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혼했어요> 이영하·선우은숙, 재결합 가능할까?

기사 요약글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 후 남남이 된 두 사람을 3일간 집에 몰아넣고 반응을 관찰한다. 결혼보다 힘들다는 이혼, 그 후에 다시 시작된 관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사 내용

 

 

 

 

이혼에 대해서는 이런 말이 있다. “결혼도 하기까지는 힘들지만, 이혼은 그보다 더 힘들다.” 평생 같이 살자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생활이 이어지기 때문에 하는 선택이 이혼이다. 고작 며칠 만에 마음이 맞아서 결혼할 수도 있지만, 이혼은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없다. 몇 번이고 생각한 끝에, 못해도 숙려기간을 지난 후에야 성립되는 것이 이혼. 게다가 이혼을 한다고 해도 결혼은 없던 일이 되지 않으며, 아이 때문에 두 부부는 계속 연결되기도 한다. 

 

TV조선의 금요일 예능 <리얼타임 드라마 -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렇게 힘든 이혼 후의 삶을 다룬 리얼리티이다. 연애, 결혼, 육아에 대한 리얼리티 관찰 예능은 이제 방송가의 대세가 된 지도 오래, 파고들 수 있는 사생활이 더 남아 있을까 생각한 시점, 종편 예능은 또 한 번 획기적인 기획을 해낸다. 이제는 이혼하여 남남이 된 두 사람을 2박 3일 같은 집에 몰아넣고 서로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자는 것이 기본 포맷이다. 

 

 

 

 

여기가 할리우드? 

 

 

2019년 이혼 건수가 11만 800건, 전년 대비 상승률이 2.0%라는 통계가 보여주듯이, 이혼은 지금 그렇게 드문 사건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직 이혼에 대한 언급도 공공연하게 하지 않는 보수성이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혼을 예능의 소재로 삼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여기가 할리우드인가?” 하는 말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첫 반응인 것도 이상하지 않다. 결혼해서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이혼한 부부가 다시 나온다니 다들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나이 불문 대중에게 친근한 이영하-선우은숙 부부가 이혼한 지 15년이나 지나서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한다니, 사람들의 관심을 부추기기에는 충분한 캐스팅이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이 첫 방송부터 9%를 (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 찍으며 금요일 동 시간대 예능의 최강자로 자리 잡았다. 지난 12월 4일 방송의 경우에서는 기세가 약간 수그러들긴 했어도 역시 2부 9.1%를 찍으면서 화제성을 과시했다.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되고, 방송 당시 중국 웨이보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는 등 해외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이렇게 <우리 이혼했어요>에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뭘까? 먼저, 인간은 늘 타인의 불행과 갈등을 구경하기 좋아한다는 선정적인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서도 결혼/시댁/친정과 관련한 갈등 사연이 가장 조회 수가 높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그런데 실제 이혼한 커플이 2박 3일 같이 여행하는 내용이라면? 이를 좋아한다고 선뜻 말할 수는 없어도 누구나 궁금하기는 한 것이다. 게다가 이혼한 커플은 이제까지 리얼리티에서 다룬 관계보다 훨씬 강렬하고 복잡하기도 하다. 연애하는 커플은 서로 만나서 알아가는 과업만을 행하면 된다. 가정을 함께 꾸린 부부는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는 쪽에 초점이 있다.

 

 

 

 

하지만 이혼한 부부는 만나서 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남은 아니고 한때는 누구보다 가까웠으며 알 만큼 알고 있지만, 남보다 서로 더 이해하지 못하고 더 먼 사이. 오래 같이 살았으나 이제는 같은 집에서 이틀 밤을 보내는 것도 어색한 사람들.

 

그들에게 갈등은 확연하며, 화해는 미묘하다. 오랫동안 잘 어울리는 커플로 보였던 이영하-선우은숙은 대체 왜 이혼했을까? 젊은 유튜버 부부가 아이를 두고 결혼 5년 만에 이혼한 사연은 무엇일까? 남의 집 불구경을 보듯이 보고 싶은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는 것을 방송은 노렸다. 

 

 

 

 

"두 분 재결합 하시는 거예요?"   

 

 

이 프로그램의 MC는 <헤이헤이헤이> 이후에 다시 만난 신동엽과 김원희이다. 역시 ‘재결합한’ 두 사람은 서로 어울리는 호흡을 보여주면서, 패널들과 함께 영화처럼 펼쳐지는 이혼 부부의 여행 일기를 관람한다. 조심스러운 신동엽에 비해, 출연진들과 같이 울고 웃는 김원희는 두 부부가 재결합했으면 하는 마음을 계속 내비친다.

 

1화에서 여행을 간 이영하와 선우은숙은 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 마트 계산대의 직원은 “두 분 재결합하시는 거예요?”라고 노골적인 질문을 한다. 대답 없는 이영하 앞에서 선우은숙은 멋쩍게 반응할 뿐이다. 마트 직원과 진행자들, 패널들의 감정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 갈등이 해결되면 재결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선우은숙이 섭섭한 마음을 다 풀 수 있고, 이영하가 진정으로 사과한다면, 두 사람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젊은 부부 깻잎과 고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아직 어리니 두 사람이 다시 가정을 꾸렸으면 하는 욕구가 쇼를 가득 채운다. 방송은 이런 은근한 목표를 내세우며 달려가는 것 같다. 어쨌든 대중은 남의 삶을 보면서도 해피엔딩을 바라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짜 이혼한 숨겨진 진실은?   

 

 

물론 이 쇼가 인기 있는 이유에는 가벼운 마음만 있지 않다. 이 프로그램에는 오히려 결혼에 대한 쇼보다 더 무겁게 결혼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기도 한다. 파트너에게 품는 기대감, 그러나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무너지는 자존감, 거기서 결혼의 비참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상대는 그 사실을 말해주기 전에는 모르고,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피하려고만 할 때 결혼은 부서지고 만다.

 

여기에는 온갖 미묘한 감정들이 교차한다. 희망과 좌절,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 새로운 시작에 대한 용기, 인간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섬세한 감정의 스펙트럼이 무지개처럼 펼쳐진다. 패널도 정가은과 김새롬처럼 이혼한 이들로 구성하여, 각자의 경험이 공유된다. 결혼을 한 사람이든, 하지 않은 사람이든, 떠나온 사람이든 모두 여기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등장인물에 몰입한다.

 

선우은숙이 자기 아닌 동료 여성 배우를 편든 남편에 대한 서러움을 토로할 때, 깻잎과 고기의 아이 솔잎이 오랜만에 엄마 아빠와 다 같이 있다가 엄마랑 헤어질 때가 되자 같이 가자고 보챘을 때, 눈물을 흘린 시청자도 많았다. 이 눈물에서 부부와 부모의 의미를 새로이 되새긴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남남이 된 두 사람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서로에 대한 감정의 응어리를 풀 수 있다면, 보는 이에게도 어떤 치유의 감정도 줄 것이다. 

 

 

 

 

리얼리티와 쇼의 사이, 이혼 부부들의 선택은?    

 

 

하지만 <우리 이혼했어요>는 리얼리티라고는 해도 결국에는 쇼일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은 어쩔 수 없이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들의 동기를 숨긴다. 재결합이나 갈등을 부드럽게 완화해보자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들은 왜 출연을 결정했을까? 시청자들은 답을 알지만, 프로그램은 모른 척한다.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나 구체적 사건은 자세히 나오지 않고, 피상적 감정의 문제들만 다룬다.

 

많은 이혼이 두 사람 사이의 갭을 절대로 메울 수 없는 경제적 문제나 집안 관계, 한쪽의 불성실 등, 외적인 사건으로 일어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혼에 대한 낭만적인 관점에 대체로 머무르며 두 사람의 성격 차이나 행동의 실수에만 초점을 맞추는 본연적 한계가 있다. 이혼으로 일어나는 구체적인 육아 문제 같은 것도 아이와 같이 있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정도밖에 건드리지 못했다.

 

 

 

 

이혼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다루려고 했을 때 맞대면해야 하는 문제들이 겉핥기로 넘어가고 쇼로 남는 것은 실제의 경험자들에게는 더 가슴 아픈 일일 수도 있다. 연애 리얼리티와 비슷하게 감상적인 편집을 추구하는 방송의 방향과는 달리 출연한 당사자에게는 이혼은 감상만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만이 아니며, 재결합만이 좋은 결과인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이혼이야말로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는 해결책일 수도 있다. 

 

아무리 모두가 사생활을 파는 사회라고 해도, 이혼한 부부로서 출연하기는 쉽지 않다. 또, 화해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이 쇼는 사람들의 용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제작진 측에서도 남편의 현재 여자 친구를 투입하거나 두 사람의 합방만을 강조하는 등, 선정적인 화면을 뽑아내는 데 치중하지 않고 이혼의 의미를 좀 더 심도 있게 파고 들어갈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그 용기에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기획 이채영박현주(방송칼럼니스트) 사진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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