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엄마로 누리는 행복

기사 요약글

손주 보기도 꺼려한다는 요즘, 고단한 황혼 육아에 스스로 뛰어든 박순례 씨.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시작한 위탁 가정 봉사는 자신과 가족의 삶까지 크게 바꿔놓았다. 아기와 함께 울고 웃으며 10여 년 간 쌓은 추억, 그 안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은 경험담.

기사 내용

 

 

 

위탁 아기를 손자가 아닌 아들, 딸로 부르신다고요.

 

 

아기 데리고 외출할 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기는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아이에게 자꾸 “엄마한테 와” “아빠가 안아줄게” 하니까 다들 “늦둥이를 본 거냐?”고 묻더라고요(웃음).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젊은 시절 아이 키울 때 기분이 들어요. 그때는 먹고사는 게 힘들어 새끼들 예쁜 줄 몰랐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아기가 이렇게 귀하고 예쁠 수 없어요.

 

 

위탁 가정 봉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50대 중반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다 보니 무료하다 못해 우울증까지 생길 지경이었는데 마침 위탁 가정 모집 공고를 보게 됐어요.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니 이제부터라도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요?

 

 

버스 운전을 하는 남편은 밤낮 우는 갓난아기를 데려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이 많았죠. 한데 갓 백일을 넘긴 남자아기를 맡게 된 거예요. 그 녀석 덕분에 우리 부부가 각각 안방으로, 작은방으로 떨어지는 생이별을 했지요. 녀석이 울기는 또 얼마나 울었는지…. 그래도 예쁘더라고요. 웃어도 예쁘고 울어도 예쁘고. 언젠가 헤어질 걸 알면서도 내 식구처럼 정이 갔어요.

 

무뚝뚝하기만 하던 두 아들도 많이 변했죠. 퇴근하면 방문 닫고 들어가기 급급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아기를 보겠다며 성화였어요.

 

 

그 아기는 입양되었나요?

 

 

온 식구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던 어느 날, 해외 입양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그때 온 식구가 얼마나 정식 입양을 고민했는지 몰라요. 이제 내 자식과 다름없는 아이를 스웨덴으로 보낸다고 생각하니까 눈물부터 나더라고요.

 

우리 아들들이 엄마, 아빠 나이가 많아서 키우기 힘들어지면 자기들이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냉정해져야 했어요. 부유한 양부모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랄 수 있는 아이를 우리 욕심에 주저앉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니 보내주는 게 맞겠더라고요.

 

 

역시 이별이 쉽지 않았군요.

 

 

당시 오십견이 찾아온 터라 아이를 보내고 좀 쉬려고도 했는데, 막상 멀리 아기를 보내놓고 나니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더군요. 덩그러니 남은 아기 장난감을 보며 3일 밤낮 눈물 바람이었죠. 결국 두 번째 아기를 데려와 포대기로 업은 채 어깨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어요. 그렇게 마음으로 낳아서 기르고 보낸 아기가 벌써 13명이 넘었네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쌓은 추억도 많겠어요.

 

 

반은 웃음이고 반은 눈물이지요. 핏덩어리일 땐 우유 먹고 토하는 게 안쓰럽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 어디 부딪혀 다치지 않을까 늘 걱정이죠. 가구 모서리에 부딪혀 피가 나는 애를 업고 응급실에 달려가기도 했고, 요로감염으로 입원한 아이 때문에 처음으로 병원에 큰소리치며 항의한 적도 있었어요.

 

농약 한 번 안 친 채소를 길러 아이 입에 넣어줄 땐 행복이 이런 건가 싶고, 아기띠를 한 채 여수 향일암에 올랐던 때를 생각하면 고생은 했어도 그만한 추억이 또 없더라고요.

 

 

아이와 이별하는 순간은 어떤가요?

 

 

울며 불며 매달려 같이 통곡하게 하는 아기, 정을 떼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양부모 품에 안기는 아기 등 마지막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모든 아이가 애틋하고 특별해요.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늘 궁금하지만 행여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될까 싶어 연락해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습니다.

 

 

위탁 가정 봉사를 본 주변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주위 사람들 반응은 반반이에요.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는 한편 왜 사서 고생이냐고도 하는데, 저는 이 일이 고생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아기가 우리 가족에게 주는 기쁨과 행복이 더 크죠. 아기를 품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하나도 없거든요.

 

 

위탁 가정 봉사에 참여하려면 어떤 자격이 있어야 하나요?

 

 

우선 나이 제한이 있어요. 위탁모의 나이가 만 65세 이하여야 하고, 막내 자녀는 초등학생 이상이어야 합니다. 생후 12개월의 영아를 전적으로 맡아 길러야 하기 때문에 신청자의 심신 건강, 생활환경, 경제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합 여부를 가립니다. 기관과 거주지 간 거리가 승용차로 1시간 이내여야 한다는 기준도 있습니다.

 

 

양육 물품은 직접 구입해야 하나요?

 

 

대한사회복지회에서 매달 분유, 기저귀, 장난감, 의류 등 양육 물품을 지원해 줘요. 연령에 따라 도서 및 교구를 지원해 주기도 하고요. 또 질병, 장애를 가진 아동의 경우 정기검진, 수술 등 의료비를 지원하고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소정의 양육비도 지급되고 국가에서 지급하는 양육 수당도 동일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원받은 양육비는 고스란히 아이를 돌보는데 사용하기 때문에 보수보다는 봉사에 의의를 두고 참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뜻이 있어도 육아 상식과 경험이 너무 부족하거나 오래돼서 걱정이 앞서는 분도 많을 것 같아요.

 

 

위탁 가정으로 선정되면 아이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도록 때에 맞춰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일단 입양 절차부터 위탁모로 활동하기 위한 기초적인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죠. 아동 학대, 사고 예방, 이유식 만들기, 놀이, 연령별 아동 발달, 응급 상황 대처법 등 1년에 3~4회 정기 교육을 받습니다.

 

 

최소 활동 기간이 있나요?

 

 

활동 기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신체 건강한 아이의 경우 평균 생후 20개월 전후에 입양된다고 해요. 위탁 가정은 아이가 양부모를 만나기 전까지 책임감 있게 맡아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한사회복지회 아동지원팀

- 전화번호 : 02-552-7739~40

- 홈페이지 : www.k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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