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발굴하다, 허스토리마실

기사 요약글

배움을 즐기는 사람에게 역사는 주제가 끊이지 않는 화수분과 같다. 특히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처럼, 역사 속에 꽁꽁 감춰진 여성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일이라면 더욱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여성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공부로 시작해 자기 계발과 사회적 성취,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당찬 여성들을 만났다.

기사 내용

 

 

 

히스토리(History)가 아니라 허스토리(Her story)군요.

 

 

여성을 위한 여행과 교육,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협동조합이니까 그에 걸맞은 이름을 지었어요. ‘허스토리(her story)’는 여성사나 여성과 관련한 문화재 등 여성의 이야기를 가리키죠. 여기에 답사보다는 친숙한 느낌을 주는 ‘마실’이라는 단어를 붙였습니다. 즉 ‘여성의 이야기를 찾아다닌다’는 뜻이죠.

 

 

어떻게 여성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허스토리마실을 시작한 것은 우연히 갖게 된 관심 때문이었어요. 중학교에 다니던 아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역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아이보다 제가 더 푹 빠졌지요. 그래서 박물관 대학에 다니며 역사를 공부하게 됐고, 여성사강사 양성 과정까지 이수하게 되었습니다.

 

여성사를 공부하면서 늘 아쉬운 점이 역사에서 여성에 관한 기록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해설사로 봉사 활동을 하는 것보다 역사 속에서 여성의 기록을 찾고 여성 문화유산 콘텐츠를 보급하는 게 좀 더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싶어 허스토리마실을 제안하게 됐지요.

 

 

 

 

회원들은 어떻게 모였나요?

 

 

여성문화유산연구회에서 여성사 공부를 함께 하다가 인연을 맺은 분들이죠. 그때 저희 고민이 ‘NGO 단체에서 계속 봉사만 할 것인가?’였어요. 봉사도 좋지만 좀 더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우리끼리 여성사 관련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는 사업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협동조합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주 1회 공부 모임으로 시작해 생각을 점점 확장해 나갔죠. 그러다 사업 모델로 협동조합을 생각했는데, 무작정 뛰어들 수는 없어서 2014년 1월부터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협동조합 설립 준비 과정을 밟았습니다. 당시 조합원 10명으로 시작해 현재 네이버 카페 회원이 500명을 넘었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하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여행 기획, 교육 기획, 문화 기획 등 세 분야의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중 여행 기획은 우리의 노하우가 집약된 사업이에요. 오랫동안 여성사를 공부하면서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여성들에게 특화된 감성 여행 프로그램을 만든 것입니다.

 

 

여성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인가요?

 

 

꼭 여성사나 여성과 관련한 지역이 아니더라도 중년 여성들이 좋아하고 가보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 체험 등을 접목해서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여성사 중심의 역사기행인 ‘의주대로 기행’ ‘여성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여성을 찾아내 그 발자취를 되짚어볼 수 있어서 참가자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렇게 개발한 20여 곳의 감성 여행 코스에 한 해 동안 300여 명이 참여했지요. 서울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도 연 40회에 걸쳐 총 15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여성의 눈으로 역사를 돌아보는 여행 외에도 여성의 역사와 직업, 인문학 강좌도 열었습니다. ‘역사 속 여성 인물과 직업’ ‘여성 인문학 강사 양성’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죠. 여성의 이야기를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 활동도 있었어요. 우리 옷 꾸미기 체험 시리즈를 개발하고, 마을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스토리북을 개발하기도 했죠. 서대문구 안산에 여성테마 길인 ‘여기로’ 조성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가장 뿌듯했던 대표적 성과는 무엇인가요?

 

 

비운의 단종 비 정순왕후를 공부하며 그녀의 흔적을 찾아나섰습니다. 그런데 정순왕후의 거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청룡사 뒤쪽에서 우연히 ‘정업원 구기(정업원이 있었던 터라는 의미)’라고 쓰인 비석을 발견했어요. 정순왕후가 팔십 평생 단종의 명복을 빌면서 살았던 곳인데, 마을 사람들도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발굴 자료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알렸지요.

 

저희가 숨은 여성사를 발굴한 덕분에 ‘정순왕후 추모제’가 서울 종로구 지역 문화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는 활동이 어려웠을텐데요?

 

 

역사 탐방 횟수는 다소 줄었지만, 사업은 지속해 왔습니다. 서울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이나 마을 이야기꾼 양성 및 구연 사업도 그대로 해왔습니다. 특히 ‘은평구 이말산 여성테마길’을 조성해 스토리보드와 지도를 만들고 해설사를 양성했는데, 올해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이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었으니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 수업과 연계한 지역 문화와 역사 교육 활동을 펼쳐볼 예정이에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 창출입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여성 문화유산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요. 역사 속 여성의 일생을 들여다보며 내 삶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허스토리마실 답사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나요?

 

 

우선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 공지 글을 참고해 주세요. 허스토리마실 프로그램에 한 번 참여하신 후 네이버 밴드에 가입하면 더 많은 참여 기회가 있습니다.

 

허스토리마실

- 전화 02-356-9992

- 네이버 카페 cafe.naver.com/mother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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