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약 생활백서] 여러가지 약을 함께 복용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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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철분제, 호르몬제, 혈압약 등 나이가 들면서 복용하는 약의 수도 늘어난다. 그런데 이런 약들, 함께 먹어도 되는 것인지 현직 약사가 알려준다.

기사 내용

 

 

 

65세 이상 1인 약 복용량, 평균 5.3개

 


약국을 찾는 중년 이후의 환자들 중 몸에 좋다는 기능성 건강식품부터 질병 치료를 위해 먹는 약까지 여러 개의 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1인당 복용하는 약은 평균 5.3개에 이른다고 한다. 약을 5가지 이상 복용하는 노인은 82.4%로 일본 36%, 호주 43%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에 더해 국내 환자들은 복용의 편의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조제약조차 먹는 방법을 무시하고 한 봉지에 여러 알을 포장해달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연 이렇게 여러 가지 약들을 한번에 같이 복용해도 될까?

 

약국에서 흔히 보는 잘못된 복용법의 예는 바로 갑상선 호르몬제와 칼슘제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흡수가 잘 되게 하려고 아침 식전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식후에 먹는 여러 약들과 함께 복용하는 환자들이 많다. 약의 효과를 위해 별도로 드리겠다고 여러 번 설명해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듣지 않는다.

 

칼슘제 또한 다른 약들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시간 간격을 약 2시간 정도 두고 복용하도록 권장하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먹은들 일단 먹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약은 사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찌 보면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잘못된 복용법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호르몬제 & 칼슘제, 진통제 & 고혈압약 등

함께 복용하면 좋지 않은 약

 

 

먼저 건강 유지를 위해 복용하는 보조제 중에서 서로의 흡수를 방해해 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하는 것이 있다. 칼슘과 철분이 그것인데 칼슘은 위산이 있는 산성 환경에서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식후 즉시 복용하는 것이 좋다.

 

반면, 철분은 흡수율이 낮아 다른 성분들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 공복 상태에 복용할 것을 권한다. 또한 이 두 가지 성분은 최소 2시간 정도의 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서로의 흡수를 방해하지 않는다.

 

질병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끼리도 작용을 방해하는 것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고혈압약과 진통제가 있다. 진통제 중에서도 소염진통제는 몸속에 수분과 염분이 축적되게 해 부종을 유발하기도 한다. 때문에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들은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혈압약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만약 혈압약을 복용하는 고혈압 환자라면 진통제를 선택할 때 소염진통제(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가 아닌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약뿐 아니라 건강에 도움이 되라고 챙겨 먹는 건강식품류 또한 약을 복용 중인 경우 주의해야 한다. 마늘 액기스나 오메가3 등은 피를 묽게 해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등의 혈액 응고를 방지하는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 출혈의 위험을 더욱 높이게 된다. 또한, 눈에 좋다는 영양제들에는 베타카로틴이라는 성분이 풍부한데 이 베타카로틴 성분은 흡연자가 다량 복용할 경우 폐암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본인의 생활 습관 또한 영양제 선택 시 고려해야한다.

 

약을 복용할 때 마시는 음료 또한 약효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약국을 찾는 환자들은 약을 받아들면서 '박**주세요'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러한 음료에는 카페인이 들어있어 약물 대사 효소의 작용을 유도해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을 높이기도 한다. 녹차나 홍차 등의 차류도 약 복용시 흡수를 방해하고 위장관계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약을 복용할 때는 미온수로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오렌지 주스 & 철분제, 바나나 & 이뇨제 등

함께 복용하면 좋은 약

 

 

반면, 함께 복용할 경우 서로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해 약의 효과를 더욱 좋게 만드는 조합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오렌지 주스와 철분이다. 철분제는 변비나 소화불량을 유발해 부작용이 매우 흔한 약인데 이는 흡수율이 좋지 않은 철분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들이다. 비타민C를 철분제와 함께 복용하게 되면 철분의 흡수를 좋게 만드는데 비타민C가 풍부한 주스와 함께 철분제를 복용할 경우 철분제의 효과를 증진시킨다.

 

음식이 약의 부작용을 경감시켜주기도 하는데 혈압 조절을 위해 이뇨제를 복용할 경우 몸에서 소변과 함께 칼륨이 빠져나가 무기력하고 피곤하게 느껴진다면 칼륨이 풍부한 바나나, 오렌지주스를 섭취할 것을 권한다.

 

여러 뉴스에서 약물 상호작용에 대해 설명하지만 약의 작용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혹시 약을 복용하면서 위장 장애가 심하거나 평소 느끼지 못했던 증상이 발생했다면 약의 복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약국에서 본인이 복용 중인 약에 대해 한 번쯤 복용법을 점검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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