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생 엄마' 경험으로 재취업 성공, 청소년 진로코디네이터

기사 요약글

경력도 포기한 채 20년간 전업주부로 지낸 여성이 삼수생 딸을 뒷바라지하다가 청소년진로전문가로 새로운 직업을 찾은 이야기.

기사 내용

 

 

 

늘 아쉬웠던 전업주부 생활

 

 

청소년진로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50대 고형숙 씨(가명, 본인 요청)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교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결혼하자마자 아이가 생겨 직장을 그만두었다.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업주부로 십수 년. 고 씨는 워킹맘들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을지 몰라도 항상 뭔가 부족한 듯 결핍감이 있었다. 그녀는 교육자의 꿈을 키우며 열심히 공부했던 전공과 5년여의 교사 경력이 그대로 묻혀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딸이 고3이 되면서 자신까지 챙길 여유가 없어졌다. 복잡한 입시 전형 때문에 그녀도 함께 수험생이 된 것 같은 상황이었다.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진 탓에 당장 쓰일 것 같지 않은 그녀의 공부는 뒷전이 됐고, 딸아이의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니기 바빴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입시 뒷바라지에 몰두했으나 딸은 시험에 낙방했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고 하던가. 딸은 재수 끝에 성적에 맞춰 합격한 학교와 전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결국 삼수를 하더라도 원하는 대학을 가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처음에는 딸을 이해할 수 없어 화도 내고, 아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설득도 했지만 결국 그녀는 딸의 삼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딸이 자신의 앞날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갖고 오히려 부모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저렇게 컸는지 대견한 마음도 들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진정으로 원하는 게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스스로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다시 찾기로 한 '내가 하고 싶은 일'  

 

 

딸이 다시 수험생의 길로 들어서면서 고 씨도 하고 싶은 공부를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찾아 여러 프로그램을 살폈다.

 

마침 집 가까이 있는 센터에서 ‘청소년 진로교육’ 관련 강좌를 발견했다. 이 강좌는 무료지만, 160시간 교육이었다. 교육을 이수하면 수료 자격증이 나오고, 이후 청소년 진로코디네이터, 청소년 진로상담사 등으로 학교나 청소년 시설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전공이었던 자신의 교육 분야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딸 덕분에 반 입시전문가가 된 김에 관련 분야를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수료 후에는 학교나 전문기관 등에서 일을 할 수도 있다니 잘 하면 재취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서둘러 등록을 했고, 교육을 성실하게 이수했다.
 
 
교육 이수 후에는 함께 수강한 사람들과 계속 스터디 모임을 가지며 일자리 정보를 공유했다. 결국 이 모임에서 얻은 취업 정보를 통해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진로코디네이터 일을 하게 되었다. 고 씨는 비록 정규직은 아니었지만, 십수 년 만에 출근하던 날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아줌마’에서 다시 ‘선생님’으로 호칭이 바뀌니 뭔가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새삼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차올랐다. 

 

 

 

 

파트타임에서 청소년 교육업체 정규직으로

 

 

그녀가 맡은 ‘청소년 진로코디네이터’의 역할은 학교에 소속되어 교내 진로상담 교사를 돕고, 여러 가지 외부와의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진행하는 일이었다. 교육과정에 진로교육이 중시되면서 새로 생겨난 직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반드시 채용해야 하는 직군은 아니었지만, 파트타임으로 채용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그녀는 진로 수업 시간에 다양한 직업의 외부 인사들을 초대해서 특강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학생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직업의 세계를 체험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였다. 고 씨는 학교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외부 진로 전문가들과 자주 만나게 되었고, 덕분에 인맥도 넓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프로젝트 때문에 자주 만나던 한 교육 회사 대표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이 회사는 학교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나 지자체 등으로부터 관련 교육을 위탁받아 진행하는 업체였다. 

 

그녀도 흔쾌히 수락했다. 일을 하며 한 학교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넓은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은 생각이 컸었기 때문. 청소년 진로코디네이터로 쌓은 경력이 교육 관련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된 것이다.

 

고 씨는 50세가 넘은 나이에 4대 보험을 보장받는 정규직이 되었고, 현재 관내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멘토-멘토링 연결, 수시⦁정시 대학입시설명회, 일대일 진학 컨설팅 매칭 등 청소년들의 진로 및 진학을 돕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 일하는 현장은 바뀌었지만, 업무는 청소년 진로교육과 연관된 일이다.

 

고 씨의 2라운드 인생은 자신의 이전 경력에 딸을 뒷바라지하며 어깨너머로 쌓은 정보와 경험을 살린 전문 교육이 더해지며 얻게 된 결과였다.

 

 

 

 

청소년 진로코디네이터가 되려면?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있는 직종으로, 교육은 여성인력개발센터, 지방자치단체 평생교육원, 대학 사회교육원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교육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과정, 보수과정, 전문자격과정으로 나뉘며, 총 100~120시간 관련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참고로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전국에 53개의 지역별 센터가 있으며 서울에만 각 구별로 17곳이 있다.

 

청소년 진로코디네이터의 역할은 크게 4가지. 진로 지원서비스, 진로 탐색서비스, 진로 준비서비스, 사후 관리서비스 등이다.

 

진로 지원서비스

청소년들이 진로 결정을 위한 개인적, 환경적, 직업적 요인 등을 탐색하고 검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때 진로사정을 통해 진로결정, 진로준비, 진로장벽 들의 요소들을 탐색하도록 도와준다.

 

진로 탐색서비스

직업 인터뷰, 진로 멘토링, 현장 체험 프로그램 등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에 도움을 준다. 필요에 따라 심리상담도 진행한다.

 

진로 준비서비스

청소년들이 졸업 후 대학과 직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전공 과목 결정과 취업 지원프로그램을 기획해 청소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제공한다.

 

사후관리 서비스

대학 진학이나 취업 이후 청소년이 잘 적응하는지 점검하고 목표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기획 임소연 김경화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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