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광기, 나눔으로 위로받고 나눔으로 위로하는 삶

기사 요약글

그의 삶은 어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난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인생의 절벽에서 만난 봉사 활동이 삶에 변화를 몰고온 것. 아이티 대지진 현장에서 그는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들을 보았고 혼자만 힘들다는 생각이 흔들렸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기 시작했고, 이제 나눔은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기사 내용

 

 

 

2010년부터 해마다 카메라를 들고 아이티에 다녀왔다고요.

 

 

처음에는 그저 제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월드비전에서 봉사 활동을 했어요.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아이티 지진 현장을 찾아갔고, 틈틈이 사진을 남겼죠. 그런데 제 뷰파인더에 잡히는 것은 다 죽은 나무나 꽃이더라고요. 상처 입고 다치고 시든 모습이 마치 저를 보는 것 같았나봐요.

 

하지만 그것들을 유심히 바라보니 다른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재난의 땅에서 역경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맞았지만 그렇다고 생이 끝난 것은 아닌 그런 모습이요. 이를 통해 죽음과 삶,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곳에서 말할 수 없이 큰 위로를 받은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아이티를 열심히 찾아갔고, 그곳을 사진으로 담아 왔습니다.

 

 

 

 

봉사 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학교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졌죠?

 

 

잠깐 다녀오는 것 말고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평소 제가 좋아하던 그림을 통해 펀딩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고맙게도 제 뜻에 동참하는 50명의 작가와 선후배들이 모였고, 서울옥션의 지원을 받아 자선 경매를 연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매년 자선경매를 열었고 전시회도 개최했어요. 그 수익금으로 아이티 페티옹빌 지역에 학교를 지었고, 2009년에 신종플루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제 아들의 영어 이름을 따 ‘케빈스쿨’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때 일을 책으로 담기도 했죠.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을 글로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너무 아픈 경험이라 책으로 출간하는 것을 매번 고사했는데,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이 생겨났잖아요. 분명 그때의 나처럼 생전 처음 겪는 이름도 생소한 전염병으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을 텐데, 그 고통을 아는 제가 작으나마 위로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슬픔은 눈물 흘리는 것으로만 치유되지 않아요. 빈자리를 채우려면 적극적으로 치유해야 하는데, 누군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만으로는 채울 수 없어요. 저 또한 아프게 경험하고 나서 깨달은 사실이에요. 그래서 내가 노력한 만큼 주위에서 채워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자선 활동으로 시작한 아트 페어 행사가 10년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영역을 확장했더군요.

 

 

자선 활동을 위해 한번 해보았던 아트 페어를 통해서 저 또한 새로운 세상을 만났어요. 그래서 방송국에도 아트 경매와 관련한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생소해서인지 수년간 거절당했어요(웃음).

 

꼭 방송국에서 만들지 않아도 유튜브가 있으니 제가 직접 해야겠다 싶어서 ‘광끼채널’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만들어서 작가를 인터뷰하고 작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작품 금액은 라이브 채팅을 통해 책정하는 방식이고요. 한 번 방송할 때마다 수십 명이 접속하는데, 컬렉션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점점 매주 참여하는 마니아도 생겼죠.

 

한번은 22세의 컬렉터가 아르바이트로 모은 100만 원을 그림을 구입하는 데 써보겠다며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런 반응이 재미있고 마냥 신기했어요. 그동안 미술품 컬렉션은 상류층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여겨왔는데, 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예술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지요.

 

지난봄에 열었던 유튜브 자선 경매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과 어린이를 돕기 위한 모금 방송으로 진행했는데, 추정가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되고 모든 작품이 완판을 기록했습니다. 제가 가진 재능이 나눔에 쓰이는 방법과 사람들이 나눔에 동참하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예술이 나눔과 어떻게 접목되어 시너지를 내는지 저도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다양한 방식의 나눔 활동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봉사를 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묻지 않을 수 없어요. 나는 무엇을 향해 사는지, 우리 삶이 어디로 가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상기하게 됩니다.

 

 

아이티 봉사 활동을 다녀온 이후의 저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나라는 사람과 내가 가진 것이 어떻게 이 세상에 쓰여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인생의 선물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그랬듯 나눔이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다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기사 어때요?]

 

>> [전성기TV] 백승휴 사진작가, 포토테라피, 사진으로 소통하다

 

>> 배우 김혜은, 삶의 방향을 나눔에서 찾다

 

>> 취미가 직업으로! LP 수집가의 즐거운 인생 2라운드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