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 취미가 만들어준 평생 친구

기사 요약글

친구가 시를 쓰면 다른 친구는 그림을 그렸다. 고등학교 동창인 송남영 시인과 박영철 화백은 학창 시절에는 이름만 아는 사이였으나 한 모임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인연이 이어졌고, 그들의 인생에 근사한 작품이 남겨졌다.

기사 내용

 

 

어릴 적 친구를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나요?

 

 

송남영 당시 사업에 실패해 삶이 우울하던 시기에 동창 모임에 나갔어요. 그 자리에서 오랜만에 박영철 화백을 만났죠. 원래 중·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그림을 뒤늦게 시작해 지금은 뉴질랜드의 한 아트 센터에서 유화를 가르치며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면서 대뜸 ‘시화회’라는 모임을 만들었으니 같이 참여하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팔자 좋은 소리 하고 있구나’ 생각했는데, 한 번 두 번 가보니 모임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점점 빠져들더라고요. 그냥 노는 모임이 아니라 시를 쓰고 평론도 하며, 시를 공부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삭막했던 제 삶이 바뀌는 계기가 된 것이죠.

 

박영철 제가 이 친구를 모임에 초빙한 이유는 모임의 반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어요. 송남영 시인은 고등학교 때 문예부 반장이었는데 학창 시절부터 글 잘 쓰는 친구로 유명했죠. 제가 그 모임을 만들고 친구들을 모아놓고 보니, 반장이 없는 거예요. 모임에 장이 있으면 오래 유지될까 싶어서 옛날 반장을 소환한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모임에 나오도록 권유한게 참 잘한 일 같습니다.

 

 

그러다 두 분이 함께 시화집까지 내게 되었다고요?

 

 

박영철 시화집 출간은 막연한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10여 년 전 술 한잔 마시면서 “우리 시화집 한번 같이 내보자” 한 게 전부였죠.

 

송남영 2016년은 그 시화집을 내자고 약속한 지 1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99세였고요. 2016년을 무의미하게 보내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의기투합해서 두 달 간 작업해서 12월 29일에 출간했습니다. 시는 2003년부터 꾸준히 써온 것을 모은 것이고, 그림은 박영철 화백이 제 시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을 보면 어떤 것에 대한 추억이나 회환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송남영 일종의 ‘스스로에 대한 위로’지요. 50대 중반 이후에 쓴 건데, 아마 제가 젊었다면 아름다운 것을 예찬하는 시를 썼을 것 같아요. 지금은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봤으니 과거에 대한 상처나 부끄러움, 회한 등 다양한 감정이 시에 묻어난 겁니다. 이 나이에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의미더라고요.

 

박영철 저 역시 그림을 그리면서 진정한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은퇴를 하면 그동안 덧씌워졌던 옷이 다 벗겨지고 원래 내가 있던 자리에 다시 서더라고요. 그림을 그리다 보니 사물도 아름답게 보게되고, 일상에서도 작은 감동을 많이 느끼죠.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언제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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