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비혼주의로 혼자 살겠다는 작은 딸. 좋은 남자 만나 알콩달콩 사는 게 인생의 행복이건만 대체 왜 그러는 거야?
A씨 부부는 요즘 30대 중 후반인 두 딸 때문에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 큰 딸은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했고, 작은 딸은 일찌감치 ‘비혼’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큰 딸을 통해 자녀가 결혼을 했어도 마음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막상 작은 딸이 “결혼조차 하지 않겠다!”라고 비혼주의자임을 선언하니 뜨거운 바위 덩어리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심정으로 살고 있다.
비혼주의자란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미혼은 혼인상태가 아님을 뜻하지만 비혼은 혼인할 '의지'가 없음을 말한다.
나이가 차면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고, 결혼했으면 애 낳고 살아가는 옛날 시나리오의 부모 생각을 거부하는 자녀 세대와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A씨 부부는 늘 고민이다. 오늘은 작정을 하고 함께 살고 있는 둘째 딸과 대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CASE. 엄마 아빠는 미혼 아니면 기혼밖에 없어요?
부모, 자녀와의 대화가 편안하고 부담이 없으려면 강요나 논쟁으로 가면 안 된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듣는 태도’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면 그것은 더 이상 쌍방향 대화의 기능을 잃게 된다. 지시, 명령, 강요, 평가는 상대의 마음을 닫게 하고 방어하게 만든다.
부모는 자녀의 결과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이면에 깔려있는 심리적인 상태에 더 주목해야 한다. 딸이 비혼주의를 선언하기까지의 생각이나 의견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단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금물이다.
만약,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없다면, 차분하게 부모인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부터 가져봐야 한다. 혹시 부모의 과거 경험 때문에 왜곡된 잣대로 자녀를 대하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강요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자녀를 올바른 길로 잘 인도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기 점검의 시간이다.
Solution. 왜 생각이 바뀐거니?
첫째, 자녀 마음을 들여다보자
연애관, 결혼관 정립에 대한 왜곡의 원인을 찾다 보면 어린 시절의 상처와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의 부부관계가 안 좋거나 부부싸움이 잦은 경우, 그러한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고스란히 지켜봐야 하는 자녀들의 마음에는 상처가 쌓여 간다. 성인이 되었다 할지라도, 부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녀의 마음이 많이 드러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둘째, 신뢰의 경험을 도와라
이성과 좋은 관계 경험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결혼 가치관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내 자녀를 신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만은 언제나 ‘내 편’에서 생각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게 해서는 안 된다. 자녀가 올바른 연애관, 결혼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되 부모의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자녀와의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이성관이 녹아들도록 부모 자신도 노력해야 한다.
기획 서희라 글 김숙기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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