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찾고 싶은 중년에게 <어디갔어, 버나뎃>

기사 요약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는 헤겔의 말처럼, 나를 짓누르는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를 박차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는 내 안에 있다. 영화 <어디 갔어, 버나뎃>이 말해주는 미움받을 용기.

기사 내용

 

 

 

얽히지 않는 게 상책일 것 같다. <어디 갔어, 버나뎃>의 주인공 버나뎃(케이트 블란쳇) 얘기다. 과거에 그는 천재 건축가로 불렸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사회부적응자의 모습이다. 쇼핑부터 간단한 업무 처리까지 모두 온라인 비서 ‘만줄라’에게 맡기는 까닭에 별다른 외출도 하지 않는다. 입이 한번 터졌다 하면 가시 돋친 말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사교성 넘치는 옆집 이웃 오드리(크리스틴 위그)와 동네 사람들이 보기에 버나뎃은 문제 많은 괴짜일 뿐이다.

똑소리 나는 딸 비(엠마 넬슨)는 그런 버나뎃을 이해하고 특별하게 바라보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런 비의 간절한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버나뎃 가족은 남극 여행을 계획한다. 워커홀릭 남편 엘진(빌리 크루덥)도 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문제는 만줄라를 통해 여행을 준비하던 버나뎃이 국제 범죄에 휘말리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FBI 조사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다. 남편마저 자신을 믿지 못하는 데 실망한 버나뎃은 조사가 시작된 바로 그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원작은 미국의 동명 베스트셀러다. ‘비포 시리즈’로 유명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 작품을 영화로 옮겨오면서 각색을 감행했다. 전반부는 캐릭터 묘사에 중점을 두고, 후반부는 가족들이 사라진 버나뎃을 찾아 나서며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버나뎃의 사연이 점점 드러나면서 이 영화는 캐릭터 코미디에서 소박한 감동이 있는 드라마로 변화해간다.

그가 건축이라는 창작 과정을 멈춘 것도, 남들의 눈에 조금은 이상한 사람이 된 것도 모두 과거에서 비롯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어떤 상처는 영영 주저앉힐 듯 삶을 눌러댄다. 그럴 때 가장 어려운 일은 상처받아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도망친 버나뎃에게는 뜻밖의 기회가 주어진다. 진정으로 꿈꿨던 모습으로 살아갈 새로운 기회가. 자리를 박차고 나오니, 시야를 밖으로 돌리니 그럴 일들이 생긴다. “내가 작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인생은 점점 더 따분해질 거야. 인생을 재미있게 만드는 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는 걸 빨리 깨달을수록 사는 게 재미있어질 거고.” 딸에게 들려주는 버나뎃의 조언은 결국 이 영화가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말이다. 쪼그라든 꿈을 다시 펴 들고 세상이 뭐라고 하든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라고. 당연하고 쉬운 말 같지만, 우리가 오늘도 쉽게 잊고 사는 것들이다.

 

 

기획 우성민 이은선(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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