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하나로 이룬 사업가의 꿈

기사 요약글

요식업계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하다. 까다로운 식재료 재고 관리부터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과의 경쟁 등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냉혹한 현실에도 뛰어난 손맛에 먹거리에 대한 남다른 정성으로 당당하게 사장님이 된 주부들이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두 번째 삶의 아이디어는 일상 가까이에 있다고 말한다.

기사 내용

 

 

 

떡집을 운영하시는 신일현 사장님은 원래 직장 생활을 했다고요.

 

 

기업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했어요. 결혼과 출산, 육아를 병행하며 바쁘게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직장 생활에 회의감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연봉 협상을 하는데 회사와 저 사이의 괴리감이 무척 크더라고요. 나름 성실했다고 자부했는데 회사의 손익과 맞지 않는 인력이었다는 걸 체감하면서 상처를 받았습니다.

 

조건에 맞춰 이직을 할까, 아니면 눈높이를 낮추고 경력을 이어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당시 프랜차이즈 떡 가게를 운영하던 친구가 가게를 접어야겠다며 연락을 해온 거예요. 순간 내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사표를 내고 1억여 원에 가게를 인수했습니다.

 

 

경험도 없이 덜컥 사업을 시작한 자신감이 대단한데요.

 

 

회사에서는 회계 분야에서 일했지만, 집에서는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어릴 적부터 일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제가 거의 부엌을 독점했는데 무엇을 만들든 가족들이 늘 맛있다고 칭찬해 주었거든요. 그게 좋아서 매일 새로운 요리를 했고 결혼 후에는 그 즐거움이 정점을 찍었죠.

 

‘빵돌이’ 남편을 위해 자주 빵을 구웠고, 아이들 간식도 일일이 직접 만들어서 먹였어요. 회사 사람들에게도 철마다 수제 과일청을 담가 나눠주는 등 부엌에서 바지런하게 손맛을 갈고닦았습니다.

 

 

떡집 운영은 순조로웠나요?

 

 

프랜차이즈였기 때문에 본사에서 나오는 완제품을 매장에서 찌기만 해서 파는 제품이 많았어요. 또 수시로 교육을 통해 떡 만드는 법이나 마케팅 노하우를 배워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오랜 회계 업무로 익힌 숫자 감각으로 봤을 때 본사에서 가져가는 마진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정해진 제품만 판매하다 보니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는 점도 아쉬웠고요. 고민 끝에 가맹 계약을 파기하고 ‘홀로서기’를 감행했습니다.

 

 

안정과 모험 사이에서 결국 모험을 택했군요.

 

 

안정적인 프랜차이즈의 그늘에서 나오니 처음엔 솔직히 힘들었어요. 쌀가루까지 방앗간에서 직접 빻아야 하는 등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하지만 얻는 게 더 많았어요. 마진율이 높아진 것은 물론, 무엇보다 제가 너무 즐거웠거든요. 백설기 하나도 제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내놓을 수 있으니까요.

 

 

독립하고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거예요. 떡뿐만 아니라 파인애플 식초, 파인애플 고추장, 배도라지청, 단호박 식혜, 쌀 월병 같은 상품도 만들어 내놨는데 오히려 떡보다 반응이 더 좋았죠. 자신감을 얻어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블로그와 SNS에 올려서 온라인 판매도 병행했습니다.

 

TV를 보다가도 요즘 떠오르는 식재료나 메뉴가 있으면 책을 몇 권씩 탐독하며 공부하고, 직접 만들어보거나 아이디어를 더해 보면서 정성을 다했죠. 매뉴얼대로만 일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직접 실행하고 부딪혀보는 제 적극적인 성격이 사업을 하면서 빛을 발하는구나 싶어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일했어요.

 

가끔 ‘회사 생활이 편했지’ 싶을 정도로 힘든 날이 있지만, 제가 만든 떡을 맛있게 드셨다는 손님들의 얘기를 들으면 피로가 싹 풀리고, 더 맛있는 먹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의욕과 아이디어가 솟구칩니다.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하연숙 사장님은 원래 어떤 일을 하셨나요?

 

 

예전에도 사장이었습니다(웃음). 의류 부자재 공장을 운영했는데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잘못 투자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요.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던 찰나에 벼룩시장에 실린 반찬 가게 임대 소식을 보게 되어 인수를 했습니다.

 

 

이전에 하던 사업과 전혀 다른 분야인데 어디서 자신감이 생겼나요?

 

 

평소에도 곧잘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가족을 불러 음식을 해 먹였어요. 손맛 좋은 사람들이 그렇듯 식당 차려도 될 것 같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지요. 그때는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로만 여기고 흘려 들었는데, 반찬 가게 임대 광고를 보자마자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동안 사업하느라 아이들에게도 소홀한 면이 있었는데 반찬 가게를 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올케와 동업하기로 했죠. 권리금 2000여만 원을 내고 전 주인에게 그대로 반찬 가게를 물려받았습니다.

 

 

주인 바뀐 반찬 가게에 대해 손님들의 평가는 어땠나요?

 

 

처음 반찬 가게를 하기로 했을 때 식구들 먹을 밥 짓는 심정으로 반찬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 흔한 요리 교실 한 번 다니지 않았으니 오로지 제 ‘손맛’으로만 승부를 본 셈인데, 손님들은 ‘집밥’ 같다며 후한 점수를 주시더라고요.

 

매일 새벽 재래시장을 돌며 신선한 재료를 사오고, 소금이나 고춧가루, 젓갈 역시 국산만 고집했는데 이 점을 손님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모든 음식은 재료가 좋으면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되거든요. 기교라고는 부릴 줄도 모르거니와 부릴 생각도 없는데 맛 있다고 먼 데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시니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수익 면에서도 어깨가 으쓱할 정도인가요?

 

 

하루 종일 불 앞에서 그때그때 떨어진 반찬을 만들어야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만큼 수입이 일정하고 마진율도 괜찮아서 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반찬 한 팩당 3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다양한데, 기본적으로 원가의 3배가 적정 이윤입니다. 예를 들어 생선을 2만 원어치 사면 5만~6만 원 매출이 나오거든요. 나물 반찬 같은 경우는 원가 대비 8~9배까지 받을 수 있으니 꽤 쏠쏠하죠.

 

김장철에 약간 줄긴 하지만, 매달 매출 변동이 거의 없어서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기에 괜찮은 업종 같아요. 월평균 12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나오는데 재료비와 월세, 각종 공과금과 인건비를 제외하면 300만 원 이상 꾸준히 가져갑니다.

 

사실 수익도 그렇지만, 손님 대부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이고,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하는 분들도 있어서 일이 험하거나 사람 상대하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어요.

 

 

크게 사업을 펼쳐나갈 때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아 보입니다.

 

 

일상에 불과 하던 반찬 만들기로 창업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것도 일종의 재능이라면 재능인데 왜 그 가치를 모르고 살았을까요? 제가 반찬 가게를 하니까 가족들 미각이 호강하고 있다는 점도 아주 큰 장점입니다.

 

 

 

 

수제 간식 공방을 운영하는 조명숙 사장님은 SNS에서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

 

 

제가 만들어 파는 것은 도라지정과, 마늘정과, 호두파이, 견과강정을 기본으로 각종 수제청, 건강 칩, 착즙 주스 등이에요. SNS에서 사진으로 보기에 아기자기하고, 쉽게 상하거나 택배로 발송하기에 까다롭지 않은 것들이라 홍보부터 판매까지 SNS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명절 선물을 비롯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단체 간식, 아이들 소풍, 생일 잔치, 각종 친목 모임을 위한 대량 주문이 꾸준한 편이에요.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결혼 후 학원 강사를 거쳐 20여 년간 속옷 대리점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50대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내가 먹은 음식이 곧 내 몸이다’라는 것이 평소 지론이었거든요.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로 나도 건강하고 남도 건강해지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제 건강 간식을 직접 만들어보고자 전국에서 유명한 수제 먹거리 공방을 직접 찾아가 배우며 실력을 다졌습니다. 처음에는 바로 가게를 차리지 않고 낮에는 속옷 판매, 퇴근 후에는 수제 먹거리 만드는 이중 생활을 2년 정도 했지요.

 

 

어떻게 이중 생활이 가능했나요?

 

 

처음에는 소박하게 집에서 시작했거든요. 욕심내지 않고 제가 만든 수제 간식이 시장성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는 마음이었어요.

 

처음부터 판로는 SNS로 정하고, 딸의 도움을 받아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뒤 주문이 들어오면 그날 저녁에 만들어서 바로 택배로 보내는 식으로 판매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많아지니 체력이 못 따라주더라고요. 수제 간식 공방에만 주력할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속옷 매장을 정리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그것이 지금의 간식 공방이군요.

 

 

당시 운영했던 속옷 매장의 임대 기간이 남아 있어서 그 자리에 그대로 공방을 꾸렸기 때문에 초기에 큰 비용이 들지 않았어요. 조리 도구 등은 집에서 사용하던 것을 가져왔고, 오븐과 식품 건조기도 규모에 맞게 구매했죠.

 

매장은 기존에 음식을 만들던 곳이 아니다 보니 수도 시설과 전기 공사 비용 정도 들었어요. 사실 지금 공방에서 가장 비용 투자를 많이 한 건 완성된 간식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이 되어주는 아일랜드 식탁 상판입니다. 국내산 대리석으로 비싼 제품을 샀거든요(웃음).

 

 

만드는 것부터 온라인 주문 접수, 홍보, 포장, 판매까지 하루가 아주 바쁘겠습니다.

 

 

맞아요.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열심히 하는 것은 메뉴 개발입니다. 고구마쌀빵, 감자쌀빵, 견과강정, 레몬마들렌, 각종 과일·채소칩 등 계절과 각종 기념일에 맞춘 먹거리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어요.

 

그리고 절대 게을리하면 안 되는 업무는 SNS 홍보입니다. SNS에서는 고객과의 소통이 글과 사진으로만 이루어지잖아요. 제가 만든 간식에 대한 믿음을 드리기 위해 재료를 직접 씻고 다듬고 자르고 반죽하고 찌고 굽고 튀기고 말리는 전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공유합니다.

 

 

먹거리에 대한 철학이 확고해 보이네요.

 

 

고가의 좋은 재료를 사용해 비싸게 파는 것도 좋지만, 신선한 재료를 깔끔하고 위생적으로 처리해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료 구입부터 손질, 세척, 조리 등 완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저 스스로가 가장 깐깐한 고객이 되려고 합니다. 집에서 가족에게 먹이듯 정성스럽고 위생적으로 만들죠.

 

모든 먹거리에는 인공감미료, 인공색소, 방부제를 넣지 않고 천연료를 사용해 풍미를 최대한 살리려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가령 도라지 정과나 마늘정과 등은 시중에 파는 설탕이나 물엿으로 간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반드시 조청으로만 단맛을 냅니다.

 

견과류가 들어가는 건 세척에 공을 많이 들여요. 수입 견과에는 유통 과정에서 각종 불순물이 많이 묻기 때문에 식초 넣은 물에 살짝 데쳐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오븐이나 프라이팬에 구워서 써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면 비싸지 않아도 충분히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과정에 손이 닿고, 결과도 좋으니 성취감이 무척 클 것 같습니다.

 

 

처음 집에서 시작했을 때 월 200만 원이던 매출이 지금은 4급 공무원 월급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명절이나 어버이날 같은 때는 월 10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기도 했고요. 틈틈이 원데이 클래스도 열고 있어요.

 

제가 그랬듯 자녀를 다 키우고 창업하고 싶은 40·50대 전업주부, 은퇴를 앞두고 창업을 고민하는 50대 직장 여성들이 찾아와서 레시피를 배워가세요. 각 제품별로 하루 3~4시간씩 일대일로 가르치고 있어요. 수강료도 수익 증대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죠.

 

정성 들여 만든 음식으로 저는 물론, 사람들도 건강해지고 또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도 열어줄 수 있어 제 인생 어느 때보다 성취감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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