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대신 차로 떠나는 신안 섬 드라이브 여행

기사 요약글

무인도와 유인도를 합하면 1000개가 넘어 섬들의 고향이라 불리는 신안.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겨울 드라이브 여행으로 제격이다.

기사 내용

 

 

 

 

해변에 서도, 갯벌에 서도, 아니면 도로에 차를 멈추고 서도 바다와 섬이 반복될 뿐이다. 신안에서는 특정 여행지나 시설보다 이 아득한 심상이 중요하다. 닿을 수 있지만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섬, 해무가 낀 아침과 노을진 석양의 모습이 수시로 달라지는 바다의 아득함을 즐겨야 한다. 육지의 잣대로 들이대면 신안은 군 단위 기초 지자체가 맞지만 바다의 잣대로 들이대면 아니다.

 

세종, 제주와 마찬가지로 신안섬특별자치도로 불러줘야 한다. 지도를 펴고 신안군의 영역을 따라가 보면 납득할 수 있다. 차가 아니라 배로 이동해야 해서 다른 군 단위 지자체는 1박 2일이면 부족하나마 대충 돌아볼 수 있지만 신안은 아니다. 최소 일주일이다. 이것도 핵심 섬만 돌아볼 때의 경우다.

 

 

 

 

겨울 여행으로 적합한 신안의 섬 기행

 

 

신안은 언제나 좋지만 겨울 여행지로 주로 권한다. 겨울에 다른 계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서풍이 몰아치고 추운 날도 있지만, 겹겹이 두른 섬들이 병풍이 되어 북서풍을 막아준다. 신안군은 북부권/압해중부권/흑산·홍도권/비금·도초권/ 하의·신의권으로 나뉜다. 이중 흑산·홍도권과 비금·도초권, 하의·신의권은 오직 배로만 갈 수 있다.

 

북부권과 압해중부권은 연륙해 있는 곳이어서 자동차 드라이브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빠듯하게 돌면 1박 2일도 가능하지만 충분히 보려면 2박 3일 정도는 필요하다. 연륙교와 연도교 그리고 노둣길과 부교를 지나며 하루에 10여 곳의 섬을 구경할 수 있다. 신안 섬 자동차 여행 일정을 짠다면 첫째 날은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와 천사대교 넘어 안좌도/ 팔금도/암태도/자은도를, 둘째 날은 증도/사옥도/송도/지도를, 셋째 날은 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 소악도를 추천하겠다.

 

신안 섬 드라이브의 팁 몇 가지. 하나, 가로수를 주목하라. 애기동백, 후박나무 등 육지의 그것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둘, 아침과 석양에 주로 움직여라. 이 세상 풍경이 아닌 풍경과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 셋, 감이 오면 내비게이션 밖으로 수시로 벗어나라. 그래서 섬 곳곳을 둘러보면 뜻밖의 비경과 마주칠 수 있다.

 

 

 

 

먼저 찾아온 봄을 만나다

압해도와 안좌/팔금/암태/자은도

 

압해도에 가면 먼저 천사섬 분재공원을 둘러보길 권한다. 분재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이곳 애기동백 군락지는 볼만하다. 분재의 대상이 된 나무들을 보면 남도의 식생을 두루 관찰할 수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저녁노을미술관은 말 그대로 노을을 보기 좋은 곳이다. 압해도를 안좌/팔금/암태/자은도로 잇는 천사대교는 이곳 바로 옆 송공항에서 출발한다.

 

천사대교를 넘어가서 만날 수 있는 섬 가운데 맨 아래 있는 곳이 안좌도다. 신안 섬 중에서 요즘 가장 힙한 퍼플섬(반월도와 박지도)이 ‘퍼플교’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다소 인위적이어서 테마파크 같다는 사람도 있지만 외로운 섬의 몸부림으로 이해해줄 수 있다. 이왕 퍼플교를 건널 생각이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반월도와 박지도에 깊숙이 들어갔다 올 것을 추천한다.

 

박지도에서는 담쟁이가 빈집을 오브제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반월도는 드물게 문자향(文字香)이 느껴지는 섬으로 출사한 사람이 많다. 안좌도 바로 위 팔금도의 특산물은 멀베리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멀베리의 섬’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멀베리는 꾸지뽕이다. 찾아보니 꾸지뽕을 재배한 장웅조 씨가 연간 소득 8억원을 올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꾸지뽕은 담금술(침출주)의 좋은 재료다. 다른 담금술과 달리 단맛과 신맛이 잘 어우러진다.

 

 

 

다음에 팔금도에 가면 한번 찾아볼 예정이다. 팔금도에는 4개 섬 중 유일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고산’이 있다. 세 번째 섬 암태도는 일제시대 소작쟁의가 벌어졌던 유서 깊은 곳이다. 요즘은 인스타그램 성지가 되었는데, 동백나무 할매/할배 벽화 때문이다. 사실 차량 통행이 빈번한 삼거리에 있어 사진을 찍기 위험한데, 섬의 추억을 담아가려는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암태도와 노둣길로 연결된 추포해수욕장은 잠시 차를 멈추고 커피를 내려 마실 만한 곳이다. 암태도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은 체육관이 있는데 이곳에서 운영하는 목욕탕에서 섬 여행의 피로를 씻을 수 있다. 자은도는 대파의 섬이다. 대파가 보리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 대파밭을 볼 수 있다. 자은도는 4개 섬 중 관광자원이 가장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해변과 해송이 좋아 둔장마을 해변부터 분계해수욕장까지 해변 트레킹로가 유명하다. 두봉산에 올라 바다를 조망하는 트레킹도 좋다.

 

 

 

 

신안의 맛을 즐기다

증도/사옥도/송도/지도

 

 

중요한 여행 팁. 자은도와 증도 사이에 연락선이 다닌다. 자은 고교터미널과 증도 왕바위터미널 사이를 운항하는데, 차도선이어서 차를 싣고 이동할 수 있다. 배로 10분 남짓이면 가는 이곳을 도로를 따라 돌아가면 거의 두 시간쯤 걸린다. 증도는 엘도라도 리조트가 들어선 이후 신안군에서 가장 숙박 시설이 많은 섬인데, 이는 풍광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출 무렵 증도의 짱뚱어다리에 갔는데, 해무가 적당히 끼어서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풍광이 펼쳐졌다. 겨울이라 짱뚱어는 뛰지 않았지만 갯벌 뒤 은은한 섬 풍경이 마치 수묵화 같았다. 이곳과 함께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은 태평염전이다. 우리나라의 단일 염전 중에서는 가장 크다는데 우리 염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태평염전에서 운영하는 소금 관련 제품 판매점도 구색이 풍부해서 좋았다. 사옥도는 석양을 조망하기 좋은 섬이다.

 

 

 

 

섬의 전망대와 지도대교는 석양 조망 명소로 꼽힌다. 지도에는 젓갈타운이 있는데, 젓갈타운 부속 건물에 자리한 마을식당이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마을식당에서 바다 쪽으로 데크가 깔려 있어 식사 후 산책하기에도 좋다. 송도는 송도항 입구 점포에서 말리고 있는 반건조 민어(건정)가 장관이었다.

 

 

신안 여행을 돕는 책 TIP

 

세 명의 저자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신안의 섬을 다룬다. <신안>을 쓴 강제윤 시인은 섬의 대변자다. 섬 사람의 입장을 반영했다. 그가 쓴 <섬 택리지>와 <당신에게, 섬> <전라도 섬 맛기행>도 참고할 만하다. 우리나라 섬 캠핑의 1인자로 꼽히는 김민수는 도시인의 시각을 대변한다. <섬이라니, 좋잖아요>와 <섬에서의 하룻밤>은 도시인이 섬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지가 잘 표현돼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의 김준 박사는 학자적 관점을 보여준다. <섬: 살이>와 <바다맛 기행>등의 저작이 있다.

 

 

 

 

달의 시간을 걷다

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

 

 

자은도에서 증도로 넘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송도에서 병풍도는 차도선에 차를 싣고 이동하면 된다. 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는 불편한 섬이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연륙교라 하고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연도교라 하는데, 이 4개 섬에는 그것이 없다. 노둣길이라고 물이 빠지면 다리가 되고 물이 들어오면 잠기는 다리로 연결돼 물때를 맞춰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이 섬에 오면 해의 시간뿐만 아니라 달의 시간도 맞춰 살아야 한다.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노둣길이 달의 시간에 맞춰 열리고 닫히기 때문이다. 노둣길은 천천히 잠기고 천천히 열린다. 달의 시간에 맞춰 여행하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섬을 여행한다는 건 다른 시간을 살아보는 일이다. 보통 섬에 가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그 멈춘 시간에 맞춰 살아보는 경험이 소중하다.

 

4개 섬 중에서 병풍도는 따로 논다. 가진 것이 많아서다. 병풍바위가 유명하고 경관 농업으로 맨드라미밭을 조성해 볼거리가 많다. 퍼플섬처럼 ‘가고 싶은 섬’ 사업이 적극적으로 진행된 곳이다.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는 ‘순례자의 길’이 조성된 뒤 조명받고 있다. 예술가들이 12사도를 모티브로 기도소 또는 공회당을 지었는데 이곳을 순례하는 트레킹이다. 걷다 보면 마음이 정화된다.

 

 

 

 

트레킹 도중 휴식하기 좋은 곳은 코스 중간에 있는 소기점도의 게스트하우스다. 새로 지어서 깔끔하며 숙소로도 좋고 식사도 가능하기 때문에 섬맛을 즐기며 쉬어 가기에 좋다. 종점에 해당하는 소악도에 부녀회장님이 운영하는 소악도민박이 있는데 손맛이 좋다. 간단한 분식과 김국, 김전 등을 맛볼 수 있다. 기점·소악도 순례길은 보름에 맞춰 가길 바란다. 우뚝한 봉우리가 없이 완만한 대기점도·소기점도· 소악도는 달빛 트레킹을 하기 좋다.

 

작은 초 하나를 가져가 공회당 안에서 피우면 신앙과는 별개로 안식을 얻을 수 있다. 순례자의 길은 무리해서 완주하려고 단박에 걷기보다는 반은 낮에 걷고 반은 밤에 걸으며 천천히 만끽하는 것이 좋다. 기점·소악도에 세 번 다녀왔는데 모든 걸음이 좋았다. 조만간 청년 예술가들을 데려와 이 순례길을 함께 걸어보려고 한다. 하나하나 방문하며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읽어가는 과정이 그들에게 의미 있을 것이다.

 

 

여행 맛집 TIP

 

압해도

천사신안(아구찜), 화개장터(소머리국밥), 꽃피는무화과(게장백반)

안좌도/팔금도/암태도/자은도

섬마을식당(낙지초무침), 레스토랑 고산(파스타), 돌식당(해산물), 샨샤(중식), 하나로식당(병어찜), 사월포횟집(회)

증도/사옥도/송도/지도

고향식당(짱뚱어탕), 지도 젓갈타운 마을식당(해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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