게 되는 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약으로 모든 증상을 해결하려는 심리 때문에 정작 몸을 지탱해 주는 내재 역량은 빠르게 나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분들, 이런 분들이 가장 안타깝지요. 삶을 어떻게 사느냐는 결국 생각이 좌우합니다. 그런데 이 생각 자체가 왜곡되어 있으면 그 사람의 삶이 다 망가지게 되지요.

 

 

한국의 노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요?

 

 

우선 돌봄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거겠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내재 역량을 유지해 각자 노쇠를 예방하려는 관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본의 경우 2007년부터 돌봄 요구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 개호(介護, 간병·케어의 일본식 표현)와 내재 역량 개념을 일찌감치 도입했습니다. 주민들의 내재 역량을 개선하는 것이 지자체의 중요한 업무일 정도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돌봐야 할 대상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만 가지고 있어요. 결국 돌봄이 필요해지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 중년들의 노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봅니다.

 

 

노후 대책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이 필요할 것 같아요.

 

 

내재 역량을 잘 키운다는 것은 신체적 노쇠에 대한 예방적 차원인 동시에 경제적 대비도 될 거라고 봅니다. 지금 중년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경제적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영국의 석학 찰스 굿하트는 <인구 대역전>이라는 책에서 미래에 노동 인구가 감소되고 돌보아야 할 사람이 늘면서 전 세계 선진국은 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노동의 가치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는 자산의 가치가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젊었을 때 축적해 놓은 자산만 가지고 노년기를 편안하게 보낼 가능성이 점점 낮아집니다.

 

아파트 한 채 갖고 있는 중산층이 주택연금만으로 풍요로운 노년을 보내기 어렵고, 오히려 현역 생활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축적해 놓은 자산보다 훨씬 중요하고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만성질환도 예방이 가능할까요?

 

 

통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성인들의 만성질환 발병 시점은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만성질환은 대부분 20~30대부터 계속 쌓여온 대사 과잉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사 과잉이란 염분과 당분, 칼로리가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우리 몸에 공급되는 것이죠. 초가공식품이나 단순 당, 정제 곡물 섭취 등 잘못된 식생활과 운동 부족, 과음과도 연관이 높고요.

 

이러한 것들이 노화 속도를 가속화하고 만성질환을 초래하는 요인들을 빠르게 축적합니다.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좋고 확실한 방법은 우리 몸의 과잉을 없애는 것입니다. 최대한 젊은 시기부터 말이죠.

 

 

대사 과잉을 막기 위해 절식, 소식을 실천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40~50대에는 뱃살이나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소식이나 절식을 하는 것이 만성질환 예방에 좋습니다. 하지만 60대 이후부터는 무리한 절식과 소식은 금물입니다. 이때 금식을 하면 근육이 쫙 빠지는 것은 물론 삼키는 것도 어렵고 위식도 역류도 심해져서 전반적으로 몸이 노쇠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60대 이후부터는 식사량을 유지해 체중은 빠지지 않게, 하지만 근력 운동과 적절한 단백질 섭취를 통해 근육이 좀 더 늘어날 수 있도록 관리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결국 중년 건강의 핵심은 근력이라는 것을 체감합니다.

 

 

코어 운동과 맨몸 운동을 통해 전신 근력을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에게 운동을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은 엉덩이 근육이 없고 어떤 분은 상체가 취약한 것처럼 사람마다 약한 부위가 다릅니다. 이런 상태로 걷기나 등산 등을 많이 하면 통증이 생기거나 부상을 입을 수도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본인의 취약한 부분을 점검받고 그 약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운동 교육을 받으세요.

 

그리고 일상에서 꾸준히 연습해 근육을 균형 있게 단련하시기 바랍니다. 바른 자세로 걷는 것도 모든 근육을 활용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습니다. 관절이 안 좋다고 아예 걷지 않으면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시기가 빨라질 수 있으니 걷기는 항상 일상 속에서 실천하세요.

 

 

교수님이 직접 실천하고 또 효과를 본 내재 역량 강화법이 있나요?

 

 

제가 내재 역량이라는 개념을 환자들에게 교육하면서 스스로에게 적용해 본 결과,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연쇄 작용이 있다는 것입니다. 선순환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건데요.

 

저는 항상 다양한 운동을 하는데, 며칠이라도 게을리하면 다시 운동을 시작할 때 몸 상태와 마음가짐이 흐트러져 있음을 느낍니다. 무슨 일이든 몰입하기 어렵고 번뇌가 많아지는 걸 느꼈지요. 이런 상태가 되면 마음을 챙기는 명상을 하더라도 금세 회복되지 않더라고요.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장을 다니느라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거나 회식이 잦아서 술을 마시는 등 식생활이 나빠지면 그로 인해 게을러져 운동하기 싫어지고 마음에 번뇌가 생기기도 해요. 결국 먹는 것, 생각하는 것, 움직이는 것 모두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만 건강이 좋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며, 스트레스는 낮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돌봄이 필요 없는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중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우리나라 중년들에게는 세 가지가 부족합니다.

 

첫째는 잠, 둘째는 머리를 비우는 것, 셋째는 운동입니다. 한데 이 세 가지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부족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서 충분히 자지 않고, 머리를 비우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삶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과잉되었는지 시간을 내어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이 문제의 답을 찾고, 내재 역량을 강화한다면 중장년기에 느끼는 건강상의 불편은 물론 삶의 여러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고, 우리 모두가 꿈꾸는,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돌봄이 필요 없는 노후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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