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평’이라는 이름이 멋집니다.

말 그대로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모임이에요. 과거에 존재했지만 사라졌거나,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서울의 공간과 문화유산을 기억하고, 보존하고, 아울러 향유하면서 이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2014년에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답사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같이 할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모았고, 현재 회원 수는 3200명 정도 됩니다. 그중 5~60대의 비중이 80%예요. 직장인, 은퇴자, 주부를 시작으로 역사문화해설사, 한옥고택관리사 등 직업군은 다양하지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에요. 문화는 혼자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함께 즐기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으니 모임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참석하고 있지요.

대표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우리가 사는 역사 도시 서울의 겉모습뿐 아니라 진짜 모습을 관찰하고 탐방하는 답사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자체적으로 진행해 오다가 2016년부터 서울시 후원을 받아 본격화하기 시작했죠.

서울시, 서울신문과 공동 주관한 ‘서울미래 유산 역사 탐방’을 시작으로 ‘역사 도시 서울 답사’ ‘서울 구석구석 톺아보기’ ‘2000년 역사 도시 서울 진피 답사’ ‘서울미래유산 시장 관광 자원화 아카이빙’ ‘서울 첫 종교 건축물과 주변 근대건축물 답사·아카이빙’ ‘물길따라 점·선·면으로 잇는 서울 역사’ ‘김중업과 김수근, 현대건축 1세대 궤적을 좇아서’ ‘동서남북 서울미래유산 만보 답사’ 등을 진행했습니다.

각 프로그램마다 적게는 4회 차부터 많게는 20회 차까지 다양한 호흡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왔죠. 각각의 답사는 관련 분야 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섭외해 해설을 들으면서 진행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숨은 스토리를 통해 서울을 바라보면 재미는 물론이고 전에 없던 애정이 생겨나지요. 그리고 역사 문화 답사뿐 아니라 전통주, 사찰 음식, 한복, 매듭, 도마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서울 답사라는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기획이 나오는 것이 놀랍습니다. 오랫동안 모임이 활발하게 유지되는 비결을 꼽는다면요?

우리 회원들은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과 식견을 공유할 뿐 그 외의 사적인 정보는 묻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일종의 느슨한 취향 공동체라고 할까요? 대신 저희 프로그램과 관련된 일이라면 참여도와 결속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해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선 송수신기를 구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자마자 금세 자금이 모일 정도지요.

회원이 되려면 자격이나 기준이 있을까요?

저희 모임은 특별한 규칙도, 가입 조건도 없습니다. 주기적으로 저희 페이스북 채널에 공지하는 답사 프로그램을 보고 사전에 신청하면 됩니다.

참가비도 없습니다. 참가비를 받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모임에 참여하는 걸 망설이게 하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더라고요. 저희는 수익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그저 문화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니까 뒤풀이도 자율성을 보장하고요. 누구도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죠.

올해는 어떤 활동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나요?

4월부터 서울시 후원으로 ‘옛 전찻길을 따라 시공간을 잇는 서울 역사’라는 답사 프로그램과 ‘근대건축물 테마 답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문화지평 자체 프로그램으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 왕릉 40기 전체를 20회에 걸쳐 돌아보는 기획 답사도 있고요.

문화유산 답사, 인문학 강연, 문화 체험 등 다양한 문화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저희와 함께하시죠.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서울이 새롭게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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