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며칠 전 몸이 아파서 찾아간 병원에서 ‘홧병’ 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남에게 싫은 말 못하고 우유부단하기까지 한 장남 남편과 염치 없고 눈치까지 없는 시누이 사이에서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시누이는 조그마한 가게를 하는데, ‘워킹맘’인 딸을 대신해 어린 손주도 맡아 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누이의 손주들을 한두 번씩 돌봐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이 점점 당연시 되어버린 것. 이제 겨우 내 자식의 손주 육아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됐는데, 조카 손주 육아 덤터기라니! 시누이가 답례는 고사하고 고맙다는 말 조차 제대로 안 하니 화가 치솟는다. 더는 육아를 할 생각이 없어 남편에게 중재를 요청했지만, 남편은 시누이도 힘들어서 그러니 좀 봐주라며 모른 척 할 뿐이다.
Case. 내 손주도 아닌데, 웬 육아 덤터기야!
아내: “당신 여동생 정말 왜 그래요?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아니에요? 오늘도 아무 연락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는 너무 당연하게 우리 집에 맡겨놓고 가는 것 당신도 봤잖아요?”
부부 생활에서 배우자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며 우선적이다. 신뢰는 주고 받을 수 있고, 쌓거나 잃을 수도 있다. 신뢰는 마음 자세와 태도, 대화에서 나타나는데 배우자의 정서적 상태를 파악하고 함께 한다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자가 자신의 하소연이나 어려움 보다 타인(여동생)의 상황을 더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부부로서 쌓아왔던 신뢰는 퇴행, 또는 변질된다. 특히 배우자의 감정을 일축하면 신뢰가 부식된다. 배우자의 정서적인 목마름에 촉촉하게 물을 주는 대화가 필요하다.
위 사항을 전제로, 다음의 것을 기억하자.
첫째, 배우자가 ‘최우선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것.
둘째, 배우자가 ‘최우선적으로 배려 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할 것.
셋째, 배우자와 ‘신뢰의 씨앗을 키워가는’ 정서적 공유를 할 것.
위 사항을 고려하여 다시 대화를 시도해 보자.
Solution. 양보는 '내 편'이라는 신뢰에서!
남편: “여보, 동생한테 '오늘 혹시, 조카 손주 좀 봐 줄 수 있냐'고 문자가 왔네. 지난번 당신이 한 말도 있고 해서 당신에게 먼저 물어보고 답변 주려고 하는데. 나는 오늘 시간이 좀 괜찮은데 당신 너무 힘들면 어렵다고 할까?”
부부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우호감을 돈독하게 쌓아가면서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아야 한다. 또한 배우자와의 갈등 상황에서도 갈등을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워야 한다. 갈등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관계에 독이 되는 말투나 태도 대신 배우자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부드럽게 풀어가는 해독제가 필요하다.
글 김숙기 사진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화면 캡처
[이런 기사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