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으로 여는 소통의 세상

기사 요약글

시작은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모든 엄마가 가진 그 마음이 하나둘 모이니 내 아이뿐 아니라 옆집 아이까지, 그리고 동네의 독거 어르신까지, 나아가 내가 사는 마을까지 조금씩 변화하게 되었다. 보드게임으로 세대간 단절된 소통을 돕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재미나고 의미 있게 만들어가고 있는 ‘재미누리 협동조합’의 엄마들을 만났다.

기사 내용

 

 

 

엄마들이 주축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친환경 먹거리나 교육을 위한 모임이 아닐까 했는데 보드게임을 만들고 연구한다고 해서 신선했습니다.

 

 

출산 이후 경력 단절 여성으로 살다가 지역의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보드게임 지도사 과정을 수료했어요. 그때 만난 엄마들이지요. 3개월 과정을 이수하고 나서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함께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보드게임을 연구하는 동아리로 인연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들 공부하면 할수록 놀이를 통한 교육에 관심이 많아지고 열정이 넘쳤거든요.

 

 

가볍게 동아리로 시작되었는데, 협동조합까지 만들게 된 계기가 있 었나요?

 

 

회원 모두가 보드게임, 스포츠 스태킹(컵 쌓고 내리기 게임) 등 놀이 관련 강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강사입니다. 그저 단순한 직업으로만 머물지 말고, 건강한 놀이 문화 보급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재능기부 활동도 함께 했어요. 그런데 각자 현장에서 활동해 보니 공통적으로 느끼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견되었고, 이를 보완하려면 제대로 된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체감한 지역 간 교육 격차와 그로 인해 소외되는 아이들이 계속 눈에 밟혔어요.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좀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졌지요.

 

 

보드게임이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었군요.

 

 

그럼요. 보드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협력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여럿이 모여도 손에 쥔 휴대폰으로 각자 놀고, 소통을 하더라도 휴대폰으로만 하잖아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삶의 방식이니 무조건 나쁘게 볼 수는 없겠죠.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얼굴을 마주 보고 눈을 마주치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 있잖아요. 보드게임은 그걸 경험하게 해주는 좋은 도구입니다.

 

또 보드게임은 다른 사람의 심리를 얼마나 잘 읽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잖아요. 게임을 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기쁨을 배우면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활동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나요?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뭉쳤지만, 사실 조합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는 모두 문외한이었어요. 그래서 여성인력개발센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에서 협동조합 교육을 받으며 차근차근 준비했어요.

 

2015년 12월에 10명의 조합원들이 각 40만 원씩 낸 총 400만 원의 출자금으로 지금의 ‘재미누리 협동조합’을 설립했죠. 엄마 강사들이 모인 협동조합으로 알려지면서 저희가 사는 양천구와 인근 지자체에서 학교 연계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게임을 이용한 인성과 진로,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맡겨주셨어요. 초등학교, 중학교,고등학교의 창의 체험이나 자유학기제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죠.

 

 

아이뿐 아니라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고요.

 

 

수업 중에 유난히 시무룩하고 무기력한 아이들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가족과 소통이 잘 안 돼 불화를 겪는 아이들이었지요. 그래서 가족이 다 함께 보드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시니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길을 넓혔습니다. 서울시민대학에 학부모 10주, 시니어 8주 과정의 강좌를 개설해 교육을 진행했지요.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강좌 종료 후에도 보드게임을 매개로 한 동아리로 묶어주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했거든요. 보드게임이 세대 간 단절된 소통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역에 계신 독거 어르신을 모셔서 함께 보드게임을 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소통에 가장 취약하다는 50대 이상 독거남들의 고독사 기사를 접하고 동주민센터를 찾아다니며 50대 이상 1인 가구와 연결을 요청해 모시게 되었죠. 오랫동안 소통이 단절된 분들이라 처음에는 집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힘들어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보드게임을 하면서 점차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며 이 일에 대한 보람과 필요성을 더욱 느꼈습니다.

 

 

많은 협동조합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재미누리는 어땠나요?

 

 

보드게임은 사람들이 모여서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것이니, 저희의 주 활동이던 대면 수업과 프로그램도 많이 축소되었지요.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되었어요. 현장에 나가 활동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저희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집중해서 준비하고 실험해 볼 수 있었거든요.

 

첫 번째로 직접 교구를 개발하고 만들었습니다. 기후 위기 스토리를 담은 보드게임 교구를 개발해 작년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반응도 무척 좋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마을 학교 같은 공간을 운영하는거예요. 지역 내 공방이나 문화 예술 단체 등 다양한 교육 자원을 가진 분들과 협력해서 전 세대가 모여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경험을 함께하는 공간을 운영해 보려고 합니다.

 

처음 저희의 시작이 아이들이 안전하고 더 나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라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잖아요.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의 초심이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재미누리협동조합

- 이메일 jeminuri@naver.com

- 네이버 카페 cafe.naver.com/boardque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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