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없는 시누이 - 쩔쩔 매는 남편, 어쩌죠?

기사 요약글

K여사는 같은 동네에 사는 막내 시누이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중간에서 중재 못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복장이 터진다.

기사 내용

 

 

 

며칠 전 몸이 아파서 찾아간 병원에서 ‘홧병’ 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남에게 싫은 말 못하고 우유부단하기까지 한 장남 남편과 염치 없고 눈치까지 없는 시누이 사이에서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시누이는  조그마한 가게를 하는데,  ‘워킹맘’인 딸을 대신해 어린 손주도 맡아 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누이의 손주들을 한두 번씩 돌봐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이 점점 당연시 되어버린 것. 이제 겨우 내 자식의 손주 육아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됐는데, 조카 손주 육아 덤터기라니! 시누이가 답례는 고사하고 고맙다는 말 조차 제대로 안 하니 화가 치솟는다. 더는 육아를 할 생각이 없어 남편에게 중재를 요청했지만, 남편은 시누이도 힘들어서 그러니 좀 봐주라며 모른 척 할 뿐이다.

 

 

 


Case. 내 손주도 아닌데, 웬 육아 덤터기야!

 

 


아내:  “당신 여동생 정말 왜 그래요?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아니에요? 오늘도 아무 연락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는 너무 당연하게 우리 집에 맡겨놓고 가는 것 당신도 봤잖아요?”
남편: “사실, 당신에게 말을 못했을 뿐이지, 아무 연락이 없었던 것은 아니야. 나한테 문자가 왔었어. 내가 데리고 오라고 했어. 집에 있다고.”
아내: “뭐라고? 그럼 당신이 데려오라고 했단 말이에요? 내 자식 손주육아에서 조금 벗어나 이제야 좀 편히 사나 했는데 웬 조카손주 육아 덤터기? 그리고 이런 얘기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당신 여동생은 정말 기본이 안 되어 있어. 봐주는 사람은 결국 난데, 나한테 연락을 해야죠.”
남편: “뭔 말을 그렇게 하나. 웬만해선 좀 봐주라. 그렇게 생각 없는 앤 아니야. 거기다 그 잘됐던 가게가 코로나로 문닫기 직전이라 아주 힘들다고 하더라고.”
아내: “당신 눈에는 나, 힘든 건 안보여요? 어떻게 내 사정은 그렇게 몰라준대. 나 며칠 전에 병원에서 ‘홧병’ 진단까지 받았어요. 이렇게 살다가 복장 터져 제 명에 못 살 것 같다고.”
남편: “당신, 너무 그러지 마. 당신은 어머님이 살아 계시니까 모르지. 내 여동생에게는 친정이 있어? 부모가 있어? 오빠라고 우리를 친정 부모처럼 생각하고 의지하는 불쌍한 앤데 꼭 그렇게 야박하게 해야겠어?”
아내: “당신 눈엔 내가 야박한 사람으로 밖에 안보이죠? 당신 혼자 친정 부모 역할 하면서 여동생과 잘 살아 봐요.”

 

 

 

 

부부 생활에서 배우자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며 우선적이다. 신뢰는 주고 받을 수 있고, 쌓거나 잃을 수도 있다. 신뢰는 마음 자세와 태도, 대화에서 나타나는데 배우자의 정서적 상태를 파악하고 함께 한다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자가 자신의 하소연이나 어려움 보다 타인(여동생)의 상황을 더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부부로서 쌓아왔던 신뢰는 퇴행, 또는 변질된다. 특히 배우자의 감정을 일축하면 신뢰가 부식된다. 배우자의 정서적인 목마름에 촉촉하게 물을 주는 대화가 필요하다.

 

위 사항을 전제로, 다음의 것을 기억하자.


첫째, 배우자가 ‘최우선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것. 
둘째, 배우자가 ‘최우선적으로 배려 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할 것.
셋째, 배우자와 ‘신뢰의 씨앗을 키워가는’ 정서적 공유를 할 것.


위 사항을 고려하여 다시 대화를 시도해 보자.

 

 

 

 

Solution. 양보는 '내 편'이라는 신뢰에서!

 

 


남편: “여보, 동생한테 '오늘 혹시, 조카 손주 좀 봐 줄 수 있냐'고 문자가 왔네.  지난번 당신이 한 말도 있고 해서 당신에게 먼저 물어보고 답변 주려고 하는데. 나는 오늘 시간이 좀 괜찮은데 당신 너무 힘들면 어렵다고 할까?” 
아내: “난 요즘 컨디션이 좀 안 좋아요. 몸도 지치고. 어쩌지?”
남편: “어쩌긴 뭘 어째? 당신 몸이 최우선이지. 병원은 갔다 왔고?”
아내: “어제 사실 한의원에서 약 좀 지어 먹으려고 갔는데 병명이 ‘홧병’이라고 하더라고요. 주변에 신경 쓰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살라는데 당신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남편: “그래. 당신 신경 쓰이지 않도록 도와주려고 하고 있어. 나에게는 당신이 가장 우선이지 부부가 뭐겠어. 당신 힘들면 나도 힘들지. 아프지 말아야지. 제일 중요한 건 당신 건강이야.”
아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어떡하지? 시누이가 가게 일 때문에 갑자기 손주 맡길 곳이 없어 힘들어서 당신에게 문자 했나 본데... 당신 시간 있다고 했죠? 나는 점심 먹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올 건데 당신이 아이를 좀 데리고 있는 건 어때요? 밥은 내가 해 놓고 나갈게.”
남편: “병원 같이 안가도 되겠어? 내가 데려다 줄까 했는데.. 그래도 되겠어 정말?”
아내: “시누이 사정을 내가 다 아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남편: “그 동안 당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아. 당신 정말 우리 가족에게 최선을 다 했다고.”
아내: “알아줘서 고마워요. 이러니 내가 자꾸 양보하게 된다니까.”

 

 

부부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우호감을 돈독하게 쌓아가면서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아야 한다. 또한 배우자와의 갈등 상황에서도 갈등을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워야 한다. 갈등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관계에 독이 되는 말투나 태도 대신 배우자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부드럽게 풀어가는 해독제가 필요하다.

 

 

김숙기 사진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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