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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세 번째 화실이라 들었습니다. 작품들이 대단하군요.
이 화실을 꾸민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통영의 야숫골 마을, 하늘과 맞닿을 듯한 티베트의 구게 왕국을 그린 제 작품을 걸었지요.
제주, 태백, 낙동강에 이르는 국내의 아름다운 풍경부터 튀르키예, 러시아, 네덜란드 등 발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남기는 데 열정을 쏟았습니다. 저에겐 작품 하나하나가 삶의 기록이자 추억이지요.
CEO컨설팅그룹 회장, 한국전문경영인학회 이사장, 서강대와 이화여대의 겸임교수까지 많은 일을 하는 중에도 붓을 놓지 않았다고요?
틈날 때마다 화실에 들러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리지요. 40년이 넘은 습관입니다. 아침엔 회사로, 저녁엔 화실로 출근 도장을 찍었어요.
경영만 하기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사람들은 피곤하지 않냐고 걱정하지만 오히려 그림을 그리면서 회사 일로 쌓인 스트레스나 긴장감을 풀고 있죠. 글로벌 기업의 특성상 여러 나라에 자주 출장을 갔는데 그때마다 잠깐씩 짬을 내 풍경을 그리러 다니는 게 큰 낙이었어요.
경영과 미술, 완전히 다른 두 분야가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그림을 통해 창조적인 경영 마인드를, 경영을 통해 넓은 구도의 미술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죠. 물론 주변의 우려도 있기는 했습니다. 경영의 책임과 권한을 모두 미래의 리더가 될 임원들에게 맡겨둔 채 한 달이나 세계 도처로 미술 여행을 떠났을 때는, 당시 GE 본사 최고경영자였던 잭 웰치 회장이 우려했지만, 예상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워둔 터라 경영엔 아무런 영향이 없었죠.
오히려 CEO의 공백을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점, 후임자 물색에 도움이 된 점 등 ‘부재 경영’의 장점을 인정받았어요. 정상에 올라 대지 전체를 조망하는 듯한 독특한 구도의 ‘강석진 화풍’까지 만든 것도 CEO란 직업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서른 살에 뉴욕의 투자금융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할 때였어요. 늘 센트럴 파크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와 친구가 됐는데,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유화를 그릴 수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곧바로 나를 브로드웨이의 큰 화방에 데려가 정성껏 미술 도구를 골라주더라고요. 1000달러나 되는 큰 금액이었지만 그의 정성을 모른 척할 수 없었어요.
그 도구로 미술 서적을 봐가며 그림을 그리다가 몇 년 뒤 GE코리아 경영을 맡아 한국에 오면서 우연히 차일두, 박득순, 박기태, 김서봉 등 유명한 중견 원로 화가들을 만나 실력을 키웠죠.
취미를 넘어 자신만의 화풍을 이루어냈다는 게 참 대단합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화가들과 어울려 그림을 그리러 다니곤 했습니다. 물안개가 낀 산과 들판을 보며 “저 풍경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지요?” 하는 식으로 질문을 던져 자연스레 원근감, 색채 배합 등 귀한 가르침을 얻었지요.
실력이 일취월장한 덕분에 지금껏 개인전 6회, 국내외 단체전 140여 회를 열며 화가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어요. 세계미술문화진흥협회 이사장, 신미술회 부회장 등을 맡아 미술계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창조성, 열정, 프로 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술과 경영은 비슷해요.
지금이라도 미술을 시작해 보려는 은퇴자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제 화실을 방문했던 50대 지인은 80대 어머니와 같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오히려 어머니가 더 큰 열정을 보이는 것 같아요. 이렇듯 그림을 그리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일단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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