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금융인들의 의미 있는 인생 2막

기사 요약글

오랫동안 몸담았던 일을 뒤로하고 은퇴한 후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할 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미련 없이 실컷 일했기 때문에 이제 뒤도 돌아 보지 말고 완전히 다른 분야의 일을 하자는 것과 반대로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온 커리어를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 금융인으로 은퇴한 이들이 모여서 만든 다우리이엔씨협동조합 회원들은 후자에 속한다. 이들은 본인들의 오랜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경제·금융 분야에서 소외된 동년배와 후세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은퇴 후 본인의 삶은 물론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기사 내용

 

 

 

은퇴한 금융인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라고요. 다들 현직에 계실 때부터 미리 준비했었나요?

 

 

아니요. 현직에 있을 땐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저희는 은퇴 후에 모 경제신문사에서 주최한 3개월간의 경제 교육 강사 및 상담사 과정을 함께 이수한 것이 인연이 되어 모인 사람들이에요.

 

수십년 동안 금융권에 몸담고 있긴 했지만 각각 은행 지점장, 증권회사 지점장, 한국은행 국장 등 해온 일은 다 달랐는데, 현직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사회공헌을 위해 쓰자는 생각 하나로 뭉치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이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회원들 모두 은행에서 은퇴할 무렵부터 ‘사회에서 많은 것을 받았으니 밖에 나가면 받은 것들을 돌려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었죠.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후배들을 위해서에요. 어찌 보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자리에서 은퇴를 했지만, 막상 하고 나서는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지 고민이 많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먼저 은퇴한 우리가 재무 상담 분야에서 발전적인 모델을 만들어놓으면 앞으로 은퇴할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금융 분야의 이력을 이어가면서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살자는 취지로 협동조합을 설립했지요. ‘모두가 다, 우리’라는 의미의 ‘다우리’라는 이름 아래 조합원 1인당 30만 원씩 출자해 총 450만 원을 모았습니다. 2014년도의 일이었죠.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조합을 만든 목적 자체가 후세대에게 체계적인 경제 교육 기회를 제공하자,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재무 상담을 제공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것이었으니 필요한 곳은 가리지 않고 찾아갔습니다.

 

조합 설립 초창기에는 삼성꿈장학재단의 교육 복지 중점 사업 파트너로 선정되어 청소년 경제 교육을 진행했어요. 조합원들이 중·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경제 금융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은행과 재래시장을 함께 방문해 경제 현장에서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생생하게 교육하는 일이었죠. 또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서 주말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도 진행했고요. 그리고 서울시노인복지관협회 요청으로 각 구청 노인종합복지관과 경로당을 찾아가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금융 사기 예방 교육과 노후 금융 상담 서비스도 진행했습니다.

 

최근 2년여간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교육이 많이 축소된 상황이라 조합 차원의 단체 활동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어요. 회원들 개별적으로 예금보험공사, 도심권50+센터 등에서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금융 강의 같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특히 금융시장의 빠른 변화로 시니어들에게 금융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보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설립 초창기부터 코로나19가 있기 전까지는 매주 2시간 동안 탑골공원에서 3개의 부스를 마련해 놓고 무료 금융 상담을 진행했어요. 한 회에 70여 명이 상담을 받고 가셨죠. ‘목돈을 가지고 있자니 불안하고, 은행에 넣어놓자니 금리가 너무 낮은데 어디 굴릴데 없을까’라는 노후 자금에 대한 재무 상담이 주를 이루었지만, 한쪽에선 자식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분도 많았죠. 저희도 동년배이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비슷한 경험을 빗대어 조언해 드리기도 했어요.

 

시작은 재무 상담이지만 끝은 인생 상담인 경우가 많았죠(웃음). 재무 상담이 아니더라도 대화 상대에 목마른 사람들에게는 말벗이 되어주고, 저희가 직접 처리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메모해 두었다가 관련 기관에 전해드리기도 했어요.

 

 

은퇴 후에는 전적으로 사회와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그렇게 실현되었군요.

 

 

저희가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은 은퇴 전에 은행 지점장실에서 만났던 분들과는 달라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분들이지요. 그분들이 저희와의 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용기를 얻었다고 할 때 느끼는 보람은 그 어떤 보상보다 큽니다.

 

사실 저희 협동조합의 수익은 그리 많지 않아요. 강연과 상담을 통해 버는 수입은 굳이 헤아리자면 한 달 최소 생활비 정도 될 거예요. 하지만 조합 활동을 통해 느끼는 만족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30년 이상 청춘을 바쳐 몸담았던 분야에서 은퇴 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한 인생 2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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