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지분율 약 7%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2020년) 개인들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9조 5952억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우선주 순매수액(6조1013억 원)까지 포함하면 무려 15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올해 들어 1월 15일까지 개인들은 약 7조 원 넘는 삼성전자 순매수를 보였다. 이 결과 삼성전자 전체 지분율도 약 7%(추정치)로 올라섰다.
지난해 3%대였던 것을 보면 개인들의 엄청난 `사랑(?)`이다. 삼성전자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보다도 더 많아졌으니 삼성전자 `국민주`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이런 개인투자자의 사랑에 화답했다. 지난해 3월 4만 2,000대까지 하락한 주가는 10월 6만 원대로 올라섰고, 이후 급등을 이어가 올 1월 11일 장중 9만 6,800원까지 치솟았다. 일명 `10만 전자` 가 코앞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갑자기 이재용 부회장 법정구속이라는 변수가 터졌다. 삼성전자는 과연 10만 전자가 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체크 포인트는 무엇일까?
코로나 시대에도 실적은 좋아지고 있어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은 다 이유가 있었다. 우선 `실적` 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약 35조 9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9년(27조 7700억 원)보다 8조 원을 더 벌었다. 매출액도 236조 2600억 원으로 2019년보다 2.54% 증가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코로나 19`는 충격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기회였던 것이다.
언택트 산업으로 빠른 전환이 이뤄지면서 반도체는 `품귀현상`이 나타났고, 소비자들은 컴퓨터와 5G 스마트폰, 가전제품 소비를 크게 늘렸다. 차량 판매 회복세도 나왔다. 중국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전기차에는 일반 내연 기관 차량보다 반도체가 2배 이상 더 들어간다.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되면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는 폭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나타난 반도체 공급 대란으로 삼성전자는 자사 전략 스마트폰에 들어갈 핵심 반도체 물량도 계획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슈퍼 사이클 + 긍정적 배당
더 긍정적인 것은 삼성전자가 기존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로 탄력을 받아 집중 공략하는 시점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겹쳐졌다는 데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규모는 2019년 684억3300만 달러에서 작년 846억5200만 달러로 23.7%나 급등했다. 올해는 896억8800만 달러(약 9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19가 큰 기회가 됐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사내에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도 200조 원에 육박한다. 투자기회나 M&A(인수 및 합병)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배당이슈`도 살펴봐야 한다. 이건희 회장 사망에 따른 상속세 추정치는 약 11조 원에 달한다. 결국 6년 분할납부한다고 해도 삼성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배당을 향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성장성과 배당 매력`을 함께 가진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를 찾기 드문 `우량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투자가 늦춰지면, 성장 시나리오도 멈춘다
이처럼 호재가 넘치니 국내 시중 증권사에서는 향후 1년 내 목표주가를 11만원까지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서 변수가 터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주가는 3% 넘게 급락했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고 오너 리스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과서 지난 2017년 당시 이재용 회장 공백 때에도 삼성전자는 실적도, 주가도 모두 좋았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삼성전자를 매수하거나 혹은 보유하면 되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주식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등락을 거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바로 `투자`이다.
현 상황은 지난 2017년~2018년과는 다르다. 지금 삼성전자는 스마트 폰을 얼마나 좋게 만드느냐, 메모리 반도체 수율을 높이느냐가 관건이 아니다. 급선무는 비 메모리 반도체 부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에서 얼마나 빨리 시장을 파고드느냐에 있다. 이곳은 지금 전쟁터이다. 가령 현재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 TSMC는 사상 최고 투자를 예고했다. 올해 설비투자액이 250억~280억 달러(약 27조~31조 원) 규모에 달한다.
작년에도 172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다. TSMC는 이 같은 설비투자 대부분을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등 초미세화 공정에 투자할 예정이다.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를 모두 싹쓸이 하겠다는 전략이다. 외주화를 검토 중인 인텔의 물량 역시 TSMC가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규모 투자 실행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앞서도 말했지만 지금 세계산업에서는 반도체가 없어서 아우성이다. 그렇다면 어서 빨리 투자를 해서 생산규모를 키워야만 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다는 건 결코 낙관할 수 없다. 물론 삼성전자 측은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해 시스템 반도체에 약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하지만 앞서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 2월 이후 약 1년 동안 대규모 투자나 M&A는 없었다. 조 단위의 대규모M&A는 지난 2016년 3월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결국 모든 주도권을 TSMC에게 뺏길 수밖에 없다. 삼성이 나빠지는 게 아니라 경쟁업체가 더 치고 나간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당연히 삼성전자 주가에 부여했던 프리미엄도 빠져야만 한다.
또한, 아직도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도 또 하나의 변수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특수관계인 주식가치를 평가할 때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게 골자다. 시가 평가로 지분 보유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한다는 것. 결국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약 8.51%)를 고려하면, 삼성전자 주식 20조 원 규모를 매각해야 한다. 상당한 처분 기간을 준다고 해도 시장에선 수급 이슈를 악재로 해석할 수도 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 급등세를 지속하자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기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저점 대비 코스피가 2배 이상 급등했고, 종목에 따라 3배 이상 상승한 경우도 속출하면서 `막차라도 올라타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집중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큰 악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재용 부회장 공백 기간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미 국채금리 급등, 인플레이션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과 중국 내부의 위험 등 전반적인 수급재료도 꼭 체크해야만 한다. “투자하는 종목을 사랑하지 말라!” . 꼭 기억해야 할 증시 격언이다.
기획 이인철 글 정철진(경제 칼럼니스트, SBS 정철진의 목돈 쇼 진행자)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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