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소장에 더해진 작가의 인생

기사 요약글

일터로서 아파트는 어떤 공간일까? 20년째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미중 씨는 아파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의 삶을 엮은 책을 내며 ‘아파트 작가’가 되었다.

기사 내용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아파트 이야기를 다룬 책을 냈습니다. 어떤 책인가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아파트라는 한 건물에 살면서 일어난 일들을 담은 책이에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사회문제인 층간 소음이나 주차 문제 같은 이야기도 있고, 입주민은 잘 모르는 관리소장의 일과도 담겨 있습니다.

 

 

많은 분이 “아파트는 피해를 받고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라는 문장에서 울림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아파트를 소재로 글을 쓸 생각을 했나요?

 

 

제 직업이 아파트 관리소장이니, 오랜 시간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을 공부했습니다. 잘못한 사람은 없지만 피해를 보는 사람은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 관리소장으로 일할 때만 하더라도 층간 소음에 대한 민원이 거의 없었어요. 아파트 짓는 기술이 지금보다 더 좋았을 리 없는데 말이죠. 그러다가 2000년부터 민원이 급증했는데, 그때가 IMF 외환 위기 직후였어요.

 

구조 조정이 일어나고 경제 상황이 급변하면서 노동시장의 판도가 이전과는 달라지기 시작한 거예요. 누구는 7시에 퇴근하고, 누구는 새벽 2시에 퇴근하고, 누구는 재택근무를 하는 등 생활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소음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게 된 거죠.

 

 

관리소장으로서 민원이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하나요?

 

 

민원이 들어왔을 때 첫 번째 해결책은 잘 듣고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민원인들 역시 완벽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지금보다 나은 환경이길 바라는 마음을 이해해 주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리는데, 그것을 보듬는 것이 저의 일차적인 역할이지요.

 

 

일하면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아파트 관리 노하우가 쌓일 무렵 입주민을 위한 복지 혜택으로 아파트에 작은 도서관이 생겼어요. 어떤 책이 있는지 알아야 운영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이런 세상이 있었어?’라고 할 정도로 재미있는 거예요.

 

몇 날 며칠 밤을 새서 읽다가 남편에게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했는데 저보다 더 책에 빠지더군요. 어느 날 독서 모임을 만들더니 책 쓰기 모임까지 결성할 정도로요.

 

남편과 함께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고, 이것이 제 인생에 큰 위안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책과 글을 통해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마음속 말을 글로 풀면서 마음에 근육이 생기는 느낌이었어요. 짜증 나고 도망가고 싶었던 일들을 이겨내는 힘이 생겼기 때문에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지요. 그때 남편이 제가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습니다.

 

 

책 출간은 어렵지 않았나요?

 

 

사실 여러 번 써보려고 시도했는데 번번이 포기했어요. 아파트 공고문처럼 일상적이고 간결한 글만 써서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이제는 쓸 때가 되었다는 남편의 응원 덕에 다시 도전 할 수 있었고, 결국 빛을 보게 됐죠.

 

 

아파트 관리소장에 더해진 작가 인생,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주민들이 제 책을 읽으셨는지 민원이 좀 줄었습니다(웃음). 삶이 크게 변한 건 없지만 확실히 글의 힘을 느낍니다. 이전보다 제가 하는 이야기에 힘이 실린 게 느껴지거든요.

 

예전에는 오래된 주택건설 기준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할 때 허공에 외치는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 분이 많아요. 제 목소리 덕분에 아파트 주민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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