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에서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딩, 1인 창업의 기술

기사 요약글

대기업 화장품이 넘치는 시장에서 박숙우 대표는 1인 스타트업 화장품 회사를 프리미엄 한방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그녀의 사업 비결은 STP 전략에 있다.

기사 내용

 

“저희는 오랜 시간 천연 한약재를 달인 뒤 일주일 정도 발효시킵니다. 그것을 2차로 끓이고 증류하는 과정에서 원액을 추출하지요. 그럼 한약재 특유의 냄새와 검은빛이 사라지고 끈적임도 줄어들어요. 그렇게 뽑아낸 추출물은 피부에도 아주 잘 흡수되죠. 선조들의 방식입니다.”
한약재 화장품에서 냄새가 안 날 순 없냐는 고객의 의견에 박 대표가 찾아낸 답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의 <조아산 코스메틱>을 있게 했다.

 

 

뷰티 사업가가 된 건축사

 


박숙우 대표(59)는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사가 되었다. 이후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한국에서 꽤 유명한 건축 회사의 제안으로 귀국했다. 그러다 갑자기 터진 1997년 IMF 금융 위기로 마냥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건축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당시 본인 조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건축 일을 하니 손을 쓰는 데는 익숙했다. 1980년대 일본 유학 시절 박 대표는 미용실 비용이 비싸 동료 유학생들의 머리카락을 손수 잘라주고 펌도 해주곤 했다. 집에서 시험 삼아 한 실습이 그럭저럭 괜찮았고, 어쩌다 유학하는 동안 짬짬이 유학생들의 컷과 펌을 맡게 된 것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잠깐이면 될 것 같던 휴식이 길어지면서 다른 흥미로운 일을 배우고 싶어진 박 대표. 친구들 머리를 만져주던 유학생 때 기억이 떠올랐고, 급작스럽게 직장을 잃어 허전한 마음도 달래고자 전문적으로 피부, 미용 등 뷰티 분야를 공부하기로 했다. 그녀의 두 번째 삶이 설계되는 순간이었다.

 

 

2000년대에 피부, 미용 공부를 마친 박 대표는 강남에 관리실을 열었다. 고객 대부분 여드름이나 아토피로 고생하는 여성 직장인들이었다. 시중에 판매하는 일반 제품으로 관리를 하면 당장은 개선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안 좋아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당시 뷰티 제품은 프랑스와 독일 제품 독점이었고 한국인 피부에 맞는 자연적인 제품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약재 냄새가 안 나는 토종 제품

 


그때부터 박 대표는 한국인 몸에 맞는 토종 천연 재료에 관심을 가졌고 답은 ‘한방’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약재 성분이 좋은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고객들도 특유의 냄새와 거무튀튀한 색, 찌꺼기처럼 남는 부유물에 거부감이 있었다.

 

 

박 대표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화학 약품에 타협하지 않고 부유물 없이 깔끔하게 제품을 만들어야 발림성은 물론 보기에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 제품에 맞서 경제적일 방법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박 대표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부설연구소와 제조공장까지 만들며 부유물 없는 천연 한방 제품을 연구했다. 오랜 연구 끝에 그녀가 찾아낸 기술은 ‘노(露)법’이라는 전통주 증류 방식이었다. 기존의 뷰티 제품의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전통주를 만드는 기법을 접목하니 자연적이면서 부유물은 깔끔하게 걸러낸 제품으로 탄생했다.

 

 

한약재 냄새와 색에 거부감이 있는 고객들의 의견에 주목하니 새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제품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이후 박 대표의 자연친화적인 생산 방식에 환경부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국립 생물자원관 상설전시실에 2011년부터 3년 간 제품을 전시하는 성과도 있었다. 홍보 효과도 톡톡히 따라왔다. 덕분에 2018년 중국에만 수출하던 제품을 2019년에는 태국, 베트남, 대만으로 확장해 매출도 상승세다. 또 올 한해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전반이 어려운데도 박 대표는 홍콩과 미국에서 계약을 추진하며 성공 궤도를 달리고 있다.

 

 

 

 

박 대표의 STP 전략

 


‘STP전략’은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목표시장 설정(Targeting), 시장에 차별적 소통을 위한 고객인식(Positioning)을 의미한다. 박 대표의 경영 방식에는 STP 전략이 정확하게 녹아있다.

 

 

사업 비결1.  진득한 연구를 통한 화장품 개발

 


박 대표는 모든 제품 개발에 앞서 식물의 열매, 뿌리 등 다양한 천연 원료에 대한 논문을 공부한다. 국내뿐 아니라 수많은 해외 논문을 통해 인종, 부족별로 원재료를 추출하는 전통 방식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치지 않는 연구로 천연 원료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원재료를 제대로 추출할 새로운 기술을 터득해왔다.

 

 

화장품업계 경영자들이 마케팅적으로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모든 여성’을 고객으로 하려는 욕망이다. 그러나 20~60대 동서양 모든 여성을 고객으로 하는 일, 그것은 불가능하다. 박 대표는 욕심을 내려놓고 ‘환경을 위한 소비를 하려는 여성’에 목표 고객을 설정했다. 그리고 ‘환경’이라는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시장 세분화’와 ‘목표시장 설정’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사업 비결2. 허투루 듣지 않는 고객의 소리

 


“아토피가 있어요”, “여드름 때문에 고민이에요”, “갑자기 탈모가 시작되어 걱정입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을 때마다 불균형한 환경에 무너진 몸의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제품 개발에 나선다. 조아산 코스메틱의 연구는 고객의 크고 작은 불편과 요구에서 시작된다. 박 대표는 사람들의 의견을 토대로 자연적인 효능을 더 높여 몸에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경영자를 비롯해 연구자, 개발자가 외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박 대표가 고객의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시장에서의 차별적 소통을 위한 고객 인식’을 실행하는 것이다. 조아산코스메틱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박 대표의 시장 세분화 능력과 진득하게 실천하고 있는 STP 전략 덕분이다.

 

 


기획 임소연 사진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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