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의 순간을 빛내주는 자부심

기사 요약글

신랑 신부 곁에서 결혼식, 웨딩 촬영, 폐백 등을 돕는 웨딩헬퍼는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데다 6~7시간 일하고 일당 15만~20만 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점에서 40·50대 여성들의 관심이 높다. 경사스러운 일에 일조하는 만큼 자부심도 크다고 하는데, 어떻게 시작하고 보람과 고충은 무엇인지 17년 차 베테랑 웨딩헬퍼에게 물었다.

기사 내용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이 찾아오자 어떻게든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 메이크업을 배운 적이 있는데, 이 경험을 살리고 싶어 한 웨딩 숍에 전화를 했다가 우연찮게 웨딩헬퍼 자리를 제안받았어요.

 

그때부터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결혼식과 관련된 모든 일을 배웠습니다. 웨딩헬퍼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신부에게 드레스를 입혀주는 것을 시작으로 결혼식 내내 신부의 외모를 신경 써야 합니다. 신랑과 혼주들의 외모를 체크하는 것도 웨딩헬퍼의 몫이지요. 원활한 예식을 위해 신랑, 신부, 혼주를 안내하는 역할도 합니다.

 

초보 헬퍼는 보통 본식만 담당하는데,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실내 스튜디오나 야외에서 이뤄지는 웨딩 촬영에도 나갑니다. 이때 신부의 헤어스타일을 바꿔주거나 메이크업을 보정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손재주는 필수지요.

 

예식장마다 폐백을 도와주는 헬퍼가 따로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폐백 진행도 직접 합니다.

 

 

센스와 순발력이 필요하겠네요.

 

 

맞아요. 드레스가 터져 갑자기 수선을 해야 하거나 길이 막혀 식을 치르냐 마느냐 하는 돌발 상황도 발생하지요. 그때마다 당황한 신랑 신부를 다독이며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순발력이 좋아야 합니다.

 

경건한 종교 예식인지 작은 레스토랑에서 열리는 캐주얼한 예식인지에 따라 애티튜드가 달라져야 하고, 사진작가나 사회자 등 결혼식 진행과 관련된 분들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한 제안도 해야 합니다.

 

예컨대 “지금 식을 시작해야 늦지 않을 것 같아요” “지난번에 보니 이 장소에서는 앞줄 하객들이 의자에 앉아 사진을 촬영해야 예쁘더라고요” 같은 말을 예의 있게 전달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웨딩헬퍼는 일을 어떻게 배정받나요?

 

 

웨딩헬퍼는 99%가 드레스 숍 소속입니다. 드레스 숍에서는 보통 여러 명의 헬퍼를 두고 있는데, 가장 경험이 많고 능숙한 헬퍼를 속칭 ‘1번 헬퍼’라고 부릅니다.

 

일이 들어오면 보통 1번에게 제안하는데 그 사람이 일을 다 소화할 수 없을 때 2번, 3번에게 가는 구조라 5~6번 헬퍼는 주말에 한두 건을 배정받을 수밖에 없어요. 저 역시 5~6번 헬퍼 생활을 오래 했고, 경력이 쌓여 새로운 숍에서 드디어 1번 헬퍼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지요.

 

자연히 일이 많아져 월 300만 원 정도 수입이 생겼지만 어느 날 문득 웨딩헬퍼도 프리랜서로 독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숍에서 일을 배당받으면 영업을 할 필요가 없고 일정 수익이 보장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숍의 각종 잡무를 돕거나 일당 중 일부를 숍에 지급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었죠. 마침 웨딩업체를 끼지 않고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더 미루지 않고 과감하게 프리랜서를 선언했습니다.

 

 

독립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요.

 

 

홍보가 가장 어려웠어요. 일단 나라는 존재를 알려야 신랑 신부가 의뢰를 하기 때문에 블로그를 개설해 PR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웨딩홀에서, 어떤 신랑과 신부를 만나 어떤 역할을 했는지 꼼꼼히 기록했더니 그걸 보고 의뢰하는 분이 실제로 많이 있습니다.

 

지금은 자리를 잡아 결혼 성수기에는 평균 20일 이상, 비수기에도 10일 이상 일하게 됐죠. 요즘은 신랑 신부를 만나 웨딩홀에 가면 힘들다는 생각을 잊어버릴 만큼 엔도르핀이 팍팍 분비되니 저조차 신기해요.

 

 

프리랜서로 일할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프리랜서로 독립하는 것은 현장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뒤에야 추천할 만합니다. 프리랜서 웨딩헬퍼는 소규모 웨딩을 하는 분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폐백상을 직접 차려야 한다든가, 혼주들의 동선 체크와 화촉 점화 등 웨딩업체 직원들의 역할까지 해야 할 때가 있어요.

 

헬퍼가 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긋기보다는 결혼식에 필요한 일을 적극적으로 한다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다음 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요즘은 사설 아카데미에서도 교육을 하지만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www.workers.or.kr)에서 진행하는 웨딩 헬퍼 양성 과정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15일, 45시간 수업으로 수강료 20만 원이 국비로 지원되는 것도 장점이고, 결혼식과 웨딩 촬영 시 웨딩헬퍼가 갖춰야 할 기본기에 대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과정을 수료하면 취업을 지원해 주기도 하고요. 전문 교육기관이 아니라도 주위에 웨딩헬퍼로 일하는 분이 있다면 함께 다니며 현장에서 직접 일을 배우고 소개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어떤 사람이 이 일에 도전하면 좋을까요?

 

 

특별한 기술과 자본금이 필요없고 6~7시간 근무에 일 15만~20만원의 보수가 생기니 주부들에게 적합한 업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 주위에 주중에는 요양보호사로, 주말에는 웨딩헬퍼로 일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드레스는 물론 신랑 신부를 치장하는 데 필요한 물건을 모두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야 합니다. 손과 손목에 힘 줄 일이 많아 관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요.

 

예민해지기 쉬운 신랑 신부와 가족들을 대해야 하는 만큼 둥글둥글한 성격도 필요하지요. 가족들의 이해와 희생도 필수입니다.

 

주말에 일하는 직업이어서 가족들과 보낼 시간이 줄어들고, 정작 내 가족과 지인들의 경조사에는 참석하기 어려울 때도 많거든요.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축복받아야 할 날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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