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홍수에서 살아남은 동네빵집들의 비결

기사 요약글

한 길 건너 하나 생기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탓에 힘 없이 문 닫는 동네 빵집들이 하나로 뭉치자, 상황은 달라졌다.

기사 내용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가죠.”

 


은평구 응암동에서 ‘동네빵네 깜빠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신흥중 대표는 빵 협동조합  ‘동네빵네협동조합’ 2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동네빵집 사장이 이런 조합을 운영하게 된 것은 후배 제빵사들이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밀려 하나 둘 일터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료애 때문이었다.

 

 

40년 빵 장인들이 모이다

 


서대문구와 은평구에서 개인 빵집을 운영하던 선후배 제빵사들이 모인 이유는 함께 멀리 갈 방법을 찾으려는 작은 바람에서다. 이들은 대한민국 제과제빵 기능장을 포함해 평균 30~40년 이상 빵 기술자로 지내면서 개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제과제빵 초고수들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골목상권까지 들어온 대형 브랜드의 공격적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개인 브랜드의 한계를 경험한 것이다.


“빵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 둘 프랜차이즈로 간판을 바꾸거나 빵 기술을 버리고 다른 분야로 가는 것을 보면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생기죠.” 이럴 때일수록 같은 업종의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능성을 찾은 동네빵네협동조합

 


그렇게 2013년 11명 제빵사가 모여 동네빵네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새로운 브랜드 하나가 세상에 생겨난 것이다. 조합에서는 반죽 등을 대량으로 만드는 공유 공장을 운영하면서 신제품에 대한 연구와 생산, 기술개발 등을 같이 한다. 또 매주 정기 회의를 통해 지역과 소비자를 더 이해하고 트렌드를 연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30년 이상의 내공이 있는 동료들과 ‘같이 한다’는 파트너십만으로도 프랜차이즈 빵집이 넘쳐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의 경력이나 경험은 충분했고 대형 브랜드에 비해 기술적인 부족함도 밀리지 않았다. 다만 트렌드에 민감한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인식 문제를 다루어줄 수 있으면 뚝심 있게 살아남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믿었다.


조합이 결성되면서 개인 매장에 들이기 어려운 고가의 장비도 쓸 수 있게 되었고 더 수준 높은 위생 기준도 마련되었다. 또 조합을 통해 좋은 재료를 선택해 방부제나 화학첨가물을 뺀 정직하고 건강한 빵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동네빵네협동조합 운영 핵심

 


무엇보다 동네 곳곳에 빵집들이 분포해 있어 조합의 긍정적인 활동들을 지역 전반에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조합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형성되면서 조합원의 빵집 모두 약 30~40% 이상 매출이 향상되었고, 마주보고 들어선 대형 프랜차이즈와 경쟁할 정도로 경쟁력을 지니게 되었다. 또 동네빵네 브랜드 직영점도 3~4곳 추가 운영할 계획을 가질 만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처럼 전국을 대상으로 얼굴 없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빵이 아니라 ‘동네에서 누가 먹을 건지 알고 만드는 빵, 누가 만드는지 알고 구매하는 빵’이라는 지역 주민들과의 상호 호흡이 조합의 생명력이다. 건강하고 개성 있는 빵을 만들다 보니 지역 사회에 자연스럽게 조합이 알려지면서 대형 백화점에 납품을 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역마케팅도 가능하게 되었다.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싶다면 파트너 간 신뢰를 얻어라

 


파트너십은 다른 말로 동료의식이다. 이것은 큰 바가지에 담긴 물과 같다. 서로에 대해 구분 없이 얽히고 설킬 준비가 되어야 한다.


“저는 빵 경력이 40년이 훌쩍 넘습니다. 평생을 빵과 함께 살아왔지요. 빵이라면 어디서도 자신 있습니다. 그런데 협동조합을 하면서 보니 그 동안은 빵 장사꾼에 불과하더라고요. 조합을 만들어도 어렵지 않게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조합원들 모두 최고의 빵 기술을 갖고 있었고 빵집 사장들이었으니 자신감이 컸었지요. 그런데 조합을 시작해보니 빵 장사와 협동조합 경영은 전혀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내 장사와 우리의 경영은 천지차이더군요.”


협동조합 운영의 핵심은 작은 힘을 모아 큰 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협동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뿌리조차 흔들리게 되는 최대의 약점이 있다. 따라서 상호 책임 하에 동료의식 즉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누군가 주도적으로 협동조합을 이끌 수 있도록 자기희생을 각오 할 리더(대개 조합 이사장)가 필요하고, 그를 믿고 따르겠다는 조합원들의 마음이 필요한 것. 이 두 마음이 얽히고 설켜야 한다. 이를 위해 조합원들 모두 지속적인 교육을 받고 함께 나누는 의견 교환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브랜드 효과를 얻어라

 


조합에 신뢰가 생기면 소비자는 조합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무한신뢰 한다. 브랜드란 갖고 있는 상품의 가치, 품질 그 이상이 된다. 물론 구매자가 브랜드만으로 품질에 대해 무한 신뢰를 갖게 되면 단점도 좋게만 보는 부정적 영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를 조합 입장에서는 긍정적 효과로 바꿀 수 있다. 한 번 신뢰가 쌓이면 마케팅 홍보 전략을 위한 번거로운 과정이 오히려 쉬워지기 때문이다.


어떤 브랜드에 신뢰를 가진 고객들은 말한다. “그들이 만들었으면 난 괜찮아.” 과거의 고객과 달리 변화된 시장에서 고객들은 이제 상품 자체를 판단해 구매하지 않는다. 상품보다 브랜드를 더 알고 싶어 한다. 누가 만들었나? 그들은 누구인가? 이것은 신뢰에 대한 질문이다. 신뢰를 얻으면 브랜드 가치는 수직 상승한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조합 전체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기획 임소연 이철민 사진 동네빵네협동조합,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런 기사 어때요?]

 

 

>> 임영웅을 만나고 우울증이 나았다?

 

>> 댓글로 나이를 알 수 있다?

 

>> 노견 입양의 장점이 따로 있어요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