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퇴직 후 8개월째 집에서 지내고 있다. 모아둔 돈도 얼마 없는데다 퇴직금은 중간정산을 한 터라 턱없이 부족하다. 생활비를 아무리 쪼개고 줄여본다 해도 긴 노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고민 끝에 특단을 조치를 내렸다. 결혼 이후 직장이라고는 다녀본 적 없는 사람이 생활비라도 벌어야겠다며 대형마트에 취직한 것이다. 동네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다는 이유로 생활 반경에서 떨어진 근무지를 선택했고 출퇴근 거리만큼 나 홀로 아내를 기다리는 시간이 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감당해야 할 집안일과 식사준비 등은 내 몫이 되었다.
그동안 집안일에 관여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매일 직면하는 상황이 낯설고 당혹스럽다. 여자들이 상식처럼 아는 가사노동의 기초 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에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매번 면박을 주는 아내와의 갈등이 현실을 더욱 불안하게 몰고 간다는 사실이었다.
CASE 이제 돈 번다고 유세네
부부는 역할분담을 통해 가정을 일궈 나가게 되어 있다. 한쪽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면 배우자가 그 만큼의 부담을 껴안아야만 한다. 특히 가사노동이라는 것이 매 순간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보니 한쪽이 부지런히 그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바로 표가 나고 순식간에 일거리가 쌓인다.
특히 퇴직 후에는 K씨 부부처럼 그동안 해왔던 역할에서 벗어나 반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고정관념, 고정화된 성역할 등을 얼마나 내려놓느냐가 관계의 건강성의 지표가 된다. ‘나는 역할에 대해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가능한가?’ 체크해볼 일이다.
아내가 하려는 말은 “나는 당신 직장 다닐 때 그러지 않았는데 당신은 왜 그러는가?” 이다. 아내는 업무 스트레스와 가정일을 각각으로 놓고 차분히 생각해야 한다. 남편에 대한 원망이나 서운함,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감정해소용으로 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다시 부부대화를 시도해 보자.
Solution. 당신 입장에서 그럴 수 있어
모르는 게 또는 부족한 게 죄는 아니다. 그러나 모르거나 부족하다는 걸 알았을 때는 상대가 지적하기 전에 각자 체크해보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정’은 노력해보지도 않고 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는데도 잘 안되었을 때 ‘여기까지!’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배우자도 동의하고 상대를 인정해준다. “그래. 당신 열심히 했어.” 라고.
스트레스 받았을 때는 마음관리가 우선이다. 이때에는 ‘멈춤’이나 ‘대화 중단하기’가 유효한 방법이다. 그 다음 역지사지의 관점을 갖고 “당신 입장에서 그럴 수 있어.”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 함께 한 세월 속에 과거 잘못하거나 미흡했던 표현, 풀지 못했던 감정들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기회 있을 때마다 풀어낸다면 부부의 긴 노후는 든든하게 보장될 것이다.
기획 서희라 글 김숙기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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