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병간호하며 부른 노래가 직업으로! 음악치료사

기사 요약글

평생 취미로만 음악을 즐기던 영애 씨는 50대가 된 어느 날 음악으로 무언가 기여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맞은 두 번째 인생, 음악치료사가 되기까지.

기사 내용

 

요양원에 계신 친정아버지를 찾아갈 때마다 김영애 씨(62세, 가명)는 작은 기타를 들고 갔다. 아버지에게 노래를 들려 드리기 위해서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지기능이 낮아지고, 말씀도 어눌해진 아버지지만 영애 씨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실 때만큼은 건강하던 시절의 모습을 되찾은 듯 온 얼굴이 함박웃음이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영애 씨는 요양원의 노인들 앞에서 노래하고,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노인뿐 아니라 자폐증을 앓거나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 재활치료중인 알코올 중독자, 우울증 환자들도 만난다. 함께 노래하고 소통하면서 그들의 상처를 보듬고 회복을 돕는 음악치료사가 된 것이다.

 

  

평생 음악을 사랑한 소녀의 첫 발

 


영애 씨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전공 수업보다 합창단, 기타 동호회 등 동아리 활동에 더 열심이었다. 워낙 음악을 좋아했는데 음대 진학을 못한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졸업 후 직장에 다닐 때도 사내 음악동호회 활동을 활발히 했고, 결혼하고 전업주부가 된 이후에도 음악은 항상 그녀의 곁에 있었다.

 

취미로만 즐기던 음악을 통해 무언가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난 50대 초반이었다. 그저 노래를 좋아하고 기타와 피아노를 조금 칠 줄 아는 평범한 아줌마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욕구는 점점 커져갔다. 그녀는 요양원에서 자신의 노래를 듣고 행복해 하던 친정 아버지와 주위 환자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노래로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한다. 즐거운 음악활동을 하는 동시에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보람된 일이 아닌가.

 

친구들에게 이런 생각을 얘기하자 뜻이 맞고 노래를 좋아하는 세 명이 모였다. 함께 모여 연습을 시작하고 화음을 맞춰가던 어느 날, 첫 봉사활동은 친정아버지가 계시던 요양원에서 이루어졌다. 원장님의 흔쾌한 동의 하에 영애 씨 일행은 라운지에 자리를 잡고 동요와 흘러간 노래, 민요를 번갈아 가면서 불렀다.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신체기능저하로 휠체어를 타거나 치매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이었다.

 

 

 

 

음악치료사가 되기로

 


그녀는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음악이 주는 치유력을 실감했다. 노인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아픈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개인적인 연고만으로 대상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보다 영역을 넓히고 본격적으로 활동하려면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음악치료사란?
음악치료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참전 군인들의 치료 방법으로 미국에서 태동했으며, 이후 전문 직업으로 급성장했다. 정신과 의사(의료업)의 일차적인 진단이 이루어진 후 해당 환자의 이상 상태를 파악하여 음악치료계획을 수립하고, 환자와 함께 피아노, 오르간, 북, 징, 꽹과리 등의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즉흥 작곡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해 치료에 도움을 주는 직업이다.

 

 

"혹시 나이 제한이 있나요?"

"음악 전공을 하지 않은 가정주부인데 괜찮을까요?"

 

영애 씨가 음악치료사 공부를 시작하기 전 가장 궁금하고 염려했던 부분이다.

 

정답은 “전혀 문제없음!”

 

다만 음악적 소양이 필요하고, 발달장애 및 정신장애 등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이 없어야 함은 필수다. 전문지식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애정과 봉사정신, 희생정신도 요구된다. 남에 대한 배려, 사회성, 적응성 등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고.

 


음악치료 대학원 진학 결심

 


그녀는 음악치료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학교마다 음악치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입시 전형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실시하는 특강이나 설명회도 열심히 참석했다. 또 음악치료 관련 서적, 음악치료학회의 논문도 찾아보며 꼼꼼하게 진학 준비를 했다. 대학원 수업은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음악치료뿐 아니라 심리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 학습과 현장 임상실습으로 이루어진다.


영애 씨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요양원, 재활원, 정신병동, 호스피스 병동, 치매안심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진 현장 임상실습과 인턴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만난 환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매번 방문하는 곳의 장애의 정도와 상황이 달랐고, 비슷한 사례도 없었기에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익힐 수 있었다. 즉흥적, 직관적으로 음악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할 때도 많았다. 당황스럽고 어려웠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또 자신에게 어떤 분야가 더 잘 맞는지 알 수 있었다. 지역 복지관이나 장애인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대상자들을 많이 만나보는 것이 실력도 기르고 진로를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음악치료사 1급자격증 취득

 


영애 씨는 대학원 과정과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인턴을 마친 후 1급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주로 사회복지관과 요양병원 등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음악치료 수업을 하고 있다. 노인 음악치료는 치매 예방, 신체 재활, 우울증 예방 등을 목적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고령화시대를 맞아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어르신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도 증가하는 추세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고 함께 해온 음악으로 이제 취미와 봉사활동을 넘어 어엿한 전문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된, 영애씨. 앞으로도 음악이 갖고 있는 무한한 힘을 신뢰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리라 다짐하며 영애 씨는 기타 줄을 새로 조인다.

 

 

음악치료사가 되려면?

 

 

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한 학교 교육과정은 따로 없다. 따라서 학력 제한도 없다. 다만 현행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학부 전공과 상관없이 대학원에서 음악치료를 전공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학원 교육과정 이수 후 음악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는 숙명여대가 처음으로 음악치료 대학원을 개원한 이래 여화여대, 명지대, 한세대, 가천대, 성신여대 등에 음악치료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또한 음악치료 분야가 발달한 미국, 독일, 영국, 벨기에, 호주, 캐나다 등 외국으로 유학을 가기도 한다. 미국에는 학부, 대학원의 석·박사 과정이 모두 개설되어 있고, 유럽은 대학원 과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사설음악치료학원이나 대학의 사회교육원 및 평생교육원에서 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국가공인자격시험은 없지만, 민간기관 자격증으로는 대한음악치료학회와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에서 주관하는 음악치료사 자격증이 있다.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에도 소정의 훈련과정을 거쳐야 음악치료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음악치료사, 어디서 어떻게 일할까?

 


음악치료는 활용범위와 대상이 매우 다양하다. 치료 대상자들은 치매 노인 및 퇴행성 노인 질환자부터 자폐, 정신지체, 신체장애 등의 장애를 가진 아동들, 정서적 불안이나 학습 장애를 호소하는 청소년들이나 학령기 아동들, 재활 치료 환자, 정신과 환자 등으로 폭넓다.

 

음악치료사 자격증을 따게 되면 병원, 사회복지관 등에서 정규직 또는 시간제로 근무할 수 있다. 또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처우도 근무지와 음악치료 형태, 개인의 활동 역량에 따라 차이가 큰 편이다. 워크넷 직업정보 2019년 7월 기준에 의하면 음악치료사의 평균연봉은 2575만원으로 하위(25%) 2104만원, 평균(50%) 2575만원, 상위(25%) 3049만원으로 나와 있다. 좀 더 상세한 정보는 진로정보망 커리어넷 (https://www.career.go.kr)을 참고하면 된다.

 

 

국내 음악치료사 관련 단체
대한음악치료학회 http://www.kamt.com 한국음악치료학회 http://www.musictherapy.or.kr
한국음악치료사협회 http://www.musictherapy.co.kr 전국음악치료사협회 http://www.nakmt.or.kr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 http://komtea.or.kr 

 

 

기획 임소연  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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