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기사 요약글

50+ 세대는 변화의 한복판에 선 세대이다.

기사 내용

불안감과 두려움, 때로는 기대 속에 인생 2막을 맞이하면서 눈물로 자녀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이 시기이다. 우리는 50+를 전후로 ‘두 개의 인생’을 사는지도 모른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50+ 세대의 개인적, 사회적 역할 또한 재정의되는 흐름이다.

 

50+ 세대는 어떤 세대라고 보세요?

이시형베이비부머들은 자산이라야 보통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금융자산도 신통치 않은 게 일반적이죠. 그래도 자녀들 혼사를 치러야 하고, 집도 마련해줘야 합니다. 한마디로 그런 일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겪는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조형 이들은 청년기에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몸으로 겪어냈어요.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에는 외환 위기의 고비를 넘기는 데 핵심 역할을 했지요. 그러나 2010년부터 정년퇴직을 시작한 그들 사정이 밝지만은 않아요. 아직 자녀의 학업과 결혼 뒷바라지, 그리고 노부모 부양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죠.

길정우자신의 미래조차 불확실하고 자녀의 장래를 책임질 형편도 안 되는 세대죠. 하지만 자존심은 강해 아쉬운 소리는 못합니다. 칭찬, 위로, 격려가 필요한 힐링 세대라고 할까요.

문애란한마디로 ‘낀’ 세대죠. 과거보다 수명이 길어진 부모 챙겨야죠, 캥거루처럼 붙어살려는 자식들도 도외시할 수 없어요. 게다가 요즘 얘들은 해달라는 것이 뭐 그리 많은지. 부모와 자식 사이에 끼어 있어요.

이은아50+ 세대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자수성가’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분들은 우리나라가 경제· 사회적 환경이 열악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보다는 ‘먹고살기 바빴던’ 시절에 세상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들입니다. 부모에 대한 책임감과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이 겪어낸 삶은, 그야말로 치매와 뇌경색 등 뇌질환의 고위험인자를 가득 안고 있는 시한폭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가고 있어요. 우리 사회 또한 그들에 대한 안전망을 준비하지 못한 채 그저 ‘또 한 번 그들이 자수성가’하기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과는 또 다를 것 같은데요.

문애란삼중고를 겪고 있어요. 부모에 대한 부담감, 자식에 대한 책임감에 더해 남편이 조기 은퇴라도 하면 남편도 챙겨야 해요.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커져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많아지죠.

재정적으로 넉넉하다면 사정이 좀 낫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점도 걱정거리죠. 조형 베이비부머 세대 여성은 대부분 전업주부로 살았어요.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강한 모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남편과 자녀의 복지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주부의 책임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들은 부모 세대의 생계까지도 챙기는 마지막 ‘샌드위치 세대’입니다. 동거하지 않더라도 대가족의 관리자로서 여성들은 결단력과 기동력이 있는 ‘강한 어머니’가 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시형이제는 70세부터 노인이라고 봐야 합니다. 노인을 위한 법안은 이미 많이 만들어져 있어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같은 것은 너무 잘되어 있어서 오히려 문제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50+ 세대를 위한 법은 없어요.

이은아국가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50+ 세대를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은 자연스럽게 순위에서 밀려나는 거지요. 은퇴 이후 50+ 세대의 삶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좋은 정책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긴합니다. 사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꿈은 이루어진다!<헤이데이>를 통해 꿈을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우재룡노인을 위한 정책이나 법안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혼탁할 정도예요.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 등은 ‘노후 일자리가 중요하다. 이것이 제일가는 복지다’라고 하면서 해마다 수천 억 원을 쏟아붓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맞는가?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시형이제는 우리나라도 정년제를 폐지해야 합니다. 베이비부머들은 은퇴했어도 몸이 건강해 아직 일할 수 있어요. 미국, 영국은 이미 정년제를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번에 폐지하면 충격이 있을 수 있으니 일단은 정년을 연장해 오래 일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저는 70세까지는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임금피크제도 더 많이 도입되어야 해요. 일본은 ‘현역 80세’가 대세입니다.

이은아은퇴 이후의 삶이 건강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워 의료비 지출이 상승합니다. 민건강보험공단에서 주축이 되어 각 기업이나 지역사회에서 50세가 되면, 신체적 변화와 질병, 건강관리뿐 아니라 은퇴 준비와 50+ 시기를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의무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면 어떨까요. 또 ‘사회공헌 포인트제도’도 도입해볼 만합니다. 50+ 세대가 여러 분야에서 자원봉사 등 본인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을 하도록 적극지원하고 그것을 포인트카드에 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병원이나 쇼핑,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 할 수 있는 페이백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해서 50+ 세대에게 혜택을 주는 기업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 같은 것을 줄 수도 있겠지요.

우재룡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체계를 갖추는 것입니다. 노후에 일을 할 것인지, 한다면 무슨 일을 할지는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지요. 정부는 일하고자 하는 이들을 훈련하는 체계만 갖추면 됩니다.

조형늦깎이 취업자들은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 유무에 크게 상관없이 임금과 복지 면에서 질 낮은 하급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이 50대 여성 취업의 양적 증가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종사하는 직업의 질적 수준과 취업 만족도를 높이는 체계적인 인적 자원 관리 정책이 아쉬워요.

 

 

외국의 사례에서 배울 만한 것은 없을까요?

문애란스웨덴 얘기를 하고 싶네요. 50+ 세대가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요. 정부와 기업이 돈을 반반씩 내서 개인이 인생이모작을 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재교육에 지원을 합니다. 문화센터 프로그램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대학을 다니는 개념이에요. 우리나라도 이런 체계를 도입하면 대학시설에 대한 활용도도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재룡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원봉사 비율이 우리나라는 14%인 데 반해 선진국은 40%가 넘어요. 외국에서는 은퇴하면 먼저 자기 계발을 합니다. 과반수 이상이 대학으로 공부하러 가요.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노후에 살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비율이 1/4에 불과해요. 도서관이 텅텅 비어 있어요. 외국에서는 또 정부에 기대지 않습니다.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내가 발견한다는 자세를 갖고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입만 열면 정부에 손을 내밉니다. 이런 측면에서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고 싶어요. 시민 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선진국형 사회복지망을 구축하는 지름길입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인식 변화가 따르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되는 것 같아요.

조형50대 이상 한국인 모두가 함께해야 할 일이 있어요. 따뜻하고 품위 있고 존경받는 행동을 통해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역할과 지위를 회복해야 합니다. ‘어른’은 나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돈이나 권력, 정부 정책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성찰과 대화와 관계로서 가능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이 널리 확산되는 날이 오기를 꿈꿉니다.

길정우50+ 세대의 현실을 인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그들을 다룬 TV 드라마나 영화, 기획 기사 같은 것 말입니다.

이시형 ‘노인은 퇴물’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해요. 정년이 늘어나면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나요? 그렇지 않아요. 일의 내용과 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구에서도 청년들이 취업을 못 한다고 해서 고연령자들을 조기 은퇴시켰더니 복지와 연금 비용만 올라가고 청년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정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애란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집의 크기나 골프회원권 같은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가치관이 자리 잡았어요. 이제는 문화적 가치, 예의범절 같은 전통적 가치를 재인식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은아 해븐리병원 원장/ 김난도 서울대 교수/ 문애란 G&M 이사장/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김정우 제 19대 국회의원/ 이시형 정신과 의사/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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