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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호기심에 찾아간 마산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자서전 쓰기 수업에 나갔을때 부터였어요. 65세 이상에게 공짜로 글쓰기를 가르쳐준대서 나갔는데 수강생 15명 중에서 끝까지 남아 수업을 들은 건 전직 교장선생님이랑 저뿐이었죠.
정식으로 글을 쓴 건 처음이었지만 교수님이 글을 참 잘 쓴다고, 꼭 <인간극장>을 보는 기분이라고 칭찬을 하니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원래부터 작가가 꿈이었나요?
국민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해서 언젠가는 꼭 공부를 해보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여자라서’, 젊어서는 ‘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나이 들어서는 ‘손주 보느라’ 매번 공부를 포기하고 미루다 보니 제 인생에 공부할 날이 있을까 싶었죠. 그러나 ‘읽고 쓰는 것’에 대한 미련은 놓지 않았어요.
먹고살기 바쁠 때도 짬짬이 틈을 내 소설책을 읽고 그때마다 느낀 점을 쪽지에 적어 책에 꽂아두곤 했지요. 손주를 맡아 키우며 느끼는 소소한 기쁨과 감동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집 안 곳곳에 남겨놓았는데, 몇 년이 지나 읽어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어요.
일상 속에서 이미 글쓰기 공부를 하고 계셨던 거군요.
예전에 쓴 쪽지 글을 보면 꼭 옛날 사진을 보는 기분이 들어요. 막 현상했을 땐 세상에서 제일 못난이 같았는데 몇 년 지나서 보면 나름 또 귀엽고 풋풋해 보이잖아요. 언제 쓴지도 모를 글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보면서 ‘맞아, 내가 그때 이런 기분이었지’ ‘내 글이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하고 감탄하는 게 삶의 즐거움이었죠(웃음).
쪽지에서 수필로 발전했군요.
혼자만의 놀이였던 쪽지를 벗어나 자서전으로 대외적인 글쓰기를 시작했고, 곧 시와 수필로 관심을 넓혀갔어요.
마산대학교 수필창작교실에 나가 전문 지도를 받은 뒤 각종 문예지에 글을 응모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지요. 그러다 2014년 7월에 작품 ‘개불알꽃’이 수필 전문지 <수필과 비평>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진짜 작가가 되었습니다.
글 쓰는 일이 힘들지는 않나요?
사실 글을 쓰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요. 그런데 식구들이 다 늦게 무슨 글 공부냐고 걱정하니까 오히려 오기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더 이 악물고 썼죠.
만일 그때 힘들다는 이유로 자서전 쓰기 수업에 가지 않았다면 저는 여전히 고추 따고, 호박에 물 주는 평범한 농사꾼이었을 거예요. 글로 인생의 큰 기회를 얻은 요즘 마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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