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함께 나누니 내가 보였다, 숭례문학당

기사 요약글

독서 공동체 ‘숭례문학당’이 문을 연 지 벌써 15년. 이제 회원 1만 명을 넘었 다. 무기력함에 빠져 있던 주부, 인생 후반기에 길을 잃은 중년, 외로운 노후를 보내던 노년들이 숭례문학당에서 책을 계기로 서로 연결되고 치유하며 삶의 재미를 찾고 더불어 성장해 가고 있다. 나이 들어 책을 통해 만나고 함께 교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사 내용

 

 

 

숭례문학당은 어떤 커뮤니티인가요?

 

 

한마디로 독서를 중심으로 한 공부 공동체입니다. 여기서 공부는 입시나 취업, 승진 같은 성공을 위한 공부와는 결이 다릅니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공부’라고 할 수 있죠. 저희 학당 슬로건이 ‘우정과 환대의 학습 공동체’인데, 말 그대로 책을 읽으며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얻는 것은 물론 자신의 생각을 함께 나누며 공유와 나눔의 공부를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학당을 열기 전 대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했습니다. 당시 노사 간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말과 글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그래서 잘 읽고, 잘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독서 모임을 생각해 냈어요. 단순히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않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습니다.

 

2010년, 서울문화재단과 성인 독서 토론 모델을 처음 개발해 도서관, 교육청을 중심으로 보급하기 시작했어요. 기존 독서 토론은 대체로 모임 진행자가 주도해서 진행했는데, 저희는 참여자들이 토론 논제를 미리 발제해 좀 더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했죠. 그러다 보니 돈을 내고서라도 수준 있는 사람들과 토론하고 함께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학당의 문을 두드리고 찾아오더라고요.

 

 

혼자 독서하는 것보다 함께 책 읽고 토론하는 과정이 왜 좋을까요?

 

 

함께 읽는다고 해서 한자리에 같이 앉아 책을 펼쳐놓고 읽는 형식은 아닙니다. 같은 책을 각자 읽은 다음 모여서 토론하는 것 자체가 함께 읽는 것이죠. 그렇게 함께 읽고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아~ 나는 이랬구나’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하며 자신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자아 성찰 과정을 겪게 되더라고요.

 

토론의 힘 또한 굉장했어요. 혼자 책을 읽다 보면 책 선정부터 읽고 이해하는 과정까지, 자신의 신념이나 고정관념이 자칫 경직되는 폐해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토론을 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소위 ‘말이 통하는 친구’를 만날 수 있죠.

 

 

 

 

 

학당 내에 소모임이 무려 150여 개나 된다고요.

 

 

소모임의 종류는 읽기, 토론/스피치, 글쓰기, 건강, 문화/기타 총 다섯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읽기의 경우 애초에 <토지>나 <카르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같은 하나의 책을 정해두고 읽는 모임도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와 발터 베냐민 등 한 작가의 책을 두루 읽는 모임도 있어요. ‘30일 매일 읽기’ ‘두꺼운 책 함께 읽기’ 등 혼자 해내기 힘든 습관을 만들어가는 모임도 있고요.

 

토론/스피치 모임 역시 고전문학·사회과학·경영·그림책 등 분야별로 개설되어 있고, ‘새벽 독서토론’ ‘엄마 독서토론’ ‘주경야독 북클럽’ 등 상황별 모임도 있죠.

 

글쓰기 모임은 필사 습관을 들이는 입문 과정부터 실제 소설을 써보는 모임까지 단계 별로 참여할 수 있어요.

 

건강이나 문화/기타 분야에는 책을 뛰어넘어 영화나 건축, 심리, 음악, 서예 등 문화적 교류와 건강한 습관을 기르는 모임도 있지요. 대부분의 회원들이 취향과 난이도 별로 다양한 모임에 두루두루 참여하다 보니 하나의 모임으로 쏠리지 않는 것 같아요.

 

 

회원이 1만 명을 넘었는데,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연령대는 대부분 40대와 50대예요. 그중에서도 여성이 많은데, 아이들 다 키워놓고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참여하시는 경우가 많죠. 은퇴를 앞두고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찾아오시는 분도 적지 않고요. 40·50대 다음으로는 60대 이상의 비중이 큰데, 25% 정도 됩니다. 직업은 다양해요. 주부부터 회사원, 변호사·의사·약사 같은 전문직, 그리고 교사도 있고요.

 

 

특히 시니어 회원들이 숭례문학당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얘기합니다.

 

 

평균수명이 많이 늘어났잖아요. 길어진 노후 생활을 보람 있고 알차게 보내는 방법 중에 공부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학당에 시니어 리더 3인방이 계신데요. 각각 정퇴자(정년 퇴직자), 조퇴자(조기 퇴직자), 졸퇴자(졸지에 퇴 직자)인데 세 사람이 함께 < 은퇴자의 공부법> < 아빠, 행복해?> 등 의 책을 펴내셨어요. 그 중 한 분은 며느리와 함께 <한 지붕 북클럽>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하셨죠.

 

바로 그 분들이 저희 학당의 많은 시니어에게 공부하는 노후, 함께 토론하는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본인이 실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책으로, 또 도서관 같은 곳에서 강연회 등으로 전파하고 계시거든요.

 

공부는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큽니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일에 심드렁해지기 마련인데 책을 읽고 토론하고, 또 젊은 세대와 함께하면서 생각도 몸도 젊어진다고 하세요. 특히 과거에 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 복기하고, 글로 써보는 과정을 통해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은 것 같다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세요.

 

 

 

 

숭례문학당을 통해 회원들 개인의 삶에도 긍정적 변화가 많을 것 같은데요.

 

 

앞에서 말씀드린, 며느리와 함께 책을 내신 리더분은 가족의 건강한 소통 방법으로 ‘가족 독서 토론’을 실천하면서 현재 3대가 학당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늘 함께 책을 읽고, 독서토론도 하고, 전남 강진이나 남한산성 같은 역사 현장을 탐방하기도 합니다. 공부나 독서 활동에 가족이 함께 참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이러한 모범 사례가 저희를 통해 생겨났다고 생각하니 아주 보람이 큽니다.

 

 

15년간 숭례문학당이 이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숭례문학당에는 몸값 높은 외부 초청 강사가 없습니다. 대신 각각의 모임을 주재하고 회원들의 이야기를 잘 끌어내 발전적으로 토론할 수 있도록 이끄는 리더들이 있죠. 그중에는 회원으로 시작해 자신의 재능을 찾고 리더로 성장한 분도 계세요. 좋은 커뮤니티의 토양에서 훌륭한 리더가 나오고, 그들이 다시 모임을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이죠.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중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토론이나 글쓰기 활동이 거창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냥 소감 나누기예요. 자신의 어린 시절 등 경험에 비춰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죠. 물론 처음부터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분도 있지만 반대로 쑥스러워서 표현을 잘 못하고 내내 듣기만 하는 분도 분명 계시죠. 그런데 중요한건, 그분들은 이미 시작할 용기를 내셨다는 거예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느리더라도 결국 적응하게 됩니다.

 

토론은 2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그 과정을 보고 있으면 한 편의 드라마 같아요. 처음에는 누구나 조금 서먹서먹해요. 그런데 1시간쯤 지나면 서로 농담을 나누며 마음의 벽이 점점 허물어지는게 보이고, 2시간이 되면 웃음꽃을 피우면서 마무리되더라고요. 그래서 망설이는 분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라고 권합니다.

 

 

앞으로 숭례문학당에서는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날까요?

 

 

이제는 책에서 그림을 중심으로 한 예술 향유 프로그램으로 확대해보려고 해요. 시니어 회원들 중에 노안때문에 책을 읽는 게 불편하고 힘들다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명화를 비롯해 동시대 미술작품을 함께 보고, 생각을 나누고, 15분 간 글 쓰기를 하는데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고요. 독서 토론과는 또 다른 새로운 소통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동안 독서 토론을 할 때와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 와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회원이 점점 늘어나면서 어떤 분들이 올까 설렙니다. 회원이 많아지면 사람들 간 시너지도 커지고, 숭례문학당도 더 다채로운 모임과 프로그램으로 채워지지 않을까요.

 

숭례문학당

- 전화 02-318-2032

- 홈페이지 www.shd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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