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 주부 농사꾼, 펜 잡고 수필가로

기사 요약글

진부자 씨의 딸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우리 엄마는 수필가’란 인사말과 함께 지역신문에 실린 엄마의 얼굴이 저장되어 있다. 농사부터 구멍가게, 연탄 장사 등으로 억척스레 대가족을 먹여 살린 진부자 씨는 올해 정식으 로 원고 청탁까지 받는 어엿한 수필가가 됐다.

기사 내용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호기심에 찾아간 마산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자서전 쓰기 수업에 나갔을때 부터였어요. 65세 이상에게 공짜로 글쓰기를 가르쳐준대서 나갔는데 수강생 15명 중에서 끝까지 남아 수업을 들은 건 전직 교장선생님이랑 저뿐이었죠.

 

정식으로 글을 쓴 건 처음이었지만 교수님이 글을 참 잘 쓴다고, 꼭 <인간극장>을 보는 기분이라고 칭찬을 하니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원래부터 작가가 꿈이었나요?

 

 

국민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해서 언젠가는 꼭 공부를 해보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여자라서’, 젊어서는 ‘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나이 들어서는 ‘손주 보느라’ 매번 공부를 포기하고 미루다 보니 제 인생에 공부할 날이 있을까 싶었죠. 그러나 ‘읽고 쓰는 것’에 대한 미련은 놓지 않았어요.

 

먹고살기 바쁠 때도 짬짬이 틈을 내 소설책을 읽고 그때마다 느낀 점을 쪽지에 적어 책에 꽂아두곤 했지요. 손주를 맡아 키우며 느끼는 소소한 기쁨과 감동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집 안 곳곳에 남겨놓았는데, 몇 년이 지나 읽어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어요.

 

 

일상 속에서 이미 글쓰기 공부를 하고 계셨던 거군요.

 

 

예전에 쓴 쪽지 글을 보면 꼭 옛날 사진을 보는 기분이 들어요. 막 현상했을 땐 세상에서 제일 못난이 같았는데 몇 년 지나서 보면 나름 또 귀엽고 풋풋해 보이잖아요. 언제 쓴지도 모를 글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보면서 ‘맞아, 내가 그때 이런 기분이었지’ ‘내 글이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하고 감탄하는 게 삶의 즐거움이었죠(웃음).

 

 

쪽지에서 수필로 발전했군요.

 

 

혼자만의 놀이였던 쪽지를 벗어나 자서전으로 대외적인 글쓰기를 시작했고, 곧 시와 수필로 관심을 넓혀갔어요.

 

마산대학교 수필창작교실에 나가 전문 지도를 받은 뒤 각종 문예지에 글을 응모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지요. 그러다 2014년 7월에 작품 ‘개불알꽃’이 수필 전문지 <수필과 비평>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진짜 작가가 되었습니다.

 

 

글 쓰는 일이 힘들지는 않나요?

 

 

사실 글을 쓰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요. 그런데 식구들이 다 늦게 무슨 글 공부냐고 걱정하니까 오히려 오기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더 이 악물고 썼죠.

 

만일 그때 힘들다는 이유로 자서전 쓰기 수업에 가지 않았다면 저는 여전히 고추 따고, 호박에 물 주는 평범한 농사꾼이었을 거예요. 글로 인생의 큰 기회를 얻은 요즘 마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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