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는 비즈니스, 가격은 이코노미 클래스인 좌석이 있다?

기사 요약글

중장거리 여행인 경우, 비행의 질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이코노미석은 너무 좁아서 불편하고, 비즈니스석은 두세 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 선뜻 손이 가지 않아 고민이라면?

기사 내용

 

 

 

인천에 사는 A씨(65세)는 올해부터 유럽이나 미주 지역은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면서 극심한 다리 통증을 경험하고 난 뒤였다. 퇴행성관절염이 있는 그는 평소에도 한 자세를 오래 하면 통증이 더해지곤 했는데, 12시간 동안 제대로 다리를 펴지 못했던 그 시간이 악몽 같았다고 한다. 

 

A씨와 같은 증상을 흔히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이라고 부른다. 6시간 이상 장시간 앉아서 비행을 하고 나면 다리 정맥의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다리가 붓고 저려오는데, 이것이 오래되면 혈액응고로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증후군이다. 특히 비행기 안은 기압과 산소 농도가 지상의 80%에 불과하고 습도도 낮아 혈액의 흐름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편안하고 건강하게 여행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전 세계 여행 가격 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2019년 11월에 발표한 2020 여행 트렌드에 따르면 좌석 등급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편안함과 가성비의 절충안,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이코노미 클래스 가격의 2.5~3배가 훌쩍 넘는 비즈니스석을 구입하기는 가격 부담이 되지만, 그보다는 저렴한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두루 사랑받고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1.5~2배 정도 비싸지만,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중간 정도 넓이 좌석에, 좀 더 고급스러운 기내식, 기내에서 요긴한 어메니티 증정, 우선 승하차, 라운지 이용(항공사마다 다름)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장거리 비행을 앞둔 여행객 사이에서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높은 만족도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여행객들의 요구는 항공업계 상황과 맞물리고 있다. 대기업 임원들이 주로 이용하던 1등석은 기업들의 비용 절감이 요구되면서 수요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사의 1등석 탑승률은 3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2019년 대한항공은 1등석을 70% 줄이겠다고 했고, 이미 한차례 1등석을 줄인 바 있는 아시아나는 아예 1등석을 모두 없애고 1등석과 비즈니스석 사이의 새로운 등급의 좌석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었다. 이렇듯, 각 항공사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도입하고 인기를 끌면서, 오히려 가격은 조금씩 저렴해지고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도 다양한 가격, 다양한 옵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2001년 영국항공이 처음 선보였다. 이후 캐세이퍼시픽, 델타항공, 싱가포르항공,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해외 항공사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지만 모든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건 아니며, 야심 차게 운행했다가도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에어프랑스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인기인데, 먼저 서울발 유럽행 노선 이코노미 클래스 기준 2배가 안 되는 가격이 장점이다. 2~3월 같은 비수기에는 100만 원 초반대에도 티케팅이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추가 혜택은 필요 없고 좌석만 좀 더 넓어서 다리 뻗고 가고 싶다”라는 고객들을 위한 자리도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이코노미 플러스 좌석’으로, 이코노미 좌석보다는 넓지만 나머지 서비스는 이코노미 좌석과 동일하다. 대신 프리미엄 이코노미석보다는 저렴하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장거리가 압도적!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노선은 어떤 것일까? 서울-런던 구간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이용률이 가장 많았으며, 프랑크푸르트, 싱가포르, 마드리드, 부다페스트 순으로 집계됐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10~12시간 정도 긴 장거리 여행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울발 런던·마드리드·부다페스트행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가격이 전년(2018) 대비 7% 저렴해진 것도 큰 영향으로 꼽힌다. 

 

한편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의 평균 가격을 가장 많이 낮춘 노선은 서울발 싱가포르행으로 전년 대비 무려 17%나 저렴해졌다고 하니 장거리는 물론 중단거리 여행에서도 인기몰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좌석은 중단거리 노선에 적당

 

 

비즈니스 좌석의 경우 중단거리 노선에서 강세를 보였다. 가장 많은 이용률을 보인 노선은 서울발 홍콩행 노선이었다. 이 노선은 95%까지 예약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그다음은 하노이행(63%), 두바이행(50%), 푸켓행(45%), 파리행(22%)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 가격 역시 홍콩행은 평균 19%, 두바이행은 20%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별한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과 동시에 항공사가 더 많은 고객들을 유치하고자 하는 바람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코노미 클래스라도 다 같은 건 아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이코노미 클래스라도 다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각 비행기마다, 항공사마다 이코노미 클래스의 좌석 간격이 다르다. 이코노미석 좌석 간격은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27~29인치, 대형항공사(FSC)는 31~33인치 정도다. 

 

새 비행기일수록 효율적으로 설계돼 있어서 같은 넓이의 좌석이라도 좀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좌석 간격이 더 넓기도 하다. 티켓팅을 할 때 내가 무슨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인지 알아봐야 하는 이유다.

 

최신 비행기인 보잉사의 드림라이너 787(B787)나 에어버스 350(A350)는 동급 중형 비행기에 비해 좌석 간격이 넓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같은 기종이라도 항공사마다 좌석 간격의 너비가 다르다. B787-9 단일 기종을 도입하는 에어프레미아는 앞뒤 좌석 간격이 35인치로 전 세계 항공사의 이코노미석 중 가장 넓다. 

 

 

 

 

누워서 갈 수 있는 이코노미 클래스도 있다고?

 

 

1등석이나 비즈니스 클래스 못지않은 이코노미 클래스를 가진 항공사가 있다. 뉴질랜드 국적기 에어뉴질랜드의 ‘이코노미 스카이카우치(Economy Skycouch)’, 세 개의 이코노미 좌석을 하나로 만드는 좌석을 말한다.

 

좌석의 모든 팔걸이를 들어 올리고 난 뒤 다리 받침대를 90도로 올리면 155센티 정도의 소파가 된다. 비록 성인 남녀가 발을 쭉 뻗고 누울 수 없으나 쪼그리고 편안히 누울 수 있을 정도다. 아이들과 여행할 때 매우 유용하다. 세 개의 좌석을 이어 만들지만, 가격은 좌석 두 개 정도. 온라인 예약 시 이코노미 좌석 요금에 이코노미 스카이카우치를 추가할 수 있다. 

 

 

 

 

저가항공사에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가 있다

 

 

제주항공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인 ‘비즈니스 라이트’ 좌석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189석의 좌석 배치를 174석으로 줄인 비행기에, 좌석 간격을 늘린 비즈니스 라이트 좌석 12석과 기존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162석으로 구성했다.

 

비즈니스 라이트 좌석은 단순하게 앞뒤 좌석 간격만을 넓히는 형태가 아니라 복도를 사이에 두고 기존 3-3 형태의 좌석 배열을 2-2 형태로 바꾸고, 좌석 간격도 30~31인치보다 넓은 41인치(106.68cm)로 늘렸다.

 

비즈니스석급 서비스도 제공된다. 뉴클래스 좌석을 구매한 승객에게는 수화물을 30Kg까지 가능, 기내식 제공(초단거리 1만 원, 단·중거리 1만 5천 원 메뉴 중 선택), 사전 좌석 지정, 우선 수속과 탑승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항공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기획 두경아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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