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박차고 귀농, 농사‧도예 두 마리 토끼 잡은 사나이

기사 요약글

공기 좋고 물 좋은 강원도 영월에서 10년 이상 포도 농장과 도자기 공방을 운영 중인 조후연 대표. 조 대표는 귀농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경험’과 ‘시행착오’를 꼽았다.

기사 내용

 

 

귀농을 꿈꾼 도시민

 


대학시절 농촌 봉사활동을 9번이나 다녀올 만큼 농업과 연이 깊었던 조후연 대표. 그가 아예 도시 생활을 접고 귀농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9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그는 대우전자의 전신인 대한전선과 팬택 등 굵직한 기업에서 자금 관리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자 조 대표는 새로운 변화를 꿈꿨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도예 활동을 해오던 아내와 함께 영월에 1900㎡(약 600평) 규모의 포도 농장과 도예 공방을 꾸렸다.

 

 

무작정 농촌 생활의 로망을 품고 떠난 것은 아니었다. 귀농 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연구한 끝에 수도권과 비교적 근접한 영월을 터전으로 택했고, 1년 동안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귀농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농사에 필요한 시설들도 손수 지었다.

 

 

포도 농장으로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균 2,000~3,000평 정도가 필요하다. 혼자 농사를 짓는 그는 생업보다는 취미생활 개념으로 농장을 꾸려 가고 있다. 농사 10년에 접어든 현재 그의 포도는 알도 크고 맛 좋기로 유명해 매년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포도 농사의 핵심은 부지런함‧신속함

 


귀농 전 과수원을 하려고 알아보니 수익성이 뛰어나기로는 사과가 제일이었다. 하지만 사과는 약도 쳐야 하고, 겨울까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반면 포도는 수익성은 사과보다 조금 떨어져도 비교적 손이 덜 가는 편이다. 초보 농부에게 적합한 품종이었다. 포도 농장을 하기로 다짐했지만 이론과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농사를 시작한 첫해는 수확에 실패했다.

 

 

“포도 농사는 육체적으로 크게 힘들진 않지만, 부지런한 관리가 필요해요. 포도 농사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알 솎기죠. 알이 너무 많이 나게 두면 자라면서 터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 신속하게 작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송이 하나하나 관리해줘야 하고, 시간도 꽤 걸리는데 앞줄을 끝내면 뒷줄에 있는 포도들은 이미 작업하기 너무 늦은 상태가 되기도 하거든요.”

 

 

몇 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안정적으로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 인근 텃밭에 다른 작물들도 기르고 있고, 수확한 포도로 직접 와인을 만드는 법도 배웠다. 그는 “처음엔 안 그랬는데, 이제 제법 그럴듯하게 농사짓는 밭 같지 않냐”며 뿌듯한 얼굴로 농장을 바라보았다.

 

 

 

 

예측불가한 매력이 있는 도예

 


도예 공방은 아내 오지영 씨가 도시에서 살 때부터 꿈꿔오던 것이었다. 초반에는 작품 활동 위주로 꾸려가다 수강생을 받아보기로 했다. 인근에 여행을 와서 일일체험을 하는 가족 단위의 개별 수강생이 많은 편이다. 단체로 오는 중, 고교생들과 5~7년간 꾸준히 장기 수강하는 단체 수강생들도 있고, 조 대표 부부가 외부 출강을 나가기도 한다. 수강생의 연령층과 실력에 맞춘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실질적인 수익은 대부분 공방에서 나온다.

 

 

아내와 달리 조 대표는 도예에 문외한이었다. 처음에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에 나무 때는 역할 정도만 하다가 차차 실력을 쌓아 현재는 그릇과 찻잔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조 대표가 생각하는 도예의 매력은 예측불가다. 최선을 다해서 만들지만, 언제나 결과물은 예상에서 조금 벗어나기 때문이다. 빚어서 가마에 구워져 나온 도자기가 예상대로 만들어지는 일은 많지 않다. 모양이 달라지고, 심지어 깨지는 경우도 있다. 작품이 상상과 근접하게 완성되면서도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 그것이 조 대표가 도예를 계속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사회적 농업이 화두가 되고 있어 도예와 농사를 연계해 화초를 재배하고 화분을 만드는 등의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허브와 꽃들을 관찰하고 설명해주면 학생들은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인데, 반응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농사와 공방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보니 일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즐겁습니다.”

 

 

 

 

 

경험이 만드는 귀농 생활

 

 

한때 조 대표는 시골에 살면 꼭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귀농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은 하고 싶은 일을 마음 편하게 하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편 어려운 점으로는 관계 형성을 꼽았다. 최근 귀농 연령층이 젊어지고 그 수도 늘어나면서, 기존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 대표는 귀농학교 수강 시절 강사에게 들은 “이민 간다는 생각으로 임해라”라는 말을 마음에 새겼다. 다른 환경임을 인정하고 주민들과 화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귀농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다름 아닌 경험이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이 귀농 전 철저한 준비를 갖추고 농사도 대규모로 시작하는데, 이는 양날의 검과 다름없다. 많은 투자를 했다가 실패할 경우 그만큼 부담이 크다. 조 대표가 겪었듯 농사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현실적인 문제들이 따르기도 한다. 그는 작은 규모로 시작해 경험을 쌓은 후 조금씩 규모를 늘려가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조 대표의 다음 목표는 정원 속 예술학교다. 밭을 가꿔 아름다운 정원 형태로 꾸미는 한편, 공방은 지금처럼 도예를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이 풀과 꽃을 배우고 도자기에 그려내는 곳, 사람들이 한 번쯤 발걸음에 이끌려 찾아오는 곳. 소박하지만 조 대표의 진심이 가득 담긴 꿈이다.

 

 

“정원을 꾸미고 도자기를 전시하는 공간도 늘리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지금 생활에 대한 만족감은 70~80% 정도 됩니다. 무엇보다 처음 귀농을 제안했을 때, 반신반의하면서도 동의해준 아내에게 여기 와서 함께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초보 귀농자’가 귀농 생활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① 집은 최대한 생활하기 편리하게 준비하기
귀농 생활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집입니다. 시골에 살다 보면 배관에 작은 문제가 생겨 사람을 불러야 할 때 출장비가 10만 원 이상 드는 등 사소한 것에서 불편한 점이 생깁니다. 불편을 감수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귀농 전 미리 만반의 준비를 갖춰 편안하게 전원생활을 즐기시는 것이 귀농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② 농사는 작게 시작해 조금씩 늘리기
처음부터 몇 천 평 규모의 땅을 구입하고 시설을 완벽히 갖춰서 시작할 경우 잘 되면 좋겠지만, 농사일이 항상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큰 규모로 시작하기보다는 몸소 경험을 하고 익히면서 조금씩 규모를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기획 임소연 김지연 사진 이준형(스튜디오텐)

 

 

[이런 기사 어때요?]

 

>> 85세 생일을 티베트 순례길에서 맞은 경북 산골 할매 이야기

 

>> 갑자기 재난이 발생하면 나와 반려동물은 어디로 가야 할까?

 

>> 박원숙, 문숙, 이영란, 혜은이의 찐어른으로 사는 법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