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가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면

기사 요약글

비장애인이 100권의 책을 고를 때 시각장애인은 단 6권의 책을 고를 수 있다고 한다. 그마저도 점자를 제때 익힌 사람들의 경우이고, 후천적으 로 시각장애인이 되어 점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지 않는다면 독서의 즐거움이 그저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웃들 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낭독 봉사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을 만났다.

기사 내용

 

 

 

지난해부터 <전성기 웰에이징 시리즈> 오디오 북 제작에 재능기부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전에도 낭독 봉사를 한 경험이 있었나요?

 

 

송숙경 사실 어릴 적 꿈이 아나운서였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방송국 시험도 한 번 봤는데 떨어졌죠. 이후 아나운서의 꿈은 잠시 덮어두고, 공직생활을 하며 각종 행사가 있을 때 진행을 맡는 것으로 꿈에 대한 갈증을 조금씩 해소하며 살았죠.

 

그러다 퇴직 후, 서울시 50플러스재단과 마포FM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는 기회가 생겨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때 제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목소리를 활용할 나눔의 기회를 열심히 찾던 중 재능 교환 프로젝트인 전성기 활동가에 지원해서 낭독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안수경 저도 평소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목소리가 개성 있다, 듣기 좋다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문득 궁금하더라고요. ‘내 목소리가 진짜 그런가? 그럼 목소리로 할 수 있는 일에 한번 도전해 볼까?’ 하고요.

 

그래서 저도 성남FM이라는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DJ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동안 몰랐던 즐거움을 알게 되었어요. 오직 사람의 목소리로만 가득 채워지는 시간이 너무 특별했죠. 발음이나 호흡은 한참 연습이 더 필요한 아마추어지만, 제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설레고 신기했어요.

 

이태희 저는 개인적으로 40·50대를 힘들게 보냈어요. 식물인간이 된 남편과 오랫동안 병상에 계신 부모님을 차례로 간병하는 것이 제 삶의 전부였지요. 세 사람을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나니 제 나이가 60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이제부터 남은 삶은 완전히 다르게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두 가지를 결심했습니다. ‘무조건 배운다. 배워서 나눈다.’

 

그래서 자격증을 16개나 땄는데, 그중 하나가 동화구연지도사예요. 아픈 가족을 돌보다 보니 인지 능력이 부족한 환자라도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는 등 청각을 자극하면 몸이 미세하게 반응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때의 경험으로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동화구연 활동을 했고, 이어서 낭독 봉사까지 하게 되었네요.

 

 

혼자 읽는 책과 남에게 읽어주는 책, 어떻게 다른가요?

 

 

안수경 책을 굉장히 집중해서 읽게 되죠. 혼자 눈으로만 읽을 때는 흘려보냈을 문장들도 꼼꼼히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고요. 같은 책을 소리 내서 읽을 뿐인데 생각과 시야까지 넓어지는 것 같달까요. 그래서 낭독 봉사를 시작한 이후 평소에도 책을 소리 내서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낭독 봉사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요?

 

 

이태희 저는 올해 초에 건강이 매우 안 좋았어요. 신장 투석을 받게 되면서 전체적인 신체 기능이 많이 떨어졌고, 그중 하나가 시력이었죠. 다행히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잠시 실명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며칠간 고생을 했는데 오디오북을 들으며 불안함과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죠. 그 때 ‘내가 읽어주는 책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하더라고요.

 

안수경 결국에는 나눔과 봉사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더라고요. 내가 충만하게 경험한 독서의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기회가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낭독 봉사를 준비하면서 전문 성우에게 보이스 코칭을 받고, 스튜디오에 가서 녹음을 하는 과정 자체가 이전에는 해보지 못한 재밌는 경험이에요. 물론 성우 선생님과 감독님께 지적을 받으면 어떡하나 여전히 긴장되긴 하지만요(웃음).

 

송숙경 낭독 봉사는 책을 쉽게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활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제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누구는 치매예방을 위해 일부러 혀 운동을 한다는데, 저는 낭독을 위해 수 차례 발성과 호흡을 연습하고 반복해서 녹음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저절로 운동을 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낭독 봉사를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하다보니 최근에 좋은 기회도 생겼어요. 남산도서관에서 진행하는 ‘100인의 낭독 챌린지’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했거든요. 제 목소리가 어딘가에 쓰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렇게 제 노후를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어 더욱 감사함을 느끼고 이 일에 점점 애착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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