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발견한 작가의 길

기사 요약글

페루의 허름한 식당에서 한화로 2000원에 맛본 기막힌 돼지고기튀김, 새해 아침에 마주한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에콰도르 피친차 화산, 꽃길을 떠올리며 걷고 또 걸었던 롬비아의 돌밭길. 김영미 씨가 펴낸 <남미가 나를 부를 때>에 등장하는 가슴 뛰는 여행의 기록이다. 그 기록 에서 비롯된 새로운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사 내용

 

 

 

원래 여행을 좋아했나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사업가 겸 교수로 바쁘게 살다 보니, 나를 위한 여행은 생각도 할 수 없었죠. 막내딸이 대학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저 자신을 위한 긴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친한 친구의 권유로 등산을 시작한 후 걷기의 즐거움에 푹 빠져 한국의 명산을 섭렵하던 끝에 산악인들의 로망인 안나푸르나를 다녀온 후였어요.

 

 

안나푸르나는 언제 다녀왔나요?

 

 

‘가슴 떨릴 때 떠나라! 다리 떨릴 땐 늦으리’라는 말에 힘입어 2013년 12월에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안나푸르나 원정을 다녀왔어요. 그 여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계 여행이 시작됐어요.

 

그리고 마침내 2016년에 사표를 내고,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까지 유럽과 아시아, 뉴질랜드, 남미까지 지구 곳곳에 발 도장을 찍고 다녔죠. 매일 10~55km를 걸으며 참 많은 것을 눈에 담았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나요?

 

 

많은 곳을 여행하는 동안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꾸준히 사용했습니다. 공들여 찍은 사진과 글로 지난 여행을 추억할 요량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처럼 홀로 해외 트레킹에 나설 누군가를 위해 이동 거리, 소요 시간, 숙박 시설 등 실전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었지요.

 

그러다 보니 누적 방문객 300만 명이 넘는 슈퍼 블로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한 기록이 글을 쓰는 데 큰 자양분이 되었지요.

 

 

본격적으로 여행 작가에 도전한 계기가 있나요?

 

 

프랑스의 한 트레킹 코스에서 <월간 산>이라는 매체의 편집장을 만났습니다. 전 세계를 두 발로 꾹꾹 걷는 중년 여성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지 ‘세계의 트레킹’을 주제로 글을 써보라고 권하더군요. 그렇게 <월간 산>에 ‘나홀로 세계일주’라는 코너를 연재한 뒤 숱하게 책 출간을 권유받기는 했지만,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싶어 웃어넘기고 말았어요.

 

그러던 차에 5개월간 떠난 여행에서 카메라 본체 코팅이 벗겨질 정도로 찍었던 많은 사진을 모아 생일 기념 사진전을 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전시된 사진이 많이 판매되어 행사 비용을 충당할 만큼 성공적이었어요. 이를 화보집으로 묶는 과정에서 지인의 소개로 한 출판사와 연이 닿아 에세이집까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책을 내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간 차곡차곡 모은 글과 사진이 작가의 길을 열어준 셈이지요.

 

 

여행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먼저 블로그 같은 나만의 저장 공간을 만드세요. 갑자기 글을 쓰려면 막막하기 마련인데, 때마다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블로그 같은 공간에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면 나중에 한결 수월하게 ‘글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주제를 명확히 하세요. 시중에는 여행에 관한 수많은 콘셉트의 책이 있습니다. 나만의 명확한 주제를 정해 내용을 디테일하게 정리하는 게 강점이 될 수 있어요. 실제로 여행 중 만난 어떤 사람은 맥주를 주제로 나라별 여행기를 쓰고 있더라고요. 나만의 시각과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여행을 하며 정보를 쌓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참고하세요. 책 출간 작업에 들어가면 표지, 책 제목 등 중요 사항에 대해 출판사의 의견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저자 입장에서 다소 섭섭할 수 있지만, 책에 관한 전문가들의 생각을 존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져요.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좋아해서 한 일이 작가라는 직업으로 연결되는 행운을 누리게 될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기왕 작가가 됐으니 앞으로 유익한 책을 내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사람들이 저처럼 걷기를 시작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트레킹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 풀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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