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정리에 지친 주부가 대박 낸 창업 아이템은?

기사 요약글

생활 속 사소한 불편함이 발명으로 이어졌다. 평범한 주부였던 심봉옥 씨의 대박 아이템, 옷을 책처럼 정리하는 드레스북의 탄생 비화다.

기사 내용

 

 

 

봄과 여름의 중간 즈음, 주말 맞이 대청소를 결심했다. 집에 있는 온갖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미뤄뒀던 옷장 정리를 시작한다. ‘이런 옷이 있었나?’ 생각이 드는,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은 옷을 하나씩 꺼내 예쁘게 갠다.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이 지났다. 믿을 수 없게도 다시 옷장 정리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체 왜, 매번 옷장 정리의 결말은 이렇게 나는 것일까? 

 

드레스북 심봉옥 대표는 아무리 해도 티 안 나는 옷 정리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 드레스북을 만들었다. 옷을 책처럼 꽂아 보기에도 좋고, 찾기도 편리한 새로운 수납방식을 선보인 것이다. 예순에 아이디어를 내 창업하고 예순여섯에 또 다른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에게 창업 비화를 들어봤다. 

 

 

 

 

Q 드레스북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대학을 가면서 떨어져 살게 된 아이가 주말에 집에 오면 “엄마 내 옷은? 양말은 어딨어?” 이렇게 물었어요. 매번 찾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민하다가 빳빳한 선물박스를 칼로 대충 잘라서 판을 만들어 옷을 정리했죠. 아이가 보더니 “엄마 이거 특허내자” 하더라고요. 옷을 제가 안 찾아줘도 되니까 본인도 신기하고 편했던 거죠. 처음엔 단순히 옷을 구분하는 용도로 만들었더니 색이나 디자인이 비슷한 남동생 옷과 구별이 잘 안되더라고요.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다가 옷을 책처럼 정리해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편하게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면박스, 서류파일 등 다양한 소재를 거쳐 지금의 드레스북이 만들어졌죠. 

 

 

드레스북으로 옷 정리 하는 법

 

 

Q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하기까지가 궁금해요 

 

딸이 특허 내라고 한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그래서 특허를 내려고 종이판을 들고 무작정 특허청에 갔는데 서류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준비해야 할 서류가 뭔지도 모르고 멀뚱히 서 있으니 담당자가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그렇게 공익 변리사를 소개받고, 상담을 받은 후에 특허를 낼 수 있었죠. 그리고 같은 해에 사업자도 냈어요. 그런데 본격적으로 일을 한 건 이제 4년 정도 됐어요. 특허를 냈더니 여기저기서 메일이 왔는데 창업보육센터에서 온 메일을 좀 뒤늦게 보게 됐어요. 본격적인 창업으로 이어진 건 서원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이후라고 볼 수 있죠. 

 

 

Q 창업보육센터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나요? 

 

아이디어를 어떻게 개발하는 지부터 특허 내는 방법, 사업계획서 쓰는 법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멘토링을 받았어요. 흔히 은퇴 후에 요식업 창업을 많이 생각하잖아요. 맛있는 음식과 친절함만 있으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멘토링을 받고 나니 고려해야 할 게 많다는 걸 알았어요.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Q 기존에 없던 제품이라 생산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우선 비싸면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했어요. 옷을 정리하기 위해서 구입하는 물건인데 그 물건이 비싸면 의미가 없잖아요. 문구를 생산하는 공장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아무리 검색 해봐도 문구점은 많이 나오지만 문구공장은 검색이 안 됐어요. 그러다가 10년 전쯤 발행된 문구 시장이 줄어든다는 주제의 기사를 찾게 됐고, 무작정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이런 제품을 만드는데 문구 공장을 소개받고 싶다고 했더니 연락처를 전달해주더라고요. 다행히 그 사장님께서 경기도 양주의 공장을 소개해 주셨어요. 그때 제가 60만원을 들고 가서 샘플을 받아왔으니 초기 투자 자본은 60만원인 셈이네요. 

 

 

 

Q 60만원에서 시작해 홈쇼핑까지 진출하신 거네요. 

 

그렇죠. 처음에는 샘플을 받아와서 집에서 리본을 가위로 자르고, 촛불로 지져서 마감을 했어요. 확실히 처음에 라면박스로 했던 것보다는 예쁘더라고요.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줬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사업해도 되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판매를 하기에는 오류가 많고 그걸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그러다 어느 날엔 서울특허청에 갔는데 층을 착각해서 엘리베이터에서 잘못 내렸어요. 특허청이 몇 층인지 물어보려고 들어간 곳이 마침 여성발명협회였죠. 저도 그런 기관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홀린 듯 회원가입을 하고, 발명대회에 나가고, 박람회도 나가다 보니 점점 유명해져 있었어요. 박람회에서 드레스북을 본 홈쇼핑 담당자에게 연락을 받고 홈쇼핑에도 나가게 됐고요. 

 

 

 

 

 

Q 워낙 간단한 원리라 디자인 도용 문제도 있지 않나요? 

 

지금도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카피 제품이 많아요. 적극적인 방어는 안 하고 있어요. 카피가 나왔다는 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의미이니까요. 처음에는 저도 쓰레기를 만드는 건 아닌지 고민했어요. 하지만 내가 만든 제품에 스스로 애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열심히 사용했죠. 간혹 중고 시장에 드레스북이 나올 때가 있어요. 사용하기 귀찮다는 평이 있는데 저는 드레스북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옷을 정리하는 문화가 되면 조금은 덜 귀찮지 않을까요? 드레스북이 옷을 정리하는 습관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Q 주변에서 창업 조언도 많이 구할 것 같아요.

 

사업을 시작하고, 제 전화번호가 공개되고 나니 각지에서 많은 연락이 오더라고요. ‘이런 아이템이 있는데 이것도 특허가 되냐’ ‘이런 아이디어는 어떠냐’ 등 다양한 질문들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공익변리사 기관을 추천하고,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해요. 저도 그렇게 시작했으니까요. 또 중소기업벤처센터 민원실도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에요. 길을 몰라도 친절하게 안내 받을 수 있는 곳이 꽤 많으니 용기를 내고 찾아보면 좋겠어요.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예전에는 주방세제 하면 ‘퐁퐁’을 떠올렸잖아요. 그런 것처럼 드레스북이 누구나 ‘옷정리’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고유명사가 됐으면 해요. 저는 늘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곤 하는데, 지금은 옷을 정리하는 또 다른 방법을 소개하는 다른 제품도 준비 중이에요. 제 나이 예순에 드레스북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예순여섯이 됐네요. 저는 은퇴 후 2라운드를 꿈꾸는 분들에게 꼭 말하고 싶어요. 나만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도전해 볼만 하다고요. 

 

 

 

기획 서희라 류창희 사진 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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