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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글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원하는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해 유튜브, 인스 타그램 등 SNS를 통해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세상. 이애자 씨도 이러한 영상의 시대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다만 그녀의 영상 제작에는 조금 특별한 세 가지가 있다. 일기처럼 꾸준히 영상을 찍고 유 튜브에 올린다는 것, 재능 기부를 통해 동년배들에게 영상 제작 기술과 그 즐거움을 아낌없이 나눈다는 것, 그리고 독거노인을 위한 영상 자서전 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것이다.

기사 내용

 

 

 

스마트폰 영상 제작을 함께 하는 시니어 동호회를 이끌고 있다고요.

 

 

시니어들이 서로 배우고 나누는 문화를 만드는 ‘전성기 동호회-서로 배움 커뮤니티’에서 ‘잘.잘.잘(잘 먹고 잘 놀고 잘 찍자)’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요즘은 휴대폰의 카메라 성능이 갈수록 좋아지고, 편집 애플리케이션도 사용하기 편리해져서 영상 촬영과 편집에 한번 흥미를 붙이니 마치 일기 쓰듯 어려움 없이 영상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촬영 도구와 편집 프로그램 활용에 대한 욕심도 생기면서 혼자 뚝딱뚝딱 영상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마치 제가 마술사가 된 기분이죠.

 

사실 인기 유튜버부터 전문가까지 영상 잘 만드는 사람은 워낙 많기 때문에 제 실력이 기부할 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을거예요(웃음). 하지만 제가 나누고 싶은 건 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완성했을 때의 즐거움입니다.

 

이 즐거움을 저 같은 중년들도 느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동호회를 만들고 싶다고 라이나전성기재단의 문을 두드렸죠. 마침 영상 제작에 관심 있는 중년들이 꽤 있어서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누어 일주일에 두 번씩 모임을 이끌고 있습니다.

 

 

혼자 영상을 만들 때와 재능 기부를 통해 모임 활동으로 영상을 만들 때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무엇보다 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멤버들에게 하나라도 더 새로운 것을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드론 촬영, 크로마키 촬영 등 새로운 촬영 기법도 연습하고, 자막부터 배경음악까지 다양한 편집 효과도 시도해 보면서 제 실력이 향상되었죠.

 

그러다 보니 영상 공모전에도 출품해 볼까 하는 자신감이 생겨서 ‘시니어 인생2막 공모전’에 도전해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TBS 교통방송 시민 제작자로 선정되어 방송에도 출연했답니다.

 

 

모임에서는 주로 어떤 영상을 만드나요?

 

 

일단은 평범한 일상이 대부분입니다. 오늘 나를 설레게 한 아름다운 풍경, 손자 손녀들이 자라는 모습, 오랜 추억으로 남을 친구들과의 여행, 맛있게 완성한 요리 등 모든 일상이 저희가 만드는 영상의 소재이고 주인공이 됩니다. 저는 코로나19 시국에 치른 딸의 결혼식을 유튜브 라이브로 직접 생중계하기도 했죠.

 

모임에서 멤버들의 영상을 보고 서로 피드백을 해주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어요. 영상 제작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할 것 없는 내 일상도 드라마나 영화처럼 근사하고 감동적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요.

 

그리고 덕분에 내 일상과 주변 사람들을 좀 더 귀하게 여기게 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요. 누가 언제 이렇게 내 일상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기록해 보겠어요. 그 과정을 통해 내 삶에 애정이 더욱 생기는 것 같아요.

 

 

영상 제작뿐만 아니라 모임에서 봉사 활동도 하신다고요?

 

 

영상을 기록하고 영상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함께 하면 모임이 더욱 돈독해질 것 같아 매달 두 번째 목요일에는 탑골공원에서 무료 급식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영상 제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활동은 아니지만, 봉사 활동을 통해 멤버들 스스로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한 따뜻한 마음과 넓은 시야를 기르는 훈련을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조금 특별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력이 더 쌓이고 뜻이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어요.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영상 자서전이나 영상 유언장 같은 것을 만들어드리는 거예요.

 

지난봄에 저희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치르고 나서 저 혼자 절에 들어가 엄마의 지난 세월을 영상으로 만들어봤어요. 영상을 만들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엄마의 모습과 이야기를 오랜만에 꺼내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엄마를 떠나보낸 슬픈 마음에 많은 위로가 되었지요.

 

독거노인분들을 생각해 보니 인생 후반기 내내 단절된 삶을 살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지도, 남겨놓지도 못 하겠구나 싶었어요. 마지막까지 그 인생이 너무 쓸쓸하고 외롭지 않도록 그분들의 이야기를 정성껏 듣고 기록해 드리면서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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