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몸이 아파 병원에 가서 온갖 검사를 다 받아도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검사 결과 상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들을 때가 있다. 이 때 언급되는 것이 바로 면역력이다.
히포크라타의원의 대표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정가영 원장은 기존의 의료시스템으로 환자를 보는 게 아닌, 몸이 아픈 원인의 단서를 찾아 생활습관부터 스트레스 요인까지 환자를 이루는 전체를 치료 대상으로 하는 기능의학으로 진료한다.
가령 스트레스로 위염이 생긴 환자에게 위염약을 처방하는 게 아니라 위염으로 진행되기까지의 복잡 다양한 상호 작용을 파악한 다음 근본적 원인을 찾아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건강의 바탕이 되는 면역시스템부터 바로잡는 게 기능의학의 골자인 것. 정가영 원장은 요즘같은 신종바이러스 시대에 바이러스가 싫어하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녀에게 면역력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물었다.
Q.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면역력과 노화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나이와 면역력 저하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근육과 비례합니다. 암이나 고혈압처럼 나이가 들어 생기는 질병들 역시 면역력보다는 근육 감소와 연관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운동을 꾸준히 해 근육을 잘 유지하고 있다면 면역력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Q. 일상에서 면역력의 저하 신호로 볼 만한 증상이 있나요?
아침에 간신히 팔을 짚고 일어나야 할 정도로 몸을 일으키기 힘들다면 면역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가벼운 질병이라고 치부하는 몸살과 입병(구내염), 변비는 면역력 저하의 흔한 신호입니다. 여성의 경우 오줌 소태 역시 면역력 저하로 나타나는 질병이니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Q. 이런 신호가 나타났을 때 바로 할 수 있는 대처법이 있을까요?
저는 주로 수면 습관을 체크하라고 합니다. 휴대폰을 보며 잠이 드는 습관, 늦게 잠들어 늦게 일어나는 습관을 개선하면 면역력이 좋아집니다. 수면의 질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반드시 암막 커튼을 치라고 하는데, 숙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촛불 같은 아주 작은 불빛에도 분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숙면을 위해서는 휴대폰의 불빛 같은 작은 빛까지 차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면역세포의 80%가 장에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만 먹어도 면역력이 좋아지는 게 아닐까요?
일본의 장수마을을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장수마을 사람들이 유산균을 챙겨 먹어서 건강하게 오래 산 것이 아닙니다. 장 속 미생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좋은 식습관을 오래 유지했기 때문이죠. 정리하자면, 유산균을 챙겨먹은 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 유산균이 잘 활동할 수 있는 장 속 환경을 같이 만들어야 면역력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유해균이나 곰팡이가 좋아하는 인스턴트와 당이 높은 음식들을 먹으면 유산균을 아무리 잘 챙겨 먹어도 소용없습니다. 유산균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식습관을 꼭 체크해보시길 바랍니다.
Q. 좋은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꼭 지켜야 할 점이 있다면요?
바쁜 현대인이 좋은 식단으로 끼니를 챙기는 게 무엇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최대한 한식을 먹으라고 권합니다. 우리 한식에는 밥과 국, 각종 나물과 생선 등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가지 음식에 치우치기보다는 골고루 조금씩 섭취할 수 있는 한식이 좋은 식습관으로 바꾸는 데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점이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단백질 섭취의 경우 잘 씹지 않으면 몸에 흡수가 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Q.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긍정적 사고를 하라고 합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면역력을 올리나요?
듣는 환자들에게는 애매한 말이지만 실제로 맞는 말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물질이 분비됩니다. 이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몸을 상하게 하는데, 긍정적 사고는 이 호르몬의 분비를 막아줍니다. 또 많이 웃는 것도 면역력을 올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웃는 시늉만으로도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어 면역에 좋은 임파구가 늘어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Q. 긍정적인 생각이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즉각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방법도 있을까요?
힘든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쉴 때가 있습니다. 이 한숨이 실제로 자연 치료를 유도합니다.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후 입으로 천천히 내뱉어 보세요. 심호흡은 스트레스로 경직된 몸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심호흡이 스트레스 수치를 낮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상하는 걸 막을 수는 있습니다.
면역력 저하 신호 5가지
1. 안색
지금 바로 자신의 면역력을 체크하는 방법은 거울 속에 있다.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으면 안색이 좋지 않고 특히 코 주변이나 눈 밑이 어둡다. 또 입매가 야무지지 못하고 풀려 있는 경우가 많다.
2. 입병
구강 점막에 흰색의 구멍이 뚫리는 구내염과 입꼬리 옆쪽이나 입술 위로 작은 수포가 올라오는 단순포진은 면역력 저하의 알람 신호다.
3. 변비
변비는 섬유질 섭취의 부족과 더불어 스트레스로 인한 장 운동의 정체일 때 나타난다. 장은 우리 몸 속 최대 면역 기관이니 변비가 길어지지 않도록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즉각 개선해야한다.
4. 엉덩이 종기
엉덩이 종기는 재발이 잦고 삶의 질도 떨어뜨리는 면역력 저하 신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호르몬 불균형일 때 나타난다.
5. 오줌 소태
방광염의 1차 증상인 오줌 소태는 우리 몸에 살고 있던 균들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문제를 일으켜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휴식을 충분히 취하면서 고른 영양섭취가 동반되어야 재발이 없다.
내 면역력은 몇점일까?
√ 대개 식사가 불규칙하다
√ 담배를 피운다
√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매우 힘들다
√ 장염, 감기에 쉽게 걸린다
√ 앉아서 오래 일한다
√ 쉽게 짜증나고 화를 낸다
√ 허약 체질인 것 같다
√ 가공식품을 자주 섭취한다
√ 술을 자주 많이 마신다
√ 잠을 잘 못 잔다
√ 쉽게 피로해지는 편이다
√ 약을 자주 먹는다
√ 생활에 의욕이 없다
√ 계단보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
√ 육류 위주의 식사를 즐긴다
√ 다이어트를 반복한다
√ 신체활동 및 운동 부족이다
√ 다치면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 매사 사소한 일을 걱정한다
√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기획 서희라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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