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찾은 나의 길, 나의 집

기사 요약글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서, 집에 책이 많아서, 책방이라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믿음이 있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책방을 만들 고 매일 그 문을 여는 사람들. 많은 사람에게 이들의 책방은 언제든 찾아 가고 싶은 담백하고 편안한 쉼의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기사 내용

 

 

 

김민정 대표님이 처음 문을 연 만화책 카페 ‘즐거운 작당’은 당시 홍대에서 꽤 유명한 장소였죠.

 

 

월급쟁이로 살았던 20년 간의 회사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지 일주일여 만에 임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어요. 어릴 때 막연하게 ‘만화방 주인이나 해볼까?’라는 생각 말고는 창업을 위한 어떤 준비도 없이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만화책 카페에서 번 돈을 가지고 그림책 카페 ‘달달한 작당’을 열었죠.

 

 

만화책 카페가 잘되어서 2호점으로 확장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그림책 카페를 열어 의외였어요.

 

 

사실 만화책 카페에도 그림책이 있긴 했어요. 그런데 만화를 보러 온 분들이어서 그림책은 보지 않더라고요. 그림책의 매력 역시 상당한데 왜 안 읽으시는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그림책을 따로 모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님 대부분이 성인이지만 성인용 그림책이 아닌, 4~7세용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그림책들이 ‘나를 흔들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내용이 깊었거든요. 그래서 어른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 그림책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공간을 직접 만드는 건 일종의 모험이기도 할텐데요.

 

 

전국에 그림책 카페가 많지 않으니 소수지만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와서 사랑해 준다면 근근이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의 첫 책방 ‘즐거운 작당’을 운영했던 경험을 믿기도 했고요.

 

판매만으로는 가게를 지속하는 데 자신이 없어서 그림책을 읽는 경험으로 수익을 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판매에 앞서 그림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에 대한 비용을 받기로 한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워낙 수요층이 적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책 한 권, 심지어 만화책 한 권을 읽으려고 해도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현대인에게 그림책은 좋은 대안이자 위안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책은 길어야 50쪽이고, 글도 많지 않은 데다 휘리릭 보면 5분밖에 걸리지 않아요. 그런데 여운은 길죠. 그런 그림책의 힘을 믿었어요.

 

 

두 책방을 합쳐 지금은 ‘비밀책방’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책은 물론, 책방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힘을 믿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우직한 믿음의 비결은 뭘까요? 제 책방을 누구보다 제가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담담한 성격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언젠가 직업이 바뀔 것이고, 안정적인 터를 떠나는 것은 누구나 두려워하는 일인데, 그것을 저는 제법 담담하게 받아들였어요. 마흔 살이 됐을 때부터 남편과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라는 대화를 많이 했는데, 그 덕분에 실제로 그날이 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꽤 침착할 수 있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잘 안 되는 게 현실인데, 좋아하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을 유망하다는 말 에 현혹되어서 일단 벌이면 과연 잘 될까요? 사소한 것이라도 좋아하고 아는 것에서 단서를 찾고, 그것을 유망하게 만드는 것이 제게는 더 쉬운 일 같아요.

 

 

 

 

 

윤성근 대표님의 책방도 소위 말하는 ‘책덕후’들 사이에서 소문난 명소입니다. 우선 본인부터 대단한 책덕후였다고요?

 

 

제가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컴퓨터 관련 산업이 유망하다고 해서 저 또한 컴퓨터를 전공했고, 졸업 후 IT 계열 회사에 취직했어요. 그런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출판사에 취직해서 2년 정도 일했고, 큰 헌책방에서도 일을 배웠습니다. 그 후 지금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차리게 됐죠.

 

 

솔직히 ‘요즘도 사람들이 헌책방을 찾을까’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많을 텐데요.

 

 

저는 처음부터 좋은 책은 반드시 팔린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헌책방 손님 중에는 ‘오늘 어떤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오는 분은 거의 없어요. 쓱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사는 거죠. 그 대신 올 때마다 달라진 게 없고 매번 같은 책만 있다고 느끼면 다시는 오지 않아요.

 

그래서 처음에 이곳의 문을 열면서 예비용으로 1000권 정도 따로 보관해두고 그때그때 바꿔주면서 언제든지 와도 좋은 책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어요. 지금은 예비용이 3~4000권 정도 됩니다. 좋은 책을 갖췄으니 손님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져 계속 흑자를 내는 시점이 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판매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책방은 밥집과 달리 매일 와서 사 갈 수 없는 구조잖아요. 그리고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 이사를 가거나 한 번 발길이 끊기면 일부러 찾아오는건 정말 드문 일이더라고요.

 

책이 아닌 다른 것으로 오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래서 독서 모임을 하거나, 공연을 열거나, 영화를 상영하는 등 호기심을 자극하고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온라인 판매는 하지 않았어요. 무조건 직접 와서 사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그것이 저희 책방만의 차별점이 되었습니다.

 

 

콘텐츠가 넘치는 세상에 여전히 사람들이 헌책방을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오늘은 어떤 책이 있을지 모르는 ‘기대감’이 헌책방의 매력 같아요. 헌책방에는 절판된 책이나 전혀 모르는 책이 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책이 사람을 선택한다고 볼 수 있죠. 마치 이 책이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서가에 꽂혀 있는 것, 헌책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갖고 있어요.

 

요즘 같은 최첨단 시대에 단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헌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사실 무모할 수 있어요. 저 역시 당연히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운영하면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반복 한 후 이런 깨달음을 얻었어요. 술 좋아하는 사람이 날씨와 컨디션을 따지지 않고 술을 마시는 것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유행이나 시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전히 이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 제가 헌책방을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앞으로도 운영할 수 있는 희망이에요.

 

 

 

 

신경애 대표님은 퇴직 후 버킷 리스트가 책방을 차리는 것이었다고요?

 

 

제가 사는 쌍문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저렇게 드라마 속 동네의 정서를 그대로 담은 헌책방을 하나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저도 88서울올림픽 때 자원봉사를 했거든요. 그 시절의 자료나 책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퇴직 후 바로 실행에 옮겨 지금의 주택 지층을 개조한 헌책방을 열게 됐습니다.

 

 

‘외갓집에 가자’라는 책방 이름이 정겹습니다.

 

 

이 근처에 다문화가정이 많아요. 그 아이들의 외갓집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지었습니다. 헌책방을 열기 전 창동청소년수련관 관장으로 일하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외갓집이 멀어서 가기 힘들잖아요. 이곳을 외갓집처럼 친근하게 느끼고, 와서 책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제가 도서관학을 전공하고, 사서 교사 자격증도 있어서 간단한 수업 정도는 해줄 수 있거든요. 퇴직 후 새로운 일을 찾았다기보다는 사회 공헌에 가까워 보입니다.

 

사실 수익은 마이너스나 다름없어요.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주택가인 데다 홍보 활동도 하지 않으니까요. 최근에 생겨나는 아기자기하고 느낌 있는 서점들을 보면서 헌책방을 연 것이 실수가 아닌지 주눅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곳 쌍문동은 정서가 좀 달라요. 이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은 화려한 것을 좇기보다 조용히 사색하고 누추하더라도 스스로 자기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책방을 열고 나서 변한 것이 있다면요?

 

 

제가 가장 많이 변했죠. 퇴직도 했고 책방 주인이라는 인생의 버킷 리스트도 이루면서 저 자신을 많이 내려놨어요. 생전 해본 적 없는 까만 매니큐어도 발라봤고, 직장인이었을 때는 생각도 못 한 뽀글이 파마머리도 하면서 일탈이라는 것을 해봤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까 이 공간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들, 어른들과 공유하면서 이곳에서 누군가 자기만의 길과 정체성을 찾는다면 저는 성공한 거예요.

 

 

 

 

‘바람길서점’의 박수현 대표님도 책방을 여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고요.

 

 

대기업 IT 분야에서 오래 근무했고 일을 좋아했습니다. 딱히 슬럼프랄게 없었어요. 그런데 송년회에서 거나하게 취해 이튿날 술이 덜 깬 상태로 출근하는데, 문득 결혼 초기부터 남편과 약속했던 세계 여행을 더 늦기 전에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어요.

 

그날부터 6개월간 차근차근 퇴사 겸 세계 여행 준비를 시작했어요. 출근길에 20분씩 걸으며 체력을 다졌고, 회사 근처 도서관에서 집중적으로 여행과 각 나라에 관한 책을 빌려 읽었죠. 아마도 그때의 경험 덕분에 책을 보는 안목과 취향이 생긴 것 같아요.

 

그렇게 남편과 나란히 퇴사를 하고 중국에서 시작해 캄보디아, 태국, 호주, 뉴질랜드 등 47개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특히 저희가 두 번째 직업으로 점찍어둔 동네 서점을 눈여겨봤죠.

 

 

여행을 하면서 책방 주인으로서의 삶과 운영 전략을 구체화했군요.

 

 

각 나라마다 동네 서점이 지닌 매력은 달랐지만 하나의 지향점이 있었어요. 주인의 취향과 가치관이 담긴 책을 비치해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 콘서트나 시 낭송회, 전시회를 꾸준히 기획해 사람들을 모이게 하더라고요. 이 모습을 보면서 책을 읽고 파는 서점을 넘어 마을의 문화 살롱 같은 책방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여행을 마친 후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일단 동네 책방에서 ‘무보수 알바’를 자청해 경험을 쌓았습니다. 독서 토론회에 참석해 진행하는 법도 배웠고 커피를 함께 판매할 수 있도록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어요.

 

그리고 해외의 책방을 돌 때 재미없는 한국 소개 서적에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그래서 직접 기획해서 자칭 ‘한국 빠꼼이’로 통하는 외국인 작가와 일러스트 작가를 섭외해 순대, 파전 같은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책을 펴냈습니다.

 

 

지금의 책방은 상상하던 모습과 같나요?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세요?

 

 

제 일상은 좋아하는 책을 발굴해 비치하고, 주문받은 커피를 내리고, 주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꾸리며, 평범한 동네 주민들의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엽니다.

 

월세며 책값이며 이것저것 제외하면 어떨 때는 제 인건비도 안 나올 때가 있고 예전에 받던 월급과 비교하면 이래도 되나 싶지만, 업무분담이 명확하던 회사 생활과 달리 지금은 영업, 보안, 마케팅, 총무 등 모든 영역이 다 제 몫이죠.

 

분명 쉽지 않은 길이지만 오랫동안 꿈꿨던 일들을 주체적으로 하나하나 이뤄가면서 꿈꾸는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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