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으로 시작한 사회적 기업

기사 요약글

이완순 씨는 생선 장사를 하는 남편을 도와 20년 넘게 일하다가 남들이 은퇴를 생각하는 시점에 본인의 사업체를 꾸린 늦깎이 창업가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그녀가 창업을 감행한 이유는 생존을 위한 돈벌이 이상의 가치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

 

 

 

생선이라는 친근한 아이템으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남편과 함께 생선 장사로 두 자녀를 키웠고, 넉넉하진 않았어도 나름 좋은 삶을 꾸려왔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다 자라고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 은퇴를 하면서 저도 계속 장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쉴 것인지를 고민하는데 뭔가 허전함이 밀려들었습니다.

 

나는 생선으로 잘 먹고 잘 살았는데, 주변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죠. 제가 정치인도 아니고 평범한 장사꾼에 불과하지만 내 삶을 일군 생선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구청에서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예비 사회적 기업가 창업 교육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찾아갔는데, 막연하게 생각했던 ‘생선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저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사회적 기업가 교육 이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창업에 대한 그림을 그려갔나요?

 

 

같은 일도 풀어가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교육 내용이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어요. “빵을 팔기 위해 창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빵을 판다”라는 말이 오래 남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생선을 팔았는데, 사회적 기업가 교육 이후에는 목적을 완전히 다르게 설정했죠. 주부로서 경험과 지혜가 많은 시니어 여성들이 살림 100단의 실력을 발휘하며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 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제가 창업하는 이유라고 말입니다.

 

저희는 고등어, 갈치, 임연수어, 가자미, 굴비, 메로 등 다양한 생선을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로 익히기만 하면 맛있게 생선구이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판매합니다.

 

생선 손질부터 굽기, 포장 모두 수작업으로 해요. 저염 소금과 수제 매실액으로 비린내를 잡고, 세라믹 숯불에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직접 구워서 만드는데 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문가는 바로 주부들이지요.

 

특히 갱년기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중년 여성들이 적절한 노동으로 자존감을 회복하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직원을 중년의 경력 단절 여성으로만 채용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영리 기업과는 많은 부분이 다를 텐데요.

 

 

설립 목적부터 경영 활동 방식까지 모두 다릅니다. 영리 기업의 목적이 수익 창출이라면, 사회적 기업은 수익만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큰 목표예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내 장사를 할 때는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했는데, 사회적 기업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행정기관에서는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을 알려주고, 저처럼 사회적 기업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만나고, 분야마다 업종마다 우리를 도와주겠다는 전문가들도 있더라고요. 저는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했습니다. 그 사업을 통해서 경영 전문가인 멘토를 만나게 되었지요.

 

사업 계획, 상품 개발, 마케팅 등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세세하게 멘토링 받으면서 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 변하는 트렌드 이슈와 시장 세분화 방법 등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멘토링을 받고 있습니다.

 

고비가 있을 때마다 여러 사람들이 의지가 되었습니다. 그 덕에 다른 가게와 경쟁을 해야 하는 영리 기업과 달리 협동의 힘을 먼저 배운 것이 저로서는 가장 큰 수확이에요. 제가 발붙이고 사는 세상과 비로소 제대로 소통하면서 산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똑같은 생선을 팔지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군요.

 

 

창업을 한 이후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20년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장사하던 제 자신이 가장 많이 달라졌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지역의 중년 여성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변함없는 저의 목표입니다. 중년 여성들의 경험과 지혜가 우리 사회에 소중한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일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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