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의미 있는 노년의 삶을 찾다

기사 요약글

어릴 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서 듣던 옛날이야기는 요즘으로 치면 ASMR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할머니 목소리로 들으면 왜 더 재미나고 아름 답게 들릴까? ‘행복한 은빛 세상’은 이처럼 시니어 특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보다 의미 있고 행복한 노년의 삶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기사 내용

 

 

 

행복한 은빛 세상이라는 이름자체가 결국 이 단체의 목적과 방향인 것 같습니다.

 

 

‘노년을 의미 있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우리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지금까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고 실행해 보고 검증해 보는 과정 자체가 저희의 활동이지요.

 

 

그래서 어떤 답을 찾았나요?

 

 

사회참여입니다. 노년기는 자녀가 결혼해서 곁을 떠나거나 직장에서의 은퇴가 불가피한 시기잖아요. 그래서 많은 분이 빈둥지증후군을 겪어요. 그동안 내 가족과 몸담고 있던 조직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그 역할이 끝난 다음에 문득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물음표가 생기지요.

 

앞으로 남은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사회와 내가 단절됐다고 생각하니 우울해지고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와 사회를 연결하는 고리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꼭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노년기에 사회참여 활동을 하려면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상의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 필요했지요.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지인들이 직접 그 역할을 해보자고 해서 2012년에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들었어요. 이후 사회사업 활동가들이 합류하면서 전문성을 키웠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회원 수가 50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를 키워갔습니다.

 

 

노년기에 사회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일단 스스로도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는 뒤로 물러나 좀 쉬자’라는 마음이 있고요. 또 무언가를 하긴 해야겠는데 왠지 젊은이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 의기소침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젊은이들과 같은 시장에서 내 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노년기에만 할 수 있는, 노년기에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일이 바로 행복한 은빛 세상의 대표 프로그램인 ‘이야기 할머니 할아버지’군요.

 

 

2013년부터 시작해 어느덧 10년 차가 되었네요. 주 1회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전통 놀이를 알려주고, 전래 동화를 들려주는 선생님을 양성해서 파견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연구 모임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각자 어린 시절을 보낸 지역이 다르고 기억력에만 의존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 전통 놀이 전문 강사를 모셔와 지역별 전통 놀이를 직접 배우면서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꾸준히 키우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잘 가르쳐주기 위해 어릴 적 기억을 자꾸 상기시키고, 또 여태 몰랐던 놀이를 새롭게 배우고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니 건강에도 무척 도움이 됩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위 세대와 아래 세대가 만나는 특별한 장이네요.

 

 

세대 통합에 기여한다는 것이 저희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점이에요. 참여하신 분들도 이 일을 통해 자식과 손주들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엇보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지만 접점이 없었던 소외 계층 아동들과 이야기 할머니로 만나는 시간이 가장 귀한 경험이었다고 얘기합니다.

 

 

문화 예술을 통한 세대 통합 프로젝트도 있다고요.

 

 

2013년부터 치매 노인을 위한 ‘아베크 콘서트’를 개최했어요. 아베크(avec)는 프랑스어로 ‘함께’ ‘동행’을 뜻합니다. 그 공연을 시작으로 해마다 조손 가정을 돕기 위한 콘서트, 우울증 예방을 위한 콘서트, 퇴직 세대의 리스타트(re-start)를 위한 콘서트 등 다양한 부제를 걸고 무대를 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과 2021년에는 개최할 수 없었지만, 기약 없이 연기했던 여덟 번째 ‘아베크 콘서트’를 올해에는 꼭 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이어가고 있나요?

 

 

지난해에 서울 서대문지역자활센터 운영 주체 공모에 신청해서 보건복지부와 서대문구청의 지정 승인을 받았습니다. 중장년과 노인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쳐보려고 해요. 노년에 자신의 역할을 찾고, 성실하게 살다가 인생을 잘 마감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해 하나의 좌표를 만들어놓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방향이기도 하고요.

 

노년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어떤 형태로든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라면 앞으로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행복한 은빛 세상

- 홈페이지 www.happys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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