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전업주부됐는데, 왜 이렇게 짜증이 날까?

기사 요약글

뜻대로 안되는 게 인생인가? K씨는 퇴직 후 작은 일자리라도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괜한 눈치만 보다가 결국, 줄어드는 통장 잔고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아내가 취직을 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기사 내용

 

 

 

퇴직 후 8개월째 집에서 지내고 있다. 모아둔 돈도 얼마 없는 데다 퇴직금은 중간 정산을 한 터라 턱없이 부족하다. 생활비를 아무리 쪼개고 줄여본다 해도 긴 노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고민 끝에 특단을 조치를 내렸다. 결혼 이후 직장이라고는 다녀본 적 없는 사람이 생활비라도 벌어야겠다며 대형마트에 취직한 것이다. 동네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다는 이유로 생활 반경에서 떨어진 근무지를 선택했고 출퇴근 거리만큼 나 홀로 아내를 기다리는 시간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당해야 할 집안일과 식사준 비 등은 내 몫이 되었다. 

 

그동안 집안일에 관여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매일 직면하는 상황이 낯설고 당혹스럽다. 여자들이 상식처럼 아는 가사노동의 기초 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에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매번 면박을 주는 아내와의 갈등이 현실을 더욱 불안하게 몰고 간다는 사실이었다. 

 

 

CASE. 이제 돈 번다고 유세네

 

아내: “집에 있는 냄비란 냄비, 집기란 집기는 다 꺼내놓고 왜 제자리에 안 두는 거야? 또 싱크대 이 흥건한 거품을 좀 봐. 기름이 잔뜩 튄 가스레인지 주변은 어떻고!” 
남편: “으아, 힘들다! 그럴 수도 있지, 왜 화를 내? 친절하게 알려줘야 나도 할 마음이 들 거 아냐!” 
아내: “당신의 문제는 뭔지 알아?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건데. 집안일에 주인 의식이 없다는 거야!”
남편: “몰라서 못하는 거지. 나도 열심히 했다고. 당신에게 이런 말까지 들어야겠어?”
아내: “시키니까 마지못해서 하는 일, 날 돕기 위해 하는 일, 이 순간만 임시로 하는 일, 안 할 수도 있는데 하는 일로 생각하니까 딱 그 정도의 결과가 나오는 거잖아. 마지못해, 할 수 없이, 어쩔 수 없어서... 내 말 틀렸어?”  
남편: “이제 돈 번다고 유세네. 그러려면 당장 그만둬!”
아내: “나는 당신 돈 벌러 다닐 때 이렇게 하지 않았다고!”

 

 

 

 

부부는 역할분담을 통해 가정을 일궈 나가게 되어 있다. 한쪽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면 배우자가 그만큼의 부담을 껴안아야만 한다. 특히 가사노동이라는 것이 매 순간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한쪽이 부지런히 그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바로 표가 나고 순식간에 일거리가 쌓인다. 

 

특히 퇴직 후에는 K씨 부부처럼 그동안 해왔던 역할에서 벗어나 반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고정관념, 고정화된 성 역할 등을 얼마나 내려놓느냐가 관계의 건강성의 지표가 된다. ‘나는 역할에 대해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 가능한가?’ 체크해 볼 일이다.

 

아내가 하려는 말은 “나는 당신 직장 다닐 때 그러지 않았는데 당신은 왜 그러는가?”이다. 아내는 업무 스트레스와 가정일을 각각으로 놓고 차분히 생각해야 한다. 남편에 대한 원망이나 서운함,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감정 해소용으로 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다시 부부대화를 시도해 보자. 

 

 

Solution. 당신 입장에서 그럴 수 있어

 

아내: “여보, 나 너무 피곤하네. 냄비 좀 제자리에 넣어 주고, 정리 좀 부탁해. 나는 오늘 집안일 아무것도 못할 거 같아.” 
남편: “그래. 쉬어. 나도 한다고는 하는데 안 해본 걸 하려니 너무 서툴러서 당신이 볼 때 엉망일 것 같아. ”  
아내: “그건 그래. 당신이 설거지 한 다음에 보면, 꼭 내 손이 다시 가야 하잖아. 싱크대 거품, 가스레인지 기름 튄 거 이런 거 볼 때마다 사실 좀 마무리까지 잘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할 때가 많아.”  
남편: “안 해본 일이라 그런가 봐. 집안일을 해보니 해도 끝이 없고 표도 안 나더라고. 예전에 당신에게 ‘하루 종일 집에서 놀면서 뭐 하고 있냐’고 했던 게 문득 떠올라서 미안했어.”  
아내: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나도 돈 벌러 나가보니 남의 돈 버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 싶어. 당신도 그동안 가족 벌어 먹이려고 고생했어. 내가 ‘생활비 적다’고 투덜거렸을 때 당신 마음 많이 무거웠을 텐데.”
남편: “앞으로 일이든 집안일이든 함께 하자고. 고마워.”

 

 

 

 

모르는 게 또는 부족한 게 죄는 아니다. 그러나 모르거나 부족하다는 걸 알았을 때는 상대가 지적하기 전에 각자 체크해 보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정’은 노력해 보지도 않고 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는데도 잘 안되었을 때 ‘여기까지!’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배우자도 동의하고 상대를 인정해 준다. “그래. 당신 열심히 했어.”라고. 

 

스트레스받았을 때는 마음 관리가 우선이다. 이때에는 ‘멈춤’이나 ‘대화 중단하기’가 유효한 방법이다. 그다음 역지사지의 관점을 갖고 “당신 입장에서 그럴 수 있어.”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 함께 한 세월 속에 과거 잘못하거나 미흡했던 표현, 풀지 못했던 감정들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기회 있을 때마다 풀어낸다면 부부의 긴 노후는 든든하게 보장될 것이다. 

 

 

기획 서희라 김숙기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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